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지수(DXY)가 미국의 견조한 4월 소매판매 지표에 힘입어 상승했다고 14일(현지시간) 시장이 전했다. 달러지수는 이날 2주 만의 최고치로 올라 0.10% 상승했다. 여기에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 진전 조짐까지 더해지며 달러 강세가 이어졌다.
2026년 5월 14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로이터통신은 미국과 중국이 각국이 약 300억달러 규모의 품목을 지정해 국가안보를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관세를 완화할 수 있는 잠재적 틀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소식이 무역 긴장 완화 기대를 높이며 달러에 우호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해석했다.
미국의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1만2,000건 늘어난 21만1,000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시장 예상치인 20만5,000건보다 다소 높은 수준으로, 노동시장이 기대보다 약간 둔화된 것으로 읽힌다.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미국 경기와 고용 여건을 가늠하는 대표적 지표로, 수치가 늘면 해고가 증가했거나 노동시장 둔화 신호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다.
4월 미국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5% 증가해 예상과 정확히 일치했다. 자동차를 제외한 소매판매도 0.7% 늘어나며 역시 시장 전망에 부합했다. 소매판매는 미국 소비 흐름을 보여주는 핵심 지표로, 미국 경제의 약 70%를 차지하는 소비가 여전히 버티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 때문에 이번 지표는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기대를 다소 제한하는 재료로도 작용했다.
한편 4월 수입물가지수에서 석유를 제외한 수치는 전월 대비 0.7% 상승해, 예상치 0.5%를 웃돌았다. 수입물가는 미국 내 물가 압력의 선행 신호로 해석될 수 있어, 예상보다 높은 수치는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가 충분히 빠르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를 키운다. 이에 따라 스왑시장은 6월 16~17일 열리는 다음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25bp 금리 인하가 단행될 가능성을 4% 수준으로 반영하고 있다. 여기서 bp는 베이시스포인트의 약자로, 1bp는 0.01%포인트를 뜻한다.
외환시장에서 유로/달러(EUR/USD)는 이날 1주 만의 최저치로 내려가며 0.12% 하락했다. 달러 강세가 유로화 약세를 이끈 가운데, 유럽중앙은행(ECB) 정책위원인 마르틴스 카작스의 매파적 발언이 유로 약세를 일부 제한했다. 카작스 위원은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인플레이션 기대가 악화하면 ECB가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마르틴스 카작스 ECB 정책위원: “석유 가격이 높아지고 있고, 점차 물가를 밀어 올리기 시작하는 것이 보인다. 인플레이션 기대가 악화되기 시작하면 ECB는 금리를 인상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스왑시장은 다음 6월 11일 정책회의에서 ECB가 25bp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을 82%로 반영하고 있다. 유럽의 통화정책이 여전히 긴축 성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전망은 유로화 하락폭을 일부 완충하는 요인이다.
달러/엔(USD/JPY)은 이날 0.02% 상승했다. 엔화는 달러 대비 2주 만의 최저치로 밀렸다. 일본 닛케이 주가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안전자산으로서 엔화에 대한 수요가 줄어든 것이 배경으로 꼽힌다. 다만 일본은행(BOJ) 이사 마스 가즈유키의 매파적 발언과 함께 10년 만기 일본국채(JGB) 금리가 이날 2.641%로 29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엔화 약세는 일부 제한됐다.
일본국채는 일본 정부가 발행하는 채권이며, 그 수익률은 일본의 통화정책 방향과 시장의 금리 기대를 반영하는 지표로 자주 활용된다. 국채 금리가 오르면 통상 엔화 강세 기대가 일부 살아날 수 있다. 또 이날 미국 국채 금리(T-note 수익률)가 낮아진 점도 엔화에는 지지 요인으로 작용했다.
마스 가즈유키 BOJ 이사: “통계 데이터가 경기 둔화의 분명한 신호를 보여주지 않는다면, 가능한 한 빠른 시기에 정책금리를 올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시장에서는 다음 6월 16일 정책회의에서 BOJ가 25bp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을 76%로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이 같은 기대는 엔화에 구조적인 지지 요인을 제공하지만, 글로벌 위험선호 심리가 살아날 경우 단기적으로는 약세 압력이 이어질 수 있다.
귀금속 시장에서는 6월물 COMEX 금이 이날 15.40달러 하락한 0.33% 약세를 보였고, 7월물 COMEX 은은 4.588달러 급락한 5.13% 하락세를 나타냈다. 금과 은은 달러지수 상승과 함께 압박을 받았다. 달러가 강해지면 달러 표시 자산인 금과 은의 해외 구매 비용이 높아져 가격에 부담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또한 S&P 500 지수가 이날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안전자산 수요가 줄어든 점도 귀금속 약세를 키웠다. 여기에 ECB와 BOJ 인사들의 매파적 발언이 더해지며 시장은 글로벌 통화정책이 여전히 긴축 쪽으로 기울 수 있다는 신호를 다시 반영했다. 통상 금과 은은 금리 상승 기대가 높아질수록 이자수익이 없는 자산이라는 점에서 상대적 매력이 약해진다.
다만 지정학적 불확실성은 귀금속의 하방을 완전히 막고 있다. 미국과 이란이 전쟁 종식을 위한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면서 중동에서의 재충돌 가능성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는 안전자산 선호를 자극할 수 있는 요인이다. 은 가격은 최근 구리 급등의 연장선상에서도 일부 지지를 받고 있다. 수요일 구리는 중동산 황 공급 차질 우려 속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호르무즈 해협 폐쇄에 따른 공급 압박이 일부 글로벌 구리 광산의 생산 전망을 위협하고 있다. 황은 전 세계 구리 생산의 약 6분의 1을 처리하는 데 사용된다.
최근 귀금속 펀드의 자금 이탈도 가격에는 부담이다. 금 상장지수펀드(ETF)의 롱 포지션은 2월 27일 3년 6개월 만의 최고치를 찍은 뒤 3월 31일 5개월 만의 최저치로 떨어졌다. 은 ETF의 롱 포지션도 12월 23일 3년 6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한 뒤, 지난 화요일 9개월 만의 최저치로 낮아졌다. 시장 참가자들이 차익 실현과 위험 축소에 나서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반면 중앙은행의 금 매수는 금 가격에 긍정적이다. 지난주 보도에 따르면 중국인민은행(PBOC)의 외환보유액 중 금 보유량은 4월에 26만 온스 늘어난 7,464만 트로이온스로 집계됐다. 이는 1년 만의 최대 월간 증가이자 18개월 연속 금 보유를 확대한 것이다. 중앙은행의 꾸준한 매입은 금 시장의 구조적 수요를 떠받치는 핵심 요인으로 평가된다.
이번 흐름을 종합하면, 미국의 견조한 소비지표와 예상보다 강한 물가 압력이 달러 강세를 지지하는 가운데, 연준의 조기 금리 인하 기대는 후퇴하는 양상이다. 동시에 ECB와 BOJ의 매파적 시그널은 유로와 엔의 낙폭을 일부 제한하고 있으나, 외환시장의 중심축은 당분간 미국 경제지표와 달러 흐름에 더 크게 기울 가능성이 있다. 귀금속은 달러 강세와 위험선호 확대에 눌리지만, 중동 지정학 리스크와 중앙은행 매수세가 하단을 방어하는 구도다. 투자자들은 향후 6월 주요 중앙은행 회의와 물가·고용 지표에 따라 달러, 엔, 유로, 금, 은의 방향성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