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렌스버그스타인(AllianceBernstein)이 유럽 방산주가 최근 크게 후퇴한 가운데 독일의 전차 부품·변속기 제조업체 렌크(Renk)를 대표적인 투자 기회로 꼽았다. 마르쿠스 모리스-에이튼 알렌스버그스타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방산 업종의 최근 매도세가 장기적인 군비 지출 테마에 진입할 수 있는 더 매력적인 가격대를 만들어냈다고 평가했다.
2026년 5월 20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모리스-에이튼 매니저는 이날 CNBC의 ‘스쿼크 박스 유럽‘에서 “방산 지출이 늘어나는 과정의 실행 리스크에 대해 투자자들의 질문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서 실행 리스크란 정부가 발표한 국방 예산 확대 계획이 실제 계약 체결과 생산, 납품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지연되거나 차질이 생길 수 있는 위험을 뜻한다. 그는 유럽 방산주가 2025년 한 해 동안 큰 상승세를 보였지만, 이후 기대가 꺾이며 일부 종목은 지난해 고점 대비 20%~30%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유럽 방산주의 급등 뒤 조정은 시장이 군비 확대의 속도를 다시 점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스톡스 유럽 토털 마켓 항공우주·방산지수(Stoxx Europe Total Market Aerospace and Defense Index)는 2025년 말 56.5% 상승으로 마감했다. 이는 NATO 회원국들이 국방 지출을 GDP의 5%까지 늘리기로 한 약속이 배경이 됐다. 그러나 이후 투자자들의 기대감은 식었고, 일부 종목은 고점에서 뚜렷한 조정을 받았다. 유럽 방산 업종은 지정학적 긴장과 각국의 재무장 계획에 따른 대표 수혜 업종으로 분류돼 왔지만, 실제 수주와 예산 집행 속도가 주가 방향을 좌우하는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분석이다.
모리스-에이튼 매니저는 독일을 특히 주목했다. 그는 독일의 방위·국가안보가 역사적 재정 확대의 핵심 축이라며, 베를린이 군사 지출을 총 GDP의 최소 1%까지 끌어올리겠다고 약속했다고 언급했다. 다만 그는 “불가피한” 예산 지연과 조달 관료주의가 방산 계약 진척을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달 관료주의는 정부가 무기·장비를 구매하는 과정에서 복잡한 승인 절차와 행정 지연이 발생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이로 인해 한때 주가수익비율(P/E) 30대 중반~후반에 거래되던 일부 독일 방산주는 현재 20대 초반까지 되돌아왔다고 그는 설명했다.
이 같은 조정은 오히려 개별 종목별 투자 기회를 만들고 있다고 그는 봤다. 모리스-에이튼 매니저는 “시장이 다소 과열됐던 것 같고, 지금은 더 흥미로운 수준에 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방산 업종 전반이 아니라 장기 사이클을 가진 기업에 주목하고 있으며, 그 가운데 렌크를 핵심 포트폴리오 종목으로 지목했다. 렌크 AG(Renk AG)는 바이에른에 본사를 둔 방산업체로, 전차·함정·기타 전투차량에 들어가는 엔진, 기어박스, 특수 부품을 생산한다. 특히 그는 렌크가 전차 변속기 분야의 글로벌 시장 선도업체라고 강조했다.
전차 변속기는 전차의 동력을 바퀴에 전달하고 속도와 방향을 조절하는 핵심 부품이다. 전차 한 대가 실전 배치된 뒤에는 이 부품에 대한 정비와 교체 수요가 수년에서 수십 년간 이어질 수 있다. 모리스-에이튼 매니저는 이러한 특성이 알렌스버그스타인의 투자 성향과 맞닿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사업모델의 장점은 매우 애프터마켓 중심이라는 점”이라며 “변속기를 한 번 판매한 뒤에도 10년에서 20년 동안의 애프터마켓 기회를 통해 매우 수익성 높은 성장 프로필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서 애프터마켓은 제품 판매 이후 유지보수, 교체 부품, 수리 등을 통해 발생하는 추가 매출을 뜻한다.
그는 또 “단발성 무기나 탄약을 파는 것과는 다르다”며 “탄약은 재보충 수요가 매우 강하더라도 결국 그 흐름이 끝나지만, 전차 변속기를 팔면 20년의 가시성을 확보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는 방산 업종 내에서도 매출의 지속성과 수익성, 그리고 장기적인 정비·부품 수요가 주가 평가에 핵심 변수로 작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시장 측면에서 보면 유럽 방산주는 NATO의 국방비 확대 약속과 각국의 재정정책에 힘입어 중장기 성장 기대가 높은 업종으로 남아 있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예산 편성 지연, 정부 조달 속도, 수주 전환율, 계약 집행 시점이 실적과 주가에 직접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특히 독일처럼 대규모 재정 여력이 있는 국가에서는 정책 방향이 분명하더라도 행정 절차가 느리면 투자심리가 흔들릴 수 있다. 반대로 말하면, 실제로 계약이 가시화되고 생산과 납품이 본격화되는 기업은 재평가 가능성이 커진다. 알렌스버그스타인이 렌크를 꼽은 배경에는 바로 이러한 장기 수요 가시성과 애프터마켓 수익성이 자리하고 있다.
유럽 방산주 전반의 밸류에이션 조정은 단기적으로는 과열 해소의 신호일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선별적 접근이 더 중요해지는 구간으로 해석된다. 특히 P/E 배수가 30배 안팎에서 20배 초반으로 낮아진 종목은 시장이 기대치를 재조정하는 과정에 들어갔다는 뜻이어서, 향후 실적 가시성과 수주 모멘텀이 주가 방향을 좌우할 전망이다. 렌크처럼 특정 부품과 유지보수 중심의 구조를 가진 기업은 단순한 무기 생산업체보다 경기와 예산 사이클의 변동성을 상대적으로 덜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