이란 평화협상 기대에 원유·휘발유 급락, WTI 2주 만의 저점

주요 원유 및 휘발유 선물 가격이 급락했다. 6월물 WTI(원유) 선물(CL M26)은 수요일 종가 기준 -7.19달러(-7.03%) 하락했고, 6월물 RBOB 휘발유 선물(RB M26)은 종가 기준 -0.1613달러(-4.46%) 하락했다. 이날 원유는 2주 만의 저점으로, 휘발유는 1주 만의 저점으로 떨어졌다. 시장에서는 미국과 이란 간 평화 합의가 임박했다는 낙관론에 따른 롱 포지션 정리(롱 리퀴데이션)가 에너지 가격 급락을 촉발했다고 분석한다.

2026년 5월 6일, Barchart의 보도에 따르면 Axios의 보도가 촉매 역할을 했다. 해당 보도는 미국이 거의 10주째 이어진 전쟁을 끝내기 위한 이란과의 합의에 근접해 있다고 보고했다. 미국은 전쟁 종결을 위한 한 페이지 분량의 양해각서에 대해 이란이 48시간 내에 반응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고 한다. 이 양해각서에는 양측이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제약을 해제하는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적 이니셔티브를 중단하고 좌초한 선박을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안내하는 작전을 보류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표단과의 완전하고 최종적인 합의를 향해 큰 진전이 이루어졌다」고 말했다. 다만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는 이란 항구를 오가는 선박에 대한 미 해상봉쇄 조치가 ‘완전 유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측에서도 외교적 움직임이 있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5월 6일 베이징에서 이란 측 실무자 아바스 아라크치(Abbas Araghchi)를 만나 호르무즈 해협의 신속한 재개방을 촉구했다. 이러한 외교·정치적 낙관론이 단기적으로 에너지 시장의 하방 압력을 키웠다.


그러나 에너지 시장을 지탱하는 근본적 요인도 여전히 남아 있다. 호르무즈 해협의 계속된 폐쇄는 전 세계 에너지 위기를 심화시킬 위험이 있다. 전 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물동량의 약 5분의 1이 이 해협을 통과한다. 골드만삭스(Goldman Sachs)는 페르시아만(Persian Gulf) 생산이 약 1,450만 배럴/일(bpd) 수준으로 감축됐다고 추정하며, 현재의 차질로 인해 전 세계 원유 재고에서 거의 5억 배럴(bbl)이 인출되었고, 6월에는 그 수치가 10억 배럴에 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장에서는 현지 저장시설이 포화되면서 페르시아만 산유국들이 생산을 약 6%가량 감산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전해진다. 미국은 4월 13일부터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모든 선박 중 이란 항구에 기항하거나 이란을 향하는 선박에 대해 봉쇄 조치를 시행하기 시작했다. 그런 가운데 이란은 봉쇄 이전인 3월에 약 170만 배럴/일을 수출할 수 있었다.

한편, 지정학적·구조적 요인은 서로 다른 방향의 영향을 주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는 5월 1일을 기해 OPEC을 탈퇴하겠다고 발표해, 카르텔 규정에서 벗어나 생산을 늘릴 수 있게 됨으로써 중장기적으로는 유가에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OPEC+는 5월에 20만6천 배럴/일을 증산한 데 이어 6월에는 추가로 18만8천 배럴/일을 늘리겠다고 밝혔지만, 중동 전쟁으로 인해 실제 증산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는 분석도 있다. OPEC은 2024년 초에 시행한 220만 배럴/일의 감산분을 복원하려는 시도를 진행 중이며 아직 82만7천 배럴/일을 더 복원해야 하는 상황이다. OPEC의 4월 산유량은 전월 대비 -42만 배럴/일 감소해 35년 만의 저점인 2,055만 배럴/일을 기록했다.

국제기구와 시장 데이터도 시장의 방향성 판단에 영향을 주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4월 13일 보고서에서 이란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 폐쇄로 인해 약 1,300만 배럴/일의 공급이 차단되었고, 분쟁으로 인해 80개가 넘는 에너지 시설이 손상되었으며 복구에는 최대 2년이 걸릴 수 있다고 밝혔다. 해상에 장기간 정박한 채 저장돼 있는 원유(일명 선상 저장량)는 Vortexa 자료 기준으로 5월 1일로 끝난 주에 전주 대비 +1.4% 증가해 1억4,956만 배럴에 달했으며 이는 4개월 만의 최고치다.

지정학적 불확실성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이어진다. 최근 제네바에서 미국이 주선한 회담은 조기 종료됐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가 전쟁을 끌고 있다고 비난했다. 러시아는 여전히 ‘영토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장기적 평화 협상 전망을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드론 및 미사일 공격은 지난 10개월 동안 최소 30곳의 러시아 정유시설을 표적으로 삼아 러시아의 정제 능력을 제한했고, 4월 한 달 동안에는 정유시설·수출 터미널·송유관 인프라에 대해 최소 21회 공격이 있었으며 그 결과 러시아의 정제 가동률은 일평균 469만 배럴로 16년 만의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고 블룸버그 자료는 전했다. 미국과 EU의 제재 역시 러시아 원유 수출을 억제하는 요인이다.


