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법원, 텍사스 이민자 체포법 핵심 조항 집행 중단

미 연방법원이 텍사스주가 불법 입국 의심자를 체포하고 추방할 수 있도록 한 법의 핵심 조항 집행을 막았다.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있는 연방지방법원데이비드 에즈라(David Ezra) 판사는 14일, 텍사스 당국이 해당 법의 주요 부분을 집행하지 못하도록 하는 예비금지명령(preliminary injunction)을 내렸다. 예비금지명령은 본안 판단이 끝나기 전까지 특정 법이나 조치의 시행을 임시로 멈추게 하는 법원 명령이다. 2026년 5월 15일, 로이터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결정은 미국시민자유연맹(ACLU)과 그 밖의 단체들이 제기한 집단소송 요청에 따른 것이다.

공화당 소속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임명한 에즈라 판사는, 텍사스 주법이 연방법에 의해 선점(preempted)됐으며, 이민·귀화·추방을 통제할 수 있는 연방정부의 오랜 권한을 부당하게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그는 판결문에서 “

가장 넓은 수준에서 SB 4는 연방 이민법과 충돌한다. 주 공무원들에게 연방의 감독 없이 연방법 집행 권한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라고 밝혔다. 여기서 SB 4는 텍사스주가 추진한 이민 단속법을 뜻하며, 불법 입국과 재입국 등에 대해 주 차원의 형사 처벌과 체포 권한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번 소송은 2023년 제정된 해당 법이 시행되기 전에 일부 조항을 막기 위해 지난주 제기됐다. 앞서 4월에는 연방 항소법원이 조 바이든 전 대통령 행정부 시절 내려졌던 기존의 금지명령을 뒤집으면서, 공화당이 지지한 SB 4가 집행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바이든 행정부가 제기했던 이 법에 대한 소송을 철회했다. 이민자 권익 단체들이 소송을 이어갔지만, 제5연방항소법원은 이들 단체가 소송을 계속할 법적 자격, 즉 standing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ACLU의 지원을 받는 새로운 소송은, 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는 비시민권자들을 대신해 소송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해당 쟁점을 보완했다. 이 법은 금요일 발효될 예정이었다. 특히 문제가 된 네 가지 핵심 조항에는, 추방된 뒤 다시 미국에 들어오는 사람을 주 범죄로 처벌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 조항은 나중에 연방정부의 허가를 받아 재입국했거나, 이후 영주권(green card)을 취득한 경우에도 적용될 수 있어 논란이 컸다. 또한 텍사스의 치안판사(magistrate judges)에게 추방 명령을 내릴 권한을 부여하는 조항도 포함돼 있다. 일반적으로 치안판사는 체포영장, 보석, 예비 심리 등 절차를 담당하는 사법관을 뜻하지만, 이 법은 이민 추방과 관련한 권한까지 넓히려 했다는 점에서 충돌이 불가피했다.

원고 측 변호인단은 공동 성명을 통해 에즈라 판사의 결정을 환영했다. 이들은 “

텍사스는 미국 헌법을 무시할 수 없으며, 그렇게 하려는 시도에 시간과 자원을 낭비하는 일을 멈춰야 한다

”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텍사스의 강경한 이민 단속 정책이 연방정부의 권한과 충돌할 수 있음을 다시 한 번 보여준다. 향후 본안 재판에서 예비금지명령이 유지될 경우, 텍사스의 불법 입국 단속과 주 차원의 추방 절차 추진은 상당한 제약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반면 법원의 판단이 뒤집힐 경우, 주 정부의 이민 단속 권한 확대가 다시 속도를 낼 수 있어 관련 정치·법률 갈등은 이어질 전망이다.


텍사스 이민자 체포법 SB 4는 미국-멕시코 국경을 통한 불법 입국을 단속하기 위해 주 정부가 직접 개입할 수 있도록 설계된 법이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이민 통제가 기본적으로 연방정부 권한이라는 점이 헌법과 판례를 통해 확립돼 있어, 주 정부의 독자적 집행이 가능한지 여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번 판결은 단순한 지역 법률 분쟁을 넘어, 향후 미국의 이민 정책, 주정부 권한 확대, 국경 단속 강화 논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