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 장기화 우려에 뉴욕 증시 혼조 마감

미국 뉴욕 증시가 이란 전쟁의 해결 실마리를 찾지 못한 가운데 혼조세로 마감했다. 17일(현지시간) S&P 500 지수는 0.07% 하락했고,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0.32% 상승했다. 나스닥 100 지수는 0.45% 내렸다. 6월물 E-미니 S&P 선물은 0.12% 하락했고, 6월물 E-미니 나스닥 선물은 0.48% 떨어졌다.

2026년 5월 19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날 주식시장은 장 초반 상승분을 반납한 뒤 국제유가 급등락과 지정학적 불확실성에 흔들리며 엇갈린 흐름을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대치가 이어지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된 상태가 지속됐고, 원유 가격은 장중 상승과 하락을 반복했다. 이란이 미국의 전쟁 종료 요구에 대해 “과도하고 비현실적”이라고 반발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유가는 다시 3주 만의 고점으로 올라섰다. 국채금리 상승도 증시에 부담이 됐다.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15개월 만의 최고 수준인 4.63%까지 올랐다.

다만 뉴욕 증시는 장중 저점에서는 일부 반등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지도자들의 요청에 따라 19일로 예정됐던 대이란 공격을 취소했다고 밝히자, 시간외 거래에서 원유 가격이 배럴당 2달러 이상 급락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일요일에도 이란을 향해 “시계가 돌아가고 있다”며 평화 합의를 서둘러야 한다고 경고해 증시에 하방 압력을 가했다. 이와 함께 로이터는 파키스탄이 상호방위협정의 일환으로 사우디아라비아에 병력 8,000명, 전투기 편대, 방공시스템을 배치했다고 보도했으며, 이는 사우디가 추가 공격을 받을 경우 지원할 수 있는 “상당한 전투 가능 전력”으로 설명됐다. 지정학적 긴장 고조는 원유와 방산 관련 자산에는 호재, 주식시장에는 부담으로 작용하는 전형적인 구도다.

원유시장과 금리시장은 이번 사안을 단순한 중동 지역 이슈가 아니라,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성장률 전망을 동시에 흔드는 변수로 해석하고 있다.

국내 경제지표는 증시에 일부 지지력을 제공했다. 미국 주택건설업협회(NAHB)가 발표한 5월 주택시장지수는 37로, 전월보다 3포인트 상승하며 시장 예상치인 34를 웃돌았다. 주택시장지수는 미국 주택건설업체들의 경기 체감도를 보여주는 지표로, 숫자가 높을수록 업황에 대한 낙관이 크다는 뜻이다. 반면 중국의 4월 경제지표는 세계 경기 둔화 우려를 키웠다. 중국의 4월 산업생산은 전년 동기 대비 4.1% 증가해 예상치 6.0%를 밑돌았고, 소매판매는 0.2% 증가에 그쳐 예상치 2.0%에 못 미쳤다. 4월 신규주택 가격은 전년 대비 0.19% 하락해 35개월 연속 내림세를 이어갔다. 중국 경기 둔화는 글로벌 성장 전망에 부담을 주는 요인으로 평가된다.

원유시장은 이날 극심한 변동성을 나타냈다. WTI 7월물은 파키스탄의 사우디 파병 소식과 이란의 강경 발언으로 3주 만의 고점까지 3% 이상 상승했다가,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 취소 발언이 나온 뒤 오후 들어 급락했다. 일요일에는 UAE의 바라카 원자력발전소에서 드론으로 인해 화재가 발생했고, 사우디아라비아는 자국 영공에 진입한 드론 3대를 요격·파괴했다고 밝혔다. 앞서 국제에너지기구(IEA)는 3월과 4월 전 세계 원유 재고가 하루 약 400만 배럴 속도로 감소했다고 밝히며, 설령 분쟁이 다음 달 종료되더라도 시장은 10월까지 심각한 공급 부족 상태를 지속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골드만삭스는 이번 혼란으로 전 세계 원유 재고에서 약 5억 배럴이 줄었고, 6월까지 최대 10억 배럴까지 감소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원유 공급 차질은 에너지 가격뿐 아니라 운송비와 물가 전반에 파급될 수 있어 투자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연방준비제도(Fed)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다음 회의인 6월 16~17일 회의에서는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하 가능성이 사실상 반영되지 않고 있다. 시장은 이번 회의에서 금리 인하 가능성을 0%로 보고 있다. 통상 기준금리 인하는 성장 둔화 우려를 반영하는 경우가 많지만, 현재는 유가 급등과 물가 재가열 우려가 더 크게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실적 시즌은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지만, 지금까지는 대체로 증시에 우호적으로 작용했다. 월요일 기준으로 S&P 500 편입 기업 가운데 454곳이 1분기 실적을 발표했으며, 이 중 83%가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S&P 500 기업의 1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기술주를 제외하면 1분기 이익 증가율은 약 3%에 그칠 것으로 전망돼 2년 만의 가장 약한 수준이다. 이는 대형 기술주의 이익 기여도가 여전히 매우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

