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중앙은행 총재 “환율 목표는 없다”…외환시장 개입 의지는 재확인

스위스 중앙은행(SNB)은 특정 환율 목표를 추구하지 않는다고 마르틴 슐레겔(Martin Schlegel) 총재가 2일 밝혔다. 다만 그는 필요할 경우 외환시장 개입에 나설 준비가 커졌다는 점도 거듭 강조했다.

2026년 6월 2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슐레겔 총재는 베른에서 의원들을 상대로 한 연설에서 스위스 중앙은행이 정책금리와, 필요할 경우 추가 조치를 통해 적절한 통화 여건을 유지하는 방식을 설명했다. 이 추가 조치에는 외환시장에서의 직접 개입이 포함된다. 정책금리는 중앙은행이 시중 유동성과 금리 수준에 영향을 주기 위해 설정하는 기준 금리를 뜻하며, 통화정책의 핵심 수단이다.

슐레겔 총재는 프랑스어권 등에서 흔히 사용하는 표현으로 알려진 스위스프랑실질 절상 폭이 명목 절상 폭보다 크게 낮았다고 지적했다. 실질 절상은 단순한 환율 움직임만이 아니라 물가 차이까지 반영해 한 나라 통화의 실질 구매력 변화를 살피는 개념이다. 그는 중동 지역 긴장이 고조되면서 안전자산 선호가 커졌고, 그 결과 스위스프랑에 상방 압력이 가해졌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배경이 SNB가 시장에 개입할 수 있다는 의지를 한층 높인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의미다.

슐레겔 총재는 “국가의 최선의 이익을 위한 통화정책(Monetary policy in the best interests of the country)”이라는 제목의 발표에서, 물가안정이란 건전한 제도적 틀과 좁게 정의된 통화정책 임무가 있어야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앙은행의 임무가 지나치게 넓어지면 통화정책의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으며, 반대로 명확하게 제한된 권한만이 장기적으로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보장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독립성은 통화정책이 정치적 영향으로부터 보호되도록 하는 장치라고 설명했다.

시장 측면에서 보면 SNB가 환율 목표는 없지만 필요 시 개입한다는 메시지는 스위스프랑 강세를 일정 부분 제어하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특히 지정학적 긴장 확대 국면에서는 안전자산으로서 스위스프랑 수요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어, 중앙은행의 개입 가능성은 환율 변동성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반면 목표 환율을 설정하지 않는다는 점은 스위스가 특정 수준의 통화를 방어하기보다, 물가안정과 금융 여건 조정을 우선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향후 스위스 경제 전반에서 수출 경쟁력, 수입 물가, 그리고 통화정책 기대 형성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는 대목이다.

핵심 요지는 스위스 중앙은행이 특정 환율선에 얽매이지 않으면서도, 스위스프랑 급등이 물가안정이나 경기 여건을 해칠 경우 외환시장 개입을 마다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데 있다.


정리하면, SNB는 환율 목표제와는 거리를 두되, 통화 여건이 과도하게 긴축되는 상황에서는 정책금리 조정과 외환시장 개입을 병행할 수 있다는 기존 기조를 재확인했다. 이는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스위스프랑이 강세를 보일 수 있는 만큼, 중앙은행이 시장 안정과 물가안정 사이에서 세밀한 균형을 유지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