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업종이 인공지능(AI)에 대한 기대와 두려움 사이에서 큰 변동성에 휩싸였다. 잠시 이어진 낙관론 뒤 시장은 급격히 반전됐고, 주요 소프트웨어 종목들은 하루 만에 큰 폭으로 밀리며 급등락 장세를 연출했다. 알고리즘 매매와 AI 관련 서사가 맞물리며 투자심리가 빠르게 흔들린 모습이다.
2026년 6월 2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아이셰어즈 익스팬디드 테크-소프트웨어 섹터 ETF(iShares Expanded Tech-Software Sector ETF)는 3% 하락해 전날 기록했던 6% 상승분의 절반을 반납했다. 업종 전반의 낙폭도 컸다. 아틀라시안은 8% 급락했고, 허브스팟과 옥타는 각각 7% 떨어졌다. 서비스나우와 인튜이트도 각 6% 하락했다. 루브릭과 워크데이는 5% 내렸으며, 마이크로소프트, 세일즈포스, 오라클, 데이터독, 클라우드플레어, 팔란티어 등 대형주도 3%에서 4% 사이 하락했다.
소프트웨어 주가의 이러한 급변은 시장이 ‘에이전틱 AI(agentic AI)’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에이전틱 AI는 단순히 질문에 답하는 챗봇 수준을 넘어, 여러 단계를 거치는 작업을 스스로 수행하는 자율형 AI를 뜻한다. 시장에서는 이런 AI가 업무를 대신 수행하게 되면 기업들이 기존의 다양한 소프트웨어 구독 서비스를 계속 구매할 필요가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즉, AI가 업무를 대체하면 세일즈포스나 워크데이, 아틀라시안 같은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업체의 기존 사업모델이 흔들릴 수 있다는 시각이 투자자 사이에 퍼져 있는 것이다.
그러나 월가는 전날 나왔던 엔비디아 최고경영자 젠슨 황의 발언에 한때 안도했다. 그는 소프트웨어 기업에 오히려 유리한 환경이 도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황은 발표 자리에서 “지금은 소프트웨어 회사가 되기에 정말 놀라운 시기다”라며 “많은 사람들이 에이전틱 AI가 오면 모든 소프트웨어 회사가 문을 닫게 될 것이라고 말하지만, 나는 정반대라고 본다. 에이전트가 많아질수록 세계는 더 이상 사람 수에 제한되지 않기 때문에 그 에이전트들은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도구를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의 논리는 AI 에이전트가 소프트웨어 사용량을 대폭 늘리는 ‘증폭기’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에 있다. 이 발언은 투자자들의 과도한 불안을 일시적으로 진정시켰고, 월요일에는 업종 전반이 6% 반등하는 촉매로 작용했다. 다만 그 신뢰는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사라졌다. 다음 날 나타난 광범위한 매도세에 대해 시장에서는 뚜렷한 펀더멘털 악재를 찾기 어려웠고, 오히려 시장 구조적 요인이 급락을 부추겼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미즈호의 애널리스트 다니엘 J. 오리건은 이번 하락의 원인을 AI 서사의 변화보다 프로그램 매매에서 찾았다. 그는 “이유도 맥락도 없다. 퀀트가 팩터 바스켓이나 커스텀 인덱스를 매도하는 것처럼 보인다”라고 말했다. 여기서 퀀트는 수학적 모델과 알고리즘을 활용해 자동으로 매매하는 투자 방식을 뜻하며, 팩터 바스켓은 특정 투자 요인에 따라 묶인 종목군, 커스텀 인덱스는 투자자가 정한 기준에 맞춰 구성된 맞춤형 지수를 의미한다. 오리건의 발언은 이번 매도세가 갑작스러운 AI 낙관론의 붕괴가 아니라 자동 재조정과 기계적 매매의 결과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한편 전통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AI 도입과 시장의 의구심 사이에서 고전하는 동안, 순수 AI 기업들은 빠르게 전진하고 있다. 이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앤트로픽(Anthropic, PBC)이다. 클로드(Claude) 대규모 언어모델 군으로 잘 알려진 이 스타트업은 월가 진입을 향한 첫 중대한 발걸음을 내디뎠다. 앤트로픽은 월요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기업공개(IPO)를 위한 Form S-1 초안 등록서를 비공개로 제출했다고 밝혔다. S-1은 상장 전 기업이 사업 내용과 재무정보 등을 공개하기 위해 제출하는 핵심 서류로, 통상 IPO 절차의 출발점으로 여겨진다.
앤트로픽의 IPO 추진은 현재 기술주 시장의 명확한 양극화를 보여준다. 기존의 레거시 소프트웨어와 클라우드 소프트웨어 기업들은 AI 시대에 자신의 필요성을 계속 증명해야 하는 반면, 정작 그 AI를 만드는 기업들은 막대한 자금 유입과 시장의 기대를 등에 업고 있다. 소프트웨어 업종의 단기 변동성은 앞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며, 특히 AI 에이전트의 상용화 속도와 기업들의 소프트웨어 지출 패턴이 향후 주가 방향을 가를 핵심 변수로 꼽힌다.
시장 관전 포인트는 분명하다. AI가 소프트웨어를 대체할지, 아니면 더 많이 쓰이게 만들지가 중장기 밸류에이션의 핵심이 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알고리즘 매매와 지수 리밸런싱이 주가를 흔들 수 있지만, 중기적으로는 기업들의 구독형 소프트웨어 지출이 실제로 줄어드는지 여부가 업종의 재평가를 좌우할 전망이다. 동시에 앤트로픽 같은 AI 원천기술 기업의 IPO 추진은 자본시장이 여전히 AI 성장 스토리에 높은 가치를 부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