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알라룸푸르, 5월 20일(로이터) – 미국은 말레이시아 국영 통신기업 텔레콤 말레이시아(TM)의 고위 직원 3명을 상대로, 2천만 달러가 넘는 자금을 부정 유용한 혐의를 적용했다고 미국 법무부(DOJ)가 화요일 밝혔다.
기소 대상은 모드 하피즈 록먼(Mohd Hafiz Lockman), 모드 유자이미 유소프(Mohd Yuzaimi Yusof), 칸흐 트엉 응우옌(Khanh Thuong Nguyen)으로, 이들은 TM의 미국 자회사에서 고위 임원으로 근무한 인물들이다. 2020년 7월부터 2026년 2월 사이 여러 차례에 걸쳐 허위 진술과 위조 기록을 사용해 회사 자금을 빼돌리고, 미국 내 거래 상대방, 공급업체, 감사인, 상급자들을 속인 혐의를 받고 있다.
2026년 5월 20일, 로이터의 보도에 따르면 FBI 샌프란시스코 지부의 제임스 C. 버너클 주니어(James C. Barnacle, Jr.) 부국장은 성명을 통해 “이들 3명은 자신들의 금융적 이익을 위해 기업 기록을 위조한, 계획적이고 치밀한 횡령 계획을 수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통용되는 와이어 사기(wire fraud)는 전자적 통신 수단을 이용한 사기행위를 뜻하며, 가중 신원도용(aggravated identity theft)은 다른 사람의 신원을 불법으로 사용해 범죄를 저지르는 행위다. 한국 독자에게는 다소 낯선 용어지만, 이번 사건은 단순한 회계 부정이 아니라 전자 송금과 신원 위조가 결합된 복합 사기라는 점에서 무게가 크다.
모드 하피즈는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체포됐고, 나머지 두 피고인은 지난달 당국에 자진 출두했다. 미 법무부는 이들에게 공모에 의한 와이어 사기, 와이어 사기, 가중 신원도용 혐의를 적용했다고 밝혔다. 세 사람은 현재 즉각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고, TM 역시 논평 요청에 즉시 응답하지 않았다.
미 법무부는 회사가 범행을 자체 신고하고 수사 협조를 약속했다는 이유로, TM 자체에 대해서는 기소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기업이 내부 범죄를 먼저 자진 신고할 경우 형사처벌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협력을 유도하는 최근 정책 기조와도 맞닿아 있다. 로이터는 지난 3월 법무부가 기업들의 범죄 은폐보다 자진 신고를 장려하는 정책을 추진 중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미국 기소장에 따르면, 피고인들은 TM의 자금 수백만 달러를 자신들이 통제하는 은행 계좌로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한 사례에서는 TM이 미국의 한 다국적 기업에 8테라바이트(TB)의 용량을 5,400만 달러에 판매하도록 승인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지만, 실제 구매된 것은 6테라바이트뿐이었다. 테라바이트는 대규모 데이터 저장·전송 용량을 나타내는 단위로, 통신·데이터 인프라 거래에서 중요한 기준이다.
이후 피고인들은 남은 용량을 다른 회사들에 다시 판매한 뒤, 그 불법 매각 대금을 자신들이 만든 가짜 법인(sham entity)을 통해 유통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법무부는 이 과정에서 발생한 자금 흐름이 정교하게 위장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들은 케이블 구매 비용을 부풀려 거의 290만 달러에 달하는 지급금을 자신들이 통제하는 계좌로 돌린 혐의도 받고 있다. 여기에 더해 허위 작업 경비를 청구해 환급을 챙겼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케이블 구매와 관련한 부풀리기는 통신 인프라 사업에서 자주 문제가 되는 전형적 유형의 사기 수법으로, 실제 비용보다 높은 금액을 청구해 차액을 빼돌리는 방식이다.
세 사람은 또 직원과 인턴을 가장해 급여를 가로챘으며, 한 차례는 인공지능(AI) 보조 사칭자를 이용해 인사 담당자를 속인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는 최근 기업 범죄 수사에서 AI가 위장과 신원 사칭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보여주는 사례다. 다만 이번 사건의 본질은 기술 그 자체보다, 고위 임직원의 신뢰를 악용한 조직적 횡령과 사기 구조에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시장과 업계에 미칠 영향 측면에서 보면, 이번 기소는 글로벌 통신·인프라 기업들의 내부통제 강화 필요성을 다시 부각시키는 사건이다. 특히 해외 자회사를 운영하는 기업들은 회계 기록, 재고·용량 관리, 인사 검증 절차, 공급망 정산 체계에서 더욱 엄격한 감시가 요구될 것으로 보인다. TM가 자체 신고를 통해 기소를 피한 점은 기업들에게 내부 고발과 자진 신고가 향후 법적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동시에 통신 용량, 케이블 계약, 인력 급여와 같은 운영 전반에서 부정행위가 발생할 경우 그 규모가 수천만 달러로 커질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국제 기업들의 감사 체계와 컴플라이언스 비용은 한층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이들 3명은 자신들의 금융적 이익을 위해 기업 기록을 위조한, 계획적이고 치밀한 횡령 계획을 수행한 것으로 보인다.” – FBI 샌프란시스코 지부 제임스 C. 버너클 주니어 부국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