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에서 열린 2026년 IISS 샹그릴라 대화는 방위비 증액, 중국의 아시아·태평양 내 위상,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얻은 교훈이 핵심 의제로 부상한 자리였다. 2026년 5월 29일부터 31일까지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개최된 이번 회의에는 세계 각국 정상, 국방 당국자, 주요 기업 임원들이 참석했다.
2026년 5월 31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회의에서는 각국이 자국 방위를 위해 더 많은 예산을 써야 한다는 인식이 전반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분위기가 확인됐다. 일본, 필리핀, 네덜란드 등은 방위비 증액 계획을 내놓고 있으며, 미국 전쟁장관 피트 헤그세스는 5월 30일 연설에서 각국이 국내총생산(GDP)의 최소 3.5%를 국방에 써야 한다고 말했다. GDP는 한 나라에서 일정 기간 생산된 재화와 서비스의 총가치를 뜻하는 지표다. 뉴질랜드 역시 3.5% 기준에는 못 미치지만 국방 지출을 늘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수년 전부터 이 같은 방위비 확대를 압박해 왔으며, 처음에는 많은 국가가 반발했으나 이제는 적어도 공개적으로는 이를 수용하는 분위기다. 네덜란드의 디란 예실괴즈-제게리우스 부총리는 미국이 각국에 더 많은 방위비 지출을 요구하는 것이 “옳다”고 말하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네덜란드 여론의 계산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캐나다 합참의장 제니 카리냥은 “어느 한 나라가 혼자 모든 것을 할 수는 없다”며, 서로의 역량을 보완하기 위해 함께 모일 수 있는 능력이 매우 중요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자국 방위 역량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두 해 연속 국방장관 대신 저위급 대표단 파견
이번 회의가 시작되기도 전부터 중국이 2년 연속 국방장관을 보내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 큰 관심을 모았다. 베이징 대표단은 중국인민해방군 국방대학의 멍샹칭 소장이 이끌었다. 싱가포르 샹그릴라 대화는 아시아 최고 수준의 다자 안보 회의 중 하나로 꼽히며, 통상 각국 국방장관과 군 수뇌부가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누는 자리다. 이런 맥락에서 장관급 대표단이 빠진 것은 중국이 고위급 대화 의지를 낮게 보였다는 해석을 낳았다.
중국 국방부장 둥쥔의 부재는 현장에서도 적지 않은 언급을 불렀다. 헤그세스는 “내 상대가 이 회의에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나중에 다른 자리에서 만나 소통할 기회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일본의 신지로 고이즈미 방위상도 둥쥔이 회의에 나오지 않은 점이 “슬프다”고 표현하며 베이징과의 더 많은 대화를 촉구했다. 독일의 카르스텐 브로이어 합참의장도 중국이 장관급 대표단을 보내지 않음으로써 대화의 기회를 놓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필리핀은 더 노골적으로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길베르토 테오도로 필리핀 국방장관은 CNBC에 “중국의 존재는 사실상 최소한으로 줄어들었고, 건설적으로 관여하기보다는 당의 입장을 홍보하는 데 가까워 보인다”며 “나로서는 큰 손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중국 대표단과 각국의 공방 격화
저위급 대표단이라고 해서 중국 측의 반박이 약해진 것은 아니었다. 멍샹칭 소장은 회의 세션에서 일본의 방위비 증액과 무기 수출 확대를 비판하며, 아시아 국가들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행적을 고려할 때 일본의 재군사화를 신뢰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중국 측 전직 관리들도 강경한 태도를 유지했다. 전 외교부 부부장인 추이톈카이는 양안 긴장에 대해 중국의 입장을 거듭 강조하며, 대만해협 양측의 문제는 중국의 영토 보전과 국가 통일에 관한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대만해협의 안정에 중국만큼 더 관심을 갖는 곳은 없다. 대만해협 양쪽은 모두 중국 영토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공세는 중국만의 몫이 아니었다. 일본의 고이즈미 방위상은 중국의 군비 증강에 투명성이 부족하다고 비판했고, 헤그세스는 중국의 군사력 확대를 두고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정당한 우려”가 존재한다고 경고했다. 테오도로 필리핀 국방장관은 가장 강경한 발언을 내놓으며 중국의 팽창주의가 계속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들은 팽창주의에 대해 전혀 뉘우치지 않고 있고, 멈추지 않고 있다. 이를 부인하는 것은 완전히 부정직한 일”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바꾼 안보 사고
우크라이나 전쟁은 국제사회에서 여전히 강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더 크고 자원이 풍부한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 우크라이나가 전개하는 전쟁 방식은 각국이 면밀히 검토하는 대상이 됐다. 이른바 비대칭전은 세계적인 방위 전략을 바꿔 놓은 핵심 개념으로 떠오르고 있다. 비대칭전은 전력과 자원이 우세한 상대를 상대로, 드론·기동성·분산 운용 등 상대적 약점을 활용해 대응하는 전쟁 방식을 뜻한다.
전 우크라이나 외무장관 파블로 클림킨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와 우크라이나 주변에서 얻는 교훈에 대한 관심이 매우 크다”며 “우선은 비대칭 억지와 비대칭 전투가 중요하다는 이해가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이번 전쟁에서 걸린 것은 안보 전체의 의미다. 유럽과 그 주변, 즉 우크라이나가 속한 안보 질서가 존재하는지, 그리고 미래 안보 구조 안에서 이를 어떻게 고칠 것인지가 문제”라고 밝혔다.
필리핀은 우크라이나의 전술을 참고하면서 방위비를 늘리고 있으며, 네덜란드의 온노 아이헐스하임 합참의장은 우크라이나 자문단이 실제로 자국과 함께 일하며 어떤 방식이 자원 배분에 도움이 되는지, 또 무엇을 배제해야 하는지 평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전장에서 검증된 전술과 드론 운용, 탄약 소모, 방공 체계, 지휘 통제 방식이 각국의 국방 투자 방향을 재조정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아시아 안보 질서와 향후 파장
이번 샹그릴라 대화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안보 환경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준 행사였다. 각국이 국방비를 늘리는 흐름은 단기적으로는 방산 투자와 무기 조달 수요를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전투기, 미사일 방어체계, 감시·정찰 장비, 무인체계, 통신망 등에서 예산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방위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동시에 중국의 고위급 불참은 역내 군사 신뢰 구축과 위기 관리 논의에 부담을 줄 수 있어, 향후 외교·안보 채널의 복원 여부가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아울러 우크라이나 전쟁의 교훈이 동아시아와 유럽의 방위 전략에 동시에 반영되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이는 대형 재래식 전력만이 아니라 드론, 분산형 방어, 자율체계, 전자전과 같은 신개념 전력에 대한 투자를 더욱 촉진할 수 있다. 결국 이번 회의는 방위비 확대, 중국 견제, 우크라이나식 전쟁 교훈이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되며, 향후 국제 안보 환경과 방위산업의 방향을 좌우할 핵심 화두가 되고 있음을 드러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