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가 다시 급등하고 글로벌 증시는 지지선을 찾지 못한 채 흔들리고 있다. 이번 주 매도세는 중동 휴전이 또다시 흔들리면서 촉발됐으며, 미국이 이란 내 여러 표적을 상대로 새로운 공습을 단행하자 투자자들의 경계심이 한층 높아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평화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추가 공격도 가능하다고 경고했다.
2026년 6월 11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브렌트유는 1.7% 오른 배럴당 94.64달러를 기록했다. 브렌트유는 국제 원유시장에서 널리 쓰이는 대표 유종으로, 중동 지역의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질 때 가격 변동성이 확대되는 경향이 있다. 이번 상승은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목요일 미국의 쿠웨이트와 바레인 내 공군기지를 향해 보복했다고 밝히고,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모든 선박을 겨냥할 수 있다고 위협한 데 따른 것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중동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로, 이 구간의 긴장은 에너지 가격과 해운 비용에 즉각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아시아 증시, 기술주 흔들리며 약세
지역별 주식시장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태평양 지역 주식을 추종하는 MSCI의 광범위 지수는 1.3% 하락했으며, 대만과 한국 증시가 낙폭을 주도했다. 특히 인공지능(AI) 반도체 관련 종목들이 상승과 하락을 오가며 방향성을 잡지 못한 점이 투자심리를 약화시켰다. 최근 시장에서 말하는 ‘AI 반도체’는 생성형 AI와 데이터센터 수요 확대의 수혜를 받는 고성능 칩을 뜻하며, 실적 기대가 높을수록 변동성도 커지는 특징이 있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최근 기술주 약세가 스페이스X의 주식 공모를 앞둔 투자자 재배치와도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로이터는 해당 공모가 투자자 수요 2,500억 달러 이상를 끌어모았다고 보도했으며, 이는 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가 될 가능성이 거론되는 배경이다. 대형 공모를 앞두면 자금이 특정 종목이나 섹터로 쏠리면서 다른 기술주에 일시적인 매도 압력이 나타날 수 있다.
오라클도 투자심리를 흔들었다. 오라클은 시장 예상보다 훨씬 큰 규모의 지출 계획을 공개하며 부채 부담 우려를 키웠고, 이에 따라 시간외 거래에서 주가가 10% 급락했다. 대규모 투자 계획은 성장 기대를 높일 수 있지만, 동시에 차입 확대와 현금흐름 악화 가능성을 동반할 수 있어 기술주 전반의 평가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환율과 채권시장도 긴장 반영
외환시장에서는 유로화가 달러 대비 0.1% 오른 1.1544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목요일 예정된 유럽중앙은행(ECB)의 6월 통화정책 발표를 앞둔 움직임이다. 시장에서는 ECB가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유로화는 이란 갈등이 재점화되면서 미 달러화가 4월 초 테헤란과의 휴전 협상이 시작된 이후 가장 강한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서도 소폭 강세를 보였다.
또한 CME의 FedWatch 도구에 따르면, 수요일 발표된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예상보다 뜨거웠던 영향으로 시장의 금리 인상 베팅은 10월 인상 쪽으로 다소 기울었다. 다만 기대는 여전히 팽팽하게 엇갈리고 있다.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1.4bp 상승한 4.552%를 나타냈다. 채권 수익률은 채권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며, 경기와 물가, 연준의 통화정책 전망을 반영하는 핵심 지표다.
주식선물, 제한적 반등 시도도 나타났다. 미국 S&P 500 E-미니 선물은 0.2% 상승하며 이틀 연속 하락세를 끊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나 유럽 개장 초반에는 범유럽 선물지수가 0.8% 하락했고, 독일 DAX 선물은 0.6%, 영국 FTSE 선물은 0.8% 각각 내렸다. 이는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와 기술주 조정이 동시에 글로벌 위험자산 선호를 누르고 있음을 보여준다.

목요일 시장을 움직일 주요 일정
목요일에는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경제 일정이 이어진다. 독일은 4월 경상수지를 발표하고, 유로존에서는 ECB의 6월 통화정책 결정과 기자회견이 예정돼 있다. 미국에서는 5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공개된다. 생산자물가지수는 기업이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하면서 받는 가격 변화를 측정하는 지표로, 향후 소비자물가와 통화정책 방향을 가늠하는 데 자주 활용된다.
부채 입찰 일정도 있다. 영국은 3년 만기 국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국채 입찰 결과는 정부 조달 비용뿐 아니라 시장의 위험회피 성향을 보여주는 단서로 작용할 수 있다.
전반적으로 시장은 중동 분쟁 확대 가능성, 미국 물가 재가열, 중앙은행 이벤트, 대형 기술주의 변동성이 동시에 겹치며 방향성을 잃은 모습이다. 단기적으로는 에너지 가격 상승이 인플레이션 기대를 자극할 수 있고, 이는 다시 금리 경로 전망을 흔들어 성장주와 기술주에 부담을 줄 수 있다. 반면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완화되거나 주요 중앙은행의 메시지가 예상보다 온건할 경우, 최근의 조정 장세는 일정 부분 진정될 가능성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