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15년 만에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낸 광산 참사에 대한 초기 조사에서 표시되지 않은 갱도, 추적기 미지급, 가짜 문 등이 드러났다고 관영 매체가 26일 보도했다. 중국 정부는 이번 사고와 관련해 “한 치의 빈틈도 남기지 않고 조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2026년 5월 27일, 로이터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금요일 밤 중국 북부 산시성(山西省) 석탄광산인 류슌위 광산(Liushenyu mine)에서 가스 폭발이 발생해 최소 82명이 숨졌으며, 2명은 아직 실종 상태다. 또 128명은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고 관영 매체는 전했다. 산시성은 중국에서도 석탄 생산이 집중된 지역으로, 대형 광산이 밀집해 있다.
이번 폭발은 중국에서 2009년 헤이룽장성 신싱광산(Xinxing Mine) 가스 폭발로 108명이 사망한 이후 가장 치명적인 광산 사고다. 당시 사고는 중국 광산 안전관리 체계의 허점을 드러낸 대표적 사례로 꼽혔고, 이번 참사는 다시 한 번 광산 안전과 불법 생산 관행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사고 원인은 아직 조사 중이지만, 신화통신은 화요일 초기 조사에서 은폐된 채굴 갱도, 허위 도면, 그리고 외주·미등록 광부가 치명적 사고의 배경으로 지목됐다고 전했다. 특히 이들 노동자에게는 사고 시 위치 파악에 필수적인 생명보호용 위치 추적기가 지급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위치 추적기는 갱내에서 광부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해주는 장치로, 비상 상황에서 구조 시간을 줄이는 핵심 안전 설비다.
‘음양 도면’과 가짜 문
신화통신에 따르면, 광산을 통제하는 산시 퉁저우 석탄코크스 그룹(Shanxi Tongzhou Coal Coking Group)은 실제 운영 상황에 맞는 도면과, 당국 점검에 대응하기 위한 별도의 도면·감시 체계를 각각 유지해 왔다. 이 가운데 일부 채굴 구역은 규제 당국의 감시망 밖에 숨겨져 있었다. 회사 관계자들은 관영 매체 보도에 따르면 이미 구금된 상태여서 로이터는 직접 접촉하지 못했다.
중국 광산업계에서는 이러한 두 개의 도면을 통상 “음양 도면(yin-yang drawings)”이라고 부른다. ‘양(陽)’ 도면은 검사관이 볼 수 있도록 공개되는 반면, ‘음(陰)’ 도면은 실제 은폐된 작업구역을 담고 있어 당국의 감시를 피하는 데 사용된다. 이는 외형상 정상 운영처럼 보이게 하면서 실제로는 불법 생산을 지속하는 방식으로, 중국의 석탄광산 곳곳에서 수익을 우선시하는 관행으로 반복돼 왔다고 국가 광산안전관리국은 밝힌 바 있다.
신화통신은 또 류슌위 광산이 철망과 몰탈을 뿌린 직조 플라스틱 포대를 사용해, 광산 터널의 암벽처럼 보이는 가짜 문을 만들었다고 전했다. 작업자들은 외부 인물로부터 감독관 방문 사실을 미리 전달받으면 가짜 문을 닫고, 그 위에 석탄재를 발라 실제 갱도 벽과 구분되지 않도록 위장했다고 한다. 이러한 방식은 단속을 피하기 위한 전형적 은폐 수법으로, 현장 안전 점검을 무력화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숨겨진 갱도에서 나온 석탄은 공식 생산량에 포함되지 않고 세금도 부과되지 않았다.”
이처럼 비공식 생산은 기업의 수익을 키우는 반면, 국가의 통계와 세수에는 반영되지 않는다. 동시에 안전설비 설치와 점검 의무가 빠지기 쉬워, 사고 위험을 크게 높이는 구조적 문제로 이어진다.
추적기 누락, 경보 장치 미설치
당국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광산 운영자는 외주 인력을 고용해 은폐된 갱도에서 일하게 하면서도, 법이 요구하는 신원·위치 추적기를 지급하지 않았고 공식 입·출입 기록에도 올리지 않았다고 신화통신은 보도했다. 추적기가 장착됐다면 당국은 갱내 광부들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었고, 구조 작업은 물론 비상 상황 대응도 훨씬 수월했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관영 CCTV가 월요일 방영한 영상에 따르면, 폭발이 발생한 지난 금요일 공식 기록상으로는 지하에 들어간 노동자가 124명뿐이었지만, 실제로는 247명이 광산에서 일하고 있었다. 즉, 123명이 공식 감시 대상에서 벗어난 채 은폐된 갱도에서 일한 셈이다. 이 같은 정보 불일치는 구조 당국이 정확한 인원과 위치를 파악하는 데 큰 장애가 되고 있다.
사고 수습에 대한 어려움도 커지고 있다. 정확한 도면과 광부들의 위치 정보가 부족해 구조 작업이 심각하게 지연되고 있다고 관영 매체는 전했다. 특히 류슌위 광산은 가스 위험이 높은 ‘고가스 광산’으로 분류돼 있었지만, 당국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오히려 가스 모니터링 장비 설치를 의도적으로 회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스 모니터링 장비는 메탄 등 폭발 위험 가스 농도를 실시간 감시해 폭발 사고를 예방하는 핵심 안전 장치다.
이 같은 문제는 사고 이전부터 당국이 인지하고 있었던 사안이었다. 신화통신은 2025년 해당 광산 운영자가 은폐된 작업면이 적발돼 벌금을 부과받았지만, 처벌이 실질적 억지력을 발휘하지 못했고 회사는 이후에도 불법 생산을 계속했다고 전했다. 이는 단속과 제재가 반복돼도 현장 관행이 바뀌지 않는 중국 광산업의 고질적 문제를 보여준다.
이번 사고 이후 중국 내 일부 광산은 안전 점검을 위해 생산을 중단하거나 감산한 상태다. 대형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중국 당국은 일시적으로 단속 강도를 높여 왔지만, 업계 전반의 구조적 개선이 뒤따르지 않으면 유사 사고가 재발할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석탄은 중국 전력 공급의 핵심 에너지원인 만큼, 광산 안전 강화는 단순한 지역 이슈를 넘어 에너지 공급 안정성과도 직결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가 중국의 석탄 생산과 광산 안전 규제 전반에 압박을 가할 수 있다고 본다. 안전 규정 준수 비용이 증가하고 조사 강도가 높아질 경우, 단기적으로는 일부 광산의 생산이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불법 채굴과 은폐 관행이 계속된다면, 대규모 인명 피해와 생산 차질이 반복될 수 있어 규제 실효성과 현장 감독 강화가 향후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핵심 쟁점은 단순한 사고 원인 규명을 넘어, 불법 채굴, 은폐 도면, 안전장비 미설치, 감독 회피가 어떻게 결합해 대형 참사로 이어졌는지 밝히는 데 있다. 중국 정부의 조사 결과는 향후 광산 안전정책과 단속 기조, 나아가 석탄 산업 전반의 비용 구조와 생산 방식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