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베트남에 15억달러 규모 반도체 시험공장 추진

하노이, 5월 27일(로이터) – 삼성전자가 베트남에 15억달러를 투자해 반도체 테스트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라고 제안 문서에 적혀 있었으며, 이는 인공지능(AI) 수요 급증으로 빚어진 글로벌 메모리칩 공급 부족 완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26년 5월 27일, 로이터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베트남 지방 당국에 4월 제출한 제안 문서에는 이 같은 투자 계획이 담겨 있었다. 해당 공장은 하노이에서 북쪽으로 약 60km 떨어진 산업단지에 들어서며, 이미 건설이 시작된 상태다. 문서에 따르면 이 공장은 2027년 11월 가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번 공장은 삼성의 베트남 내 첫 반도체 테스트 공장이 될 전망이다. AI 데이터센터 운영업체들의 메모리칩 수요가 급증하면서 스마트폰, 노트북, 자동차 등 다양한 산업에서 공급이 크게 제한되고 있다. 반도체 업계에서 테스트는 조립과 패키징이 끝난 칩에 결함이 없는지 최종적으로 점검하는 단계로, 출하 전 품질을 확인하는 마지막 관문이다.

문서에 따르면 이 공장은 레거시 칩, 즉 최신 AI 칩이 아닌 기존 세대의 메모리칩 생산에 집중할 예정이다. 레거시 칩은 AI 공급망에서 핵심은 아니지만, 주요 생산업체들이 AI 칩 생산에 더 많은 설비를 배정하면서 오히려 이들 성숙 메모리칩도 심각한 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 일반 독자에게 생소할 수 있는 DRAM은 전원이 꺼지면 저장 내용이 사라지는 휘발성 메모리이며, NAND는 전원이 없어도 데이터가 남는 저장형 메모리다. 이 두 품목은 스마트폰, PC, 서버, 차량용 전자장치 등 광범위한 기기에 쓰인다.

제안서에 따르면 새 공장의 연간 생산능력은 DRAM 1533억Gb, NAND 메모리 2556억Gb에 달할 전망이다. 해당 문서는 새 부지의 환경 인허가를 받기 위해 제출된 것으로, 삼성의 투자 규모와 생산능력, 생산 일정에 대한 구체적 수치가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삼성전자는 이에 대한 논평을 거절했다.

공장이 들어서는 산업단지를 보유한 타이응우옌성 인민위원회도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다만 베트남 기업들은 환경허가가 완전히 나오기 전이라도 부지 정지 등 초기 공사를 먼저 시작하는 경우가 흔하다. 업계 관행상 인허가 절차와 실제 공사가 병행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 사안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실명 공개를 원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4월 이후 최소 200명 이상의 삼성 엔지니어와 직원이 이미 공사 현장에서 근무해 왔다고 말했다. 로이터 기자들이 이번 주 현장을 방문했을 때에는 대형 건설 장비와 작업자들이 확인됐으며, 경비원도 이 부지에 삼성 반도체 공장이 들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그룹은 이미 수십 년에 걸쳐 230억달러 이상을 베트남 내 여러 시설에 투자해 온 최대 외국인 투자자다. 이번 새 공장은 삼성전자가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생산하는 대형 복합단지 인근에 건설되고 있다. 이는 베트남이 단순한 조립기지를 넘어 반도체 후공정 거점으로도 위상을 강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반도체 후공정은 칩을 실제로 생산하는 전공정보다 인력 의존도가 높고 기술 난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분야다. 베트남에는 인텔, 암코 테크놀로지, 하나마이크론 등 다국적 기업의 조립·패키징·테스트 공장이 이미 자리하고 있다. 이번 삼성의 신규 투자도 이러한 산업 생태계를 한층 확장시키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문서에 따르면 삼성은 향후 이 사업에서 최대 약 25억달러까지 이익을 재투자해 두 번째 공장 건설을 추진할 뜻도 갖고 있다. 다만 현재 공장이 필요한 모든 허가를 이미 받았는지, 아니면 당국과의 협의가 여전히 진행 중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베트남에서는 기업들이 환경허가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건설 부지에서 초기 토목작업을 시작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번 투자 계획은 글로벌 AI 인프라 확장과 함께 메모리 반도체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읽힌다. AI 서버 증설이 이어지는 가운데 DRAM과 NAND 같은 범용 메모리의 수급은 더욱 빡빡해질 수 있으며, 이는 스마트폰·PC·자동차 전장 부품 등 하위 수요처의 가격과 조달 일정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삼성과 같은 대형 업체가 후공정 능력을 확대하면, 베트남은 아시아 반도체 공급망에서 더 중요한 연결 고리로 부상할 전망이다.

이번 공장은 이미 조립·패키징된 반도체의 최종 검사를 담당하는 후공정 시설이라는 점에서, 완제품 출하 안정성과 품질 확보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반도체 업계에서 후공정은 전공정 대비 대규모 장비 투자 부담은 낮지만, 대량 처리와 품질 관리 능력이 핵심이기 때문에 안정적인 생산 기반을 갖춘 국가에 유리하다. 베트남이 대형 글로벌 기업들의 시험·패키징 거점으로 자리잡는 흐름은 향후 추가 투자 유치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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