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인도분 WTI 원유 선물(CLM26)은 이날 -7.13달러(-6.97%) 하락했고, 6월 RBOB 휘발유 선물(RBM26)은 종가 기준 -0.1780달러(-4.92%) 내렸다. 원유와 휘발유 가격은 오늘 일제히 급락해 원유는 2주 만의 저점으로, 휘발유는 1주 만의 저점으로 하락했다. 시장은 미국과 이란의 평화 협정 기대에 크게 반응했으며, 여기에 더해 이번 주 발표된 약세의 미 에너지정보청(EIA) 주간 재고 보고서도 가격 하락을 부추겼다.
2026년 5월 6일, 바차트(Barchart)의 보도에 따르면, Axios의 보도로 미국은 거의 10주에 걸친 전쟁을 끝내기 위한 합의에 가깝다고 판단 중이라고 전해졌다. 미국은 이란이 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한 한 페이지 분량의 양해각서에 대해 48시간 내에 응답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 협의가 타결된다면 양측 모두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제한을 해제하는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본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좌초한 선박을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안내하는 군사적 조치를 중단했으며, “대표단과의 완전하고 최종적인 합의를 향해 큰 진전이 이뤄졌다”라고 밝히고,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 이란 항구로 향하거나 이란 항구에서 출발하는 선박들에 대한 미 해상 봉쇄는 계속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날 베이징에서 중국 외교부장 왕이(王毅)도 이란의 아바스 아라크치(Abbas Araghchi)와의 회담에서 호르무즈 해협의 신속한 재개방을 촉구했다.
호르무즈 해협의 장기 폐쇄는 여전히 에너지 가격의 상방 위험 요인으로 남아 있다. 전 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물동량의 약 5분의 1(약 20%)이 이 해협을 통과하기 때문에 봉쇄가 지속되면 글로벌 석유 및 연료 공급 부족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골드만삭스는 페르시아만(Persian Gulf) 원유 생산이 약 1,450만 배럴/일(bpd) 수준으로 제한됐고, 현재의 교란으로 전 세계 원유 재고에서 거의 5억 배럴(약 500 million bbl)이 감소했으며 이는 6월까지 최대 10억 배럴 수준에 이를 수 있다고 추정했다.
페르시아만 산유국들은 지역 내 저장시설 용량이 포화에 달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의 폐쇄로 인해 생산을 약 6% 정도 감산할 수밖에 없었다. 미국은 4월 13일부로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모든 선박 중 이란 항구를 호출하거나 이란으로 향하는 선박에 대해 봉쇄를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해역의 미 해군 봉쇄가 “전면적으로 유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란은 봉쇄 이전인 3월에 약 170만 bpd를 수출한 바 있다.
한편, 아랍에미리트(UAE)는 5월 1일 OPEC 탈퇴를 발표했다. UAE는 카르텔 내에서 세 번째로 큰 산유국으로, 탈퇴는 OPEC의 생산 쿼터 제약에서 벗어나 생산을 늘릴 수 있게 해 장기적으로는 원유 공급 확대 요인, 즉 잠재적 약세 요인으로 해석될 수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4월 13일 발표에서 이란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해 전 세계 약 1,300만 bpd의 석유 공급이 차단됐다고 평가했다. IEA는 또한 갈등 기간 동안 80개 이상의 에너지 설비가 손상됐다고 지적했으며, 복구에는 최대 2년가 걸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약세 요인으로는 OPEC+가 5월에 206,000 bpd를 증산한 데 이어 6월에는 188,000 bpd를 추가 증산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중동 산유국들이 전쟁으로 실제로는 생산을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증산이 현실화될지는 불확실하다. OPEC+는 2024년 초에 단행한 220만 bpd의 감산분을 모두 복구하려 하고 있으나 현재까지는 82.7만 bpd가 남아 있다. OPEC의 4월 원유 생산량은 -42만 bpd 감소해 20.55 million bpd로, 35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시장 동향을 보여주는 또 다른 신호로는 Vortexa가 발표한 자료가 있다. 5월 1일 종료 주간 기준으로 선박에 정박(또는 최소 7일 이상 정체)된 채 저장된 원유는 전주 대비 +1.4% 증가한 1억4,956만 배럴(149.56 million bbl)로, 4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물리적 저장 수요가 높아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지정학적 리스크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도 연결돼 있다. 제네바에서 열린 미 중개 회담은 러시아와의 평화 논의가 진전되지 못해 조기 종료됐다.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전쟁을 끌고 있다고 비난했고, 러시아는 영토 문제(territorial issue)가 해결되지 않았다며 장기적 합의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밝혔다. 이 갈등은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제약을 지속시켜 유가 상방 요인으로 작용한다. 지난 10개월간 우크라이나의 드론 및 미사일 공격은 최소 30개 이상의 러시아 정유시설을 타격해 러시아의 정제·수출 능력을 제한했고, 블룸버그 자료에 따르면 러시아의 4월 평균 정제 가동률은 4.69 million bpd로 1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또한 발틱해에서 최소 6척의 탱커가 드론·미사일 공격을 받는 등 해상 물류 위험도 확대됐다. 여기에 미국과 EU의 새로운 대러 제재가 러시아의 원유 수출을 더욱 제약하고 있다.