수요·공급 지표 측면에서 보면, 수요일 발표된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의 주간 재고 보고서는 대체로 약세 신호였다. EIA는 5월 1일 기준 미국 원유 재고가 231만 배럴 감소(-2.31 million bbl)했다고 발표했으나 이는 시장 예상치인 -340만 배럴보다 적은 감소폭이었다. 또한 휘발유 재고가 250만 배럴 감소해 예상치(-261만 배럴)보다 소폭 적은 감소를 보였고, 증류유(디젤·난방유) 재고도 129만 배럴 감소해 예상(-226만 배럴)보다 적은 감소폭을 기록했다. 긍정적인 면으로는 WTI 선물의 인도거점인 커싱(Cushing) 원유 재고는 64.8만 배럴 감소했다.

EIA 보고서는 또한 (1) 미국 원유 재고가 5년 평균 대비 +0.7% 높고, (2) 휘발유 재고는 5년 평균 대비 -3.1%이며, (3) 증류유 재고는 5년 평균 대비 -10.1% 낮다고 집계했다. 미국의 주간 원유 생산량은 5월 1일자로 1,357.3만 배럴/일로 전주 대비 -0.1% 하락했고 이는 11월 7일 주에 기록된 최고치 1,386.2만 배럴/일에 다소 못 미친다.

현장 설비와 시추활동 측면에서는 베이커휴즈(Baker Hughes)의 조사 결과가 주목된다. 베이커휴즈는 5월 1일로 끝난 주에 미국 내 가동 중인 원유 시추 장비 수가 전주 대비 +1대 증가해 408대가 되었다고 보고했다. 이는 2025년 12월 19일 주에 기록된 4.25년 저점 406대보다 소폭 높은 수준이다. 지난 2년 반 동안 미국 내 시추 장비 수는 2022년 12월의 5.5년 최고치 627대에서 급감했다.


용어 설명

RBOB(리포매트 가솔린, Reformulated Blendstock for Oxygenate Blending)은 미국 선물시장에서 거래되는 휘발유 규격의 대표적 선물 상품으로, 정유 업계와 트레이더들이 모니터하는 수요 지표다. 호르무즈 해협(Strait of Hormuz)은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연결하는 전략적 해상 교통로로, 전 세계 원유 운송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단위 bpd(barrels per day)는 하루 생산·수송되는 원유량을 의미한다. 커싱(Cushing)은 오클라호마에 위치한 원유 저장 및 배달 거점으로 WTI 선물의 인도지점이다. 증류유(distillates)는 디젤 및 난방유 계열 제품을 통칭한다.


시장 영향 및 전망

단기적으로는 이란과의 합의 기대가 현실화될 경우 공급 차질 우려가 완화되어 유가가 추가로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이 신속히 재개방될 경우 페르시아만 산유국의 수출 정상화가 가격 하방 압력을 강화할 수 있다. 그러나 중기적·구조적 관점에서는 복합적 요인이 작용한다. 골드만삭스가 추정한 대규모 공급 차질과 IEA가 지적한 설비 피해는 단기간 내 완전 회복이 어렵다는 점에서 유가의 하방 압력을 제한한다. 또한 러시아의 정제능력 저하와 제재는 지속적으로 전 세계 공급을 압박하는 요인이다.

정책과 생산 측면에서의 변수도 크다. UAE의 OPEC 탈퇴는 이론적으로는 해당국의 생산 확대 여지를 주어 중장기적으로 유가에 하방 압력을 가할 수 있지만, 실제 생산 확대는 현장 저장능력, 제재·물류 제약, 정유시설 피해 등 현실적 제약에 의해 제한될 수 있다. OPEC+의 증산 기조와 미국의 재고·시추 동향, 그리고 선박에 저장된 원유 수준 등은 향후 가격 방향성을 좌우할 핵심 지표로 남아 있다.

종합하면, 향후 유가의 방향은 ① 지정학적 불확실성(호르무즈 해협 폐쇄 여부 및 러시아-우크라이나 전개)과 ② 물리적 공급 회복 속도(파손된 설비의 복구, 저장시설 여력) 및 ③ 주요 산유국의 정책(증산 여부, OPEC 규율 등)에 의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단기적 차익실현과 지정학적 뉴스에 따른 급격한 변동성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참고·면책 : 이 기사에 인용된 수치와 발언은 Barchart 기사 및 관련 기관(골드만삭스, IEA, EIA, Vortexa, 베이커휴즈 등)의 공개 자료를 근거로 정리한 것이다. 게시 시점의 정보와 자료에 근거해 설명·분석을 제공하였으며, 기사 작성자는 언급된 증권에 대해 직간접적 보유 포지션을 보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제시된 관측은 시장 동향에 대한 전문적 분석과 전망을 포함하지만 확정적 사실로 해석되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