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 평화 기대에 달러 약세…유로·엔 혼조, 금·은 가격 엇갈려

달러 인덱스(DXY)가 27일 미국과 이란 간 평화 협상이 진전되고 있다는 신호 속에 안전자산 수요가 줄며 -0.07% 하락했다. 이란 관련 긴장 완화 기대와 함께 S&P 500 지수가 화요일 사상 최고치로 오르며 달러의 유동성 수요도 약해졌다. 여기에 화요일 국제유가가 -2% 떨어지면서 인플레이션 기대가 낮아졌고, 이는 연방준비제도(Fed)가 통화정책을 완화할 수 있다는 전망으로 이어져 달러에는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다만 미국의 5월 소비자신뢰지수가 예상보다 덜 악화되면서 달러는 장중 최저 수준에서 일부 반등했다.


같은 날 발표된 경제지표에서는 미국 4월 시카고 연은 전국활동지수0.29포인트 올라 13개월 만의 최고치인 0.14를 기록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인 -0.03을 웃도는 수준이다. 미국의 3월 S&P 코어로직-20 주택가격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0.83% 상승해 예상치 +0.90%보다 낮았고, 2년 6개월여 만에 가장 작은 연간 상승폭을 나타냈다. 시카고 연은 전국활동지수는 제조업·고용·소비 등 광범위한 경제활동을 종합해 보는 지표이며, 주택가격지수는 부동산 시장의 온도를 보여주는 대표적 지표다. 미국 컨퍼런스보드 5월 소비자신뢰지수-0.7 내려 93.1을 기록했으나, 시장이 예상한 92.0보다는 양호했다. 선물·스왑 시장은 오는 6월 16~17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25bp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3% 수준으로 반영하고 있다.

미국의 금리 경로와 중동 지정학 리스크가 맞물리면서 달러의 단기 방향성은 여전히 뉴스 흐름에 크게 좌우되는 모습이다.


2026년 5월 27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유로/달러(EUR/USD)는 화요일 -0.13% 하락했다. 유럽중앙은행(ECB) 집행이사 이사벨 슈나벨은 이란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충격이 유로존 경제성장에 미칠 부정적 영향이 당초 우려보다 클 것이라고 언급하며 유로 약세를 자극했다. 다만 다음 달 통화정책회의에서 ECB가 분기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상향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는 필립 레인 ECB 수석 이코노미스트의 발언이 유로 낙폭을 일부 제한했다. 슈나벨 이사는 “중동 분쟁이 빠르게 해결되더라도 6월 ECB의 금리 인상은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에너지 충격의 지속성이 높기 때문에 경제성장에 대한 부정적 영향도 초기 예상보다 더 클 것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레인 이코노미스트는 이란 전쟁으로 에너지 가격이 높게 유지되고 있어 다음 달 회의에서 ECB가 분기별 인플레이션 전망을 높일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스왑 시장은 6월 11일 예정된 다음 정책회의에서 ECB가 25bp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을 91%로 반영하고 있다.


달러/엔(USD/JPY)은 화요일 +0.26% 올랐다. 일본 3월 경기선행지수 CI가 하향 수정되면서 엔화는 달러 대비 3주 만의 최저치로 떨어졌다. 다만 미국 국채수익률 하락과 국제유가 -2% 하락이 엔화 약세를 제한했다. 일본은 에너지의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유가 하락은 일본 경제와 엔화에 우호적이다. 또 달러당 엔화 환율이 160엔에 가까워질수록 일본 당국이 외환시장에 개입해 엔화 방어에 나설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은 최근에도 엔화가 이 수준 아래로 밀릴 때 여러 차례 시장 개입을 단행한 바 있다. 일본 3월 경기선행지수 CI는 기존 114.5에서 -0.5 하향된 114.0으로 수정됐다. 시장은 오는 6월 16일 일본은행(BOJ) 회의에서 25bp 금리 인상 가능성을 73%로 보고 있다.
※ bp는 베이시스포인트의 약자로, 금리 0.25%포인트는 25bp를 뜻한다.


귀금속 시장에서는 금과 은 가격이 엇갈렸다. 6월물 COMEX 금은 전일 -20.90달러(-0.46%) 내린 반면, 7월물 COMEX 은+0.407달러(+0.53%) 올랐다. 화요일에는 달러 약세와 미국 국채수익률 하락이 귀금속 가격에 지지력을 제공했으며, 유가 하락에 따른 인플레이션 기대 완화도 중앙은행들의 완화적 정책 가능성을 키워 금속 가격에는 강세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금은 장 초반 상승분을 반납하고 주요 중앙은행들의 매파적 발언 이후 하락 전환했다. 슈나벨 이사는 다음 달 회의에서 금리 인상을 선호한다고 밝혔고, 필립 레인 이코노미스트 역시 ECB가 물가 전망을 높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해 매파적 분위기를 더했다. 또한 S&P 500 지수가 사상 최고치로 오르면서 안전자산 선호가 약해진 점도 금과 은에 부담이 됐다. 최근 귀금속 관련 펀드 청산도 가격에는 부정적이다. 금 ETF의 장기 보유 물량은 2월 27일 3년 반 만의 고점에 오른 뒤 3월 31일 5개월여 만의 저점으로 내려갔고, 은 ETF의 장기 보유 물량도 12월 23일 3년 반 만의 고점 이후 5월 5일 9개월여 만의 저점으로 줄었다. 다만 중국 인민은행(PBOC)의 금 보유 확대는 금 가격에 우호적인 재료다. 중국 외환보유액 내 금 보유량은 4월 26만 온스 늘어난 7,464만 트로이온스로 집계됐으며, 이는 1년 만의 최대 월간 증가이자 18개월 연속 금 매입 확대다.


이번 흐름은 미국과 이란 간 외교적 진전 기대, 중앙은행의 금리 경로, 국제유가, 안전자산 선호가 외환·원자재 시장을 동시에 흔들고 있음을 보여준다. 단기적으로는 달러가 지정학적 긴장 완화와 위험자산 강세에 눌릴 수 있지만, 미국과 유럽·일본의 통화정책 기대가 엇갈리고 있어 방향성은 쉽게 고정되지 않을 전망이다. 유로는 ECB의 6월 금리 인상 기대가 하단을 지지하고, 엔화는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가능성과 당국 개입 경계감이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 금과 은은 달러 약세와 낮아진 수익률, 그리고 중국의 금 매수 확대가 지지 요인이지만, 증시 강세와 펀드 자금 유출, 매파적 중앙은행 발언이 상단을 제한하는 구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