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평화 협상 진전 속 달러 약세

미국과 이란 간 평화 협상이 진전되고 있다는 신호가 이어지면서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 안전자산 선호가 약해진 데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가 이날 사상 최고치로 뛰어오르며 달러에 대한 유동성 수요도 둔화됐다. 여기에 국제유가가 2% 하락하면서 인플레이션 기대가 낮아지고,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통화정책 완화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더해지며 달러에는 부담으로 작용했다. 달러지수(DXY00)는 장중 한때 미국 5월 소비자신뢰지수가 예상보다 덜 악화되면서 최저치에서 일부 회복했다.

2026년 5월 26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4월 시카고 연은 전국활동지수는 전월보다 0.29포인트 올라 13개월 만의 최고치인 0.14를 기록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인 -0.03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전국활동지수는 미국 경제 전반의 흐름을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로, 0을 넘으면 장기 평균을 웃도는 성장 흐름으로 해석되는 경우가 많다.

미국 5월 콘퍼런스보드 소비자신뢰지수0.7포인트 하락한 93.1로 집계됐지만, 시장이 예상한 92.0보다는 덜 낮았다. 미국 3월 S&P 코어로직 코어로직-20 주택가격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0.83% 상승해 예상치인 0.90%를 밑돌았으며, 2년 6개월여 만에 가장 작은 연간 상승폭을 나타냈다. 파생상품 시장인 스왑 시장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다음 회의인 6월 16~17일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25bp(0.25%포인트) 인하할 가능성을 3% 수준으로 반영하고 있다. 여기서 bp는 basis point의 약자로, 금리 0.01%포인트를 뜻한다.


유로화도 약세를 보였다. 유로/달러(EUR/USD)는 이날 0.17% 하락했다. 유럽중앙은행(ECB) 집행위원회 이사인 이자벨 슈나벨은 이란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충격이 유로존 경제성장에 미칠 부정적 영향이 당초 예상보다 더 클 것이라고 언급해 유로화에 부담을 줬다. 다만 유로화의 낙폭은 제한적이었다. ECB 수석 이코노미스트 필립 레인이 다음 달 정책회의에서 ECB가 분기별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상향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 데다, 슈나벨 이사 역시 6월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중동 분쟁이 빠르게 해결되더라도 6월 ECB의 금리 인상은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 이자벨 슈나벨 ECB 집행위원회 이사

슈나벨 이사는 또 에너지 충격의 지속성이 높아 경제성장에 대한 부정적 영향이 초기 예상보다 더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필립 레인 ECB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란 전쟁으로 에너지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다음 달 정책회의에서 ECB가 분기별 인플레이션 전망을 상향 조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스왑 시장은 6월 11일 열리는 다음 ECB 정책회의에서 25bp 금리 인상 가능성을 92%로 반영하고 있다. ECB는 유로존의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기관으로, 금리 인상 기대가 커질수록 통상 유로화에는 지지 요인으로 작용한다.


달러/엔화(USD/JPY)는 이날 0.22% 상승했다. 엔화는 일본의 3월 선행지수 CI가 하향 수정되면서 약세를 보였다. 그러나 미국 국채 금리(T-note 수익률)가 하락하고 국제유가도 2.5주 만의 저점으로 떨어지면서 엔화의 낙폭은 제한됐다. 일본은 에너지 수입 비중이 90% 이상이기 때문에 유가 하락은 일본 경제와 엔화에 우호적으로 작용한다. 또한 엔화가 달러당 160엔에 가까워질수록 일본 당국이 외환시장 개입에 나설 가능성이 커진다. 최근에도 엔화가 해당 수준 아래로 떨어졌을 때 일본 정부는 여러 차례 시장에 개입해 엔화 방어에 나선 바 있다.

일본의 3월 선행지수 CI는 기존 발표치 114.5에서 114.0으로 0.5포인트 하향 조정됐다. 시장은 일본은행(BOJ)이 6월 16일 예정된 다음 정책회의에서 25bp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을 75%로 보고 있다.


금값과 은값은 엇갈린 흐름을 보였다. 6월물 COMEX 금 선물(GCM26)은 이날 12.60달러 하락한 0.28% 약세를 나타냈고, 7월물 COMEX 은 선물(SIN26)은 0.221달러 오른 0.29% 상승했다. 달러 약세와 미국 국채 금리 하락은 귀금속 가격에 우호적이지만, 국제유가 급락은 인플레이션 기대를 낮춰 각국 중앙은행이 더 완화적인 정책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낳아 귀금속 전반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다만 이날 금 가격은 장 초반 상승분을 지우고 하락 전환했다. ECB의 슈나벨 이사와 레인의 발언이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시사하면서 긴축 경계감이 높아진 데다, S&P 500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다시 쓰며 안전자산 선호가 약해졌기 때문이다. 귀금속은 전통적으로 경기 불안과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질 때 수요가 늘어나는 자산이지만, 위험자산 선호가 확대되면 상승 탄력이 약해질 수 있다.

최근 귀금속 펀드의 차익실현도 가격에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금 상장지수펀드(ETF)의 롱 포지션 보유 규모는 3월 31일 5.25개월 만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고, 이는 2월 27일 기록한 3년 6개월 만의 최고 수준에서 크게 줄어든 것이다. 은 ETF의 롱 포지션 역시 5월 5일 9.25개월 만의 최저로 내려갔으며, 이는 지난해 12월 23일 기록한 3년 6개월 만의 최고 수준 이후 감소한 결과다. ETF는 개인과 기관투자가가 많이 활용하는 상장지수펀드로, 보유 포지션 변화는 시장 심리를 가늠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반면 중국인민은행(PBOC)의 금 보유 확대는 금값에 지지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의 외환보유액에 포함된 금 보유량은 4월에 26만 온스 늘어난 7,464만 트로이온스로 집계됐으며, 이는 1년 만의 최대 월간 증가이자 18개월 연속 증가다. 중앙은행의 금 매입은 세계 금 수요를 떠받치는 핵심 변수로 꼽히며,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달러 흐름에 따라 금 가격의 중장기 방향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번 흐름을 종합하면, 달러는 미국·이란 협상 진전, 유가 하락, 주식시장의 사상 최고치라는 세 가지 요인에 눌리며 약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유로화는 ECB의 매파적 발언으로 방어력을 유지하고 있고, 엔화는 일본의 개입 경계와 유가 하락 효과 속에서 낙폭이 제한되는 모습이다. 향후에도 중동 정세, 국제유가, 미국과 유럽의 통화정책 경로, 그리고 주요 경제지표가 달러와 귀금속, 엔화의 단기 방향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요약하면, 시장은 현재 지정학적 긴장 완화통화정책 기대 변화를 동시에 반영하며 달러 약세, 유로화와 엔화의 제한적 움직임, 귀금속의 혼조세를 보여주고 있다. 투자자들은 특히 6월 들어 예정된 연준, ECB, BOJ 회의 결과와 중동발 에너지 가격 변동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