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법원, 트럼프 시절 정책 근거한 웨스트포인트 교수 발언 제한 중단

미국 연방법원이 웨스트포인트 미 육군사관학교의 교수 발언 제한 정책 집행을 막았다. 이번 결정은 군사 교육 현장에서 표현의 자유와 교육 과정의 자율성이 어디까지 보장되는지에 대한 더 큰 논쟁으로 번지고 있다.

2026년 5월 26일, 로이터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뉴욕주 화이트플레인스의 캐시 시벨 연방지방법원 판사는 화요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도입된 정책에 따라 웨스트포인트가 교수들의 발언을 제한하는 것을 막는 예비 금지명령을 내렸다. 예비 금지명령은 본안 판결이 나올 때까지 일시적으로 특정 행위를 중단시키는 법원 명령으로, 이번 사건에서는 학교 측의 정책 집행을 우선 정지시키는 효력을 갖는다.

이번 소송은 9월 제기된 집단소송의 일부로, 민간인 법학 교수인 팀 바켄(Tim Bakken)이 웨스트포인트가 헌법 수정헌법 제1조에 위배되게 발언을 검열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수정헌법 제1조는 미국에서 언론·표현·종교의 자유를 폭넓게 보호하는 조항이다. 바켄은 웨스트포인트가 민간 교수들에게 공개 발언이나 공식 신분으로 글을 발표하기 전에 사전 승인을 받도록 한 2025년 2월 정책과, 수업에서 개인 의견을 공유하는 것을 금지한 2025년 8월 지침을 문제 삼았다.

시벨 판사는 웨스트포인트가 2025년 2월 정책을 모든 민간인 교수에게 적용하는 것을 차단했으며, 바켄이 자신이 가르치는 과목과 관련해 학생들에게 자신의 의견을 밝히는 것까지 제한해서는 안 된다고 판시했다. 판사는 “

웨스트포인트 생도들은 이미 정의상 똑똑하고, 강인하며, 애국적이다. 그들은 논쟁적인 쟁점이나 상반된 견해를 배우는 것만으로 어딘가 해를 입을 눈송이들(snowflakes)이 아니다

”라고 적었다. 미국에서 ‘snowflakes’라는 표현은 비판이나 반대 의견에 쉽게 상처받는 사람을 비꼬는 말로 쓰인다.

판사는 또 바켄이 제출한 증거를 근거로, 이번 정책 변화가 교수들의 발언을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견해와 일치시키고, 그가 2025년 1월 서명한 행정명령을 따르도록 압박하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지적했다. 해당 행정명령은 웨스트포인트와 다른 미국 군사사관학교들이 일부 “비미국적, 분열적, 차별적, 급진적, 극단적, 비이성적 이론”을 홍보하는 것을 금지했다. 또한 미국의 건국 문서가 인종차별적이거나 성차별적이라고 가르치는 것을 금지하고, 미국과 건국 문서가 여전히 선한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도록 했다.

시벨 판사는 이러한 제한을 민간인 교수들의 발언에 대한 “광범위하고 기준도 없는” 개입이라고 규정하며, 수정헌법 제1조가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위반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임명한 시벨 판사는, 학생 토론을 제한하는 조치가 “국가의 미래 군 지휘관들을 준비시키는 것이 임무라면 전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도 밝혔다. 군사 교육기관이 장차 지휘관이 될 생도들에게 다양한 관점과 논쟁적 주제를 접하게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웨스트포인트는 성명을 통해 미 법무부(DOJ) 소속 변호사들과 다음 대응 방안을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군사 교육기관이라 하더라도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는 점을 재확인한 사례로 평가된다. 향후 본안 심리에서 같은 판단이 유지될 경우, 웨스트포인트를 포함한 미 군사 교육기관 전반의 강의·연구·공개 발언 정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민간 교수와 군사 교육의 경계가 어디까지 허용되는지에 관한 기준이 더 엄격해질 가능성이 있어, 미국 내 고등교육과 공공기관의 발언 규제 논쟁에도 파장이 번질 전망이다.

바켄의 변호인인 조너선 골드먼스티븐 버그스타인은 공동 성명에서 이번 판결을 “학계에서 표현의 자유를 강력하게 지지하는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이들은 또 “

수정헌법 제1조는 웨스트포인트 안팎의 우리 모두를 보호한다

”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