해외 증시는 이날 엇갈렸다. 유럽스톡스50 지수는 1.5주 만의 저점에서 반등해 0.36% 상승 마감했다. 반면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2주 만의 저점으로 밀리며 0.09% 하락했고,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1주 만의 저점에서 0.97% 내렸다. 환율과 원자재, 금리가 동시에 흔들리는 국면에서는 각국 증시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금리와 채권시장에서는 6월물 10년 만기 미 국채 선물이 5틱 하락했고, 10년물 수익률은 1.7bp 오른 4.606%를 기록했다. 장중에는 4.631%까지 올라 15개월 만의 최고치를 찍었다. 채권시장에서 수익률 상승은 채권 가격 하락을 의미하며, 일반적으로 주식시장에는 할인율 상승 부담으로 작용한다. 특히 이날 WTI 급등은 인플레이션 기대를 자극했고, 10년물 기대인플레이션율도 3년 만의 최고치인 2.530%로 올랐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대이란 공습 취소 발언 이후 유가가 하락하면서 채권시장의 추가 약세는 일부 제한됐다. 유럽 국채금리는 반대로 하락했다. 독일 10년물 분트 수익률은 15년 만의 고점인 3.195%에서 내려와 3.148%로 1.9bp 하락했고, 영국 10년물 길트 수익률도 거의 18년 만의 고점인 5.189%에서 5.098%로 7.4bp 낮아졌다. 스왑시장은 유럽중앙은행(ECB)이 6월 11일 차기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을 88%로 반영하고 있다.

개별 종목에서는 반도체와 인공지능 인프라 관련주가 장 초반 상승분을 지키지 못하고 하락으로 돌아서며 전체 시장에 부담을 줬다. 시게이트 테크놀로지 홀딩스는 6% 넘게 내렸고,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샌디스크,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스는 5% 넘게 하락했다. 웨스턴디지털과 마벨 테크놀로지는 4% 넘게 밀렸으며, KLA와 램리서치는 2% 넘게 내렸다. 엔비디아, ASML 홀딩, 브로드컴, 마이크로칩 테크놀로지도 1% 이상 하락했다.

가상자산 관련 종목도 동반 약세를 보였다. 비트코인이 2주 만의 저점으로 2% 넘게 하락하자 스트래티지와 갤럭시 디지털 홀딩스는 5% 넘게 떨어졌고, 코인베이스 글로벌은 3% 넘게 내렸다. 마라 홀딩스는 2% 넘게 하락했으며, 라이엇 플랫폼스는 1% 넘게 밀렸다. 비트코인과 연동성이 높은 종목들은 암호화폐 가격 변동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만큼, 위험자산 선호가 약해질 때 동반 조정이 나타나기 쉽다.

반면 사이버보안주는 강세를 보였다. B 라일리 증권이 제스케일러의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매수로 상향하고 목표주가를 225달러로 제시하면서 주가는 8% 넘게 뛰었다. 옥타는 5% 넘게 올랐고, 크라우드스트라이크는 4% 넘게 상승했다. 포티넷은 3% 넘게, 클라우드플레어는 2% 넘게, 팔로알토네트웍스는 1% 넘게 올랐다. 사이버보안은 경기 변동성과 무관하게 기업 IT 지출의 핵심 영역으로 꼽혀 방어적 성격의 자금이 유입되는 경우가 많다.

기업별 호재와 악재도 엇갈렸다. 히임스 & 허스 헬스는 2032년 만기 전환사채 3억 달러어치를 사모 방식으로 발행할 계획이라고 밝힌 뒤 10% 넘게 하락했다. 리제네론 파마슈티컬스는 전이성 흑색종 치료제 피안리맙의 3상 임상시험 데이터가 기대에 못 미쳤다고 발표한 뒤 S&P 500과 나스닥 100의 낙폭 상위 종목이 되며 9% 넘게 급락했다. 모바일아이는 제프리스가 투자 의견을 비중축소로 제시하고 목표주가를 8달러로 잡으면서 6% 넘게 내렸다.

반대로 라이브램프 홀딩스는 퍼블리시스그룹이 약 25억 달러, 주당 약 38.50달러에 회사를 현금으로 인수하기로 합의했다는 소식에 27% 넘게 급등했다. 바이오-라드 래보러토리스는 엘리엇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가 상당한 지분을 보유했다는 월스트리트저널 보도 이후 13% 넘게 올랐다. 도미니언 에너지는 넥스트에라 에너지가 주당 약 76달러, 총가치 약 660억 달러 수준의 주식 거래를 논의 중이라는 보도에 S&P 500 상승 종목을 이끌며 9% 넘게 올랐다. 코그니전트 테크놀로지 솔루션스는 이사회가 기존 자사주 매입 한도를 10억 달러 늘려 총 20억 달러로 승인했다는 소식에 나스닥 100 상승률 상위권에 올랐다. 보스턴 사이언티픽은 JPMorgan Chase와 20억 달러 규모의 가속 자사주 매입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히며 6% 넘게 상승했다.

한편 2026년 5월 19일 예정된 실적 발표 기업으로는 아메르 스포츠, 카바 그룹, 이글 머티리얼스, 홈디포, 키사이트 테크놀로지스, 톨 브라더스가 포함돼 있다. 실적 발표는 다음 거래일의 업종별 방향성을 가늠할 핵심 변수로 꼽힌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흐름이 중동 분쟁 장기화, 유가 급등, 채권금리 상승, 그리고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동시에 작용한 결과로 보고 있다. 특히 에너지 가격이 더 오를 경우 물가 상승 압력이 재차 강화될 수 있어 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은 더욱 늦춰질 가능성이 있다. 반면 원유시장 긴장이 완화되고 외교적 해법에 대한 기대가 커질 경우, 최근 압박을 받아온 성장주와 반도체주가 일부 되돌림을 시도할 여지도 있다. 결국 이번 장세는 지정학적 뉴스 한 줄에 따라 주식, 채권, 원유가 함께 흔들리는 전형적인 복합 변동성 국면으로 정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