이번 주 공개된 미 에너지정보청(EIA)의 주간 보고서는 대체로 약세 신호로 해석된다. EIA는 원유 재고가 -231만 배럴 감소했다고 밝혔으나 이는 시장 기대치인 -340만 배럴보다 작은 감소폭이다. 휘발유 재고도 -250만 배럴로 예상치 -261만 배럴보다 적은 감소를 보였고, 증류유(디스틸레이트) 재고도 -129만 배럴로 예상치 -226만 배럴에 미치지 못했다. 다만 WTI 선물의 인도지점인 커싱(Cushing) 창고의 재고는 -64.8만 배럴 감소했다.
EIA는 또한 5월 1일 기준 미국의 원유 재고가 계절적 5년 평균보다 +0.7% 높고, 휘발유 재고는 -3.1%, 증류유 재고는 -10.1% 낮다고 보고했다. 미국의 원유 생산량은 5월 1일 종료 주간에 전주 대비 -0.1% 감소한 13.573 million bpd를 기록해, 11월 7일 주에 기록한 사상 최고치 13.862 million bpd보다는 소폭 하회했다.
한편 베이커휴즈(Baker Hughes)는 5월 1일 종료 주간 기준 미 활동 중인 유전 시추(오일 리그) 수가 +1대 증가한 408대로 집계됐으며, 이는 12월 19일 기록한 4.25년 최저치 406대에서 소폭 회복한 수치다. 지난 2.5년간 미국의 활성 리그 수는 2022년 12월의 627대에서 크게 감소한 상태다.
“대표단과의 완전하고 최종적인 합의를 향해 큰 진전이 이뤄졌다.” — 트럼프 대통령 발언
용어 설명
WTI는 서부 텍사스 중질유(서부 텍사스산 원유·West Texas Intermediate)를 뜻하며, 국제 유가의 주요 벤치마크 중 하나다. RBOB는 휘발유 무연교체유(Refined Blendstock for Oxygenate Blending)의 약자로 미국 휘발유 선물의 표준 계약이다. bpd는 배럴당 일일 생산량(barrels per day)을 의미한다. EIA는 미국 에너지정보청(Energy Information Administration)으로 주간 재고 보고서를 통해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친다. 커싱(Cushing)은 오클라호마의 원유 저장 및 인도지점으로 WTI 선물의 공식 인도지점이다. 디스틸레이트(distillate)는 난방유·디젤 등 정제유 제품군을 말한다. 리그(rig)은 원유 시추 장비 수를 의미하며, 리그 수 증감은 향후 공급능력의 변화를 시사한다.
전망 및 영향 분석
이번 급락의 주된 촉매는 미·이란 협상 진전 기대다. Axios 보도대로 이란이 48시간 내에 응답하고 봉쇄가 완화될 경우 단기적으로는 공급 우려가 완화돼 유가는 추가 하락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선물·현물 가격에 민감한 지역적 봉쇄 리스크가 해소되면 시장은 즉각적으로 반응할 것이다. 반면, 봉쇄가 부분적이라도 지속되거나 협상이 결렬될 경우에는 골드만삭스가 제시한 것처럼 이미 재고에서 빠져나간 수억 배럴 규모의 공급 차이가 금세 회복되지 않아 가격 반등 압력을 받게 된다.
중기적으로는 다음 변수들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첫째, OPEC+의 증산 의지와 실제 생산 가능성이다. OPEC+는 명목상 감산 복구를 시도하고 있으나 중동 산유국들의 물리적 생산 제약과 봉쇄 상황이 맞물리면 증산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둘째, UAE의 OPEC 탈퇴는 장기적으로 공급 확대 요인이 될 수 있으나 실제 증산 속도와 국제 수요 회복 정도에 따라 영향의 크기가 달라진다. 셋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정제·수출 차질과 서방 제재는 러시아산 원유의 대체 수요를 발생시켜 유가의 하방을 제한한다.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 유가 하락은 수입국에겐 연료비 부담 완화로 소비·물가 안정에 기여할 수 있지만 산유국 및 에너지 관련 기업 실적에는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또한 선물시장에서는 변동성 확대가 단기 트레이딩 전략에 기회를 제공하는 반면, 에너지 대기업의 투자·시추 결정에는 불확실성을 증폭시킨다. 투자자와 정책당국은 EIA 주간 재고, OPEC+ 회의 결과, 중동 협상 진전 상황(특히 이란의 공식 응답 여부)을 밀접히 모니터링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본 보도에 언급된 자료 출처와 인물 정보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기사에 인용된 수치와 평가는 Axios, Barchart, EIA, IEA, 골드만삭스, Vortexa, 베이커휴즈, 블룸버그 등 복수의 기관·언론의 발표와 분석을 기반으로 한다. 본문에 언급된 수치는 모두 해당 기관이 제시한 원문 수치를 번역·정리한 것이다. 기사 작성자 리치 아스플런드(Rich Asplund)는 보도 시점에 본 기사에 언급된 증권들에 대해 직접적·간접적 포지션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