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2.28달러(2.36%) 하락한 반면, 7월 RBOB 휘발유는 0.1350달러(4.03%) 내렸다. 국제유가와 휘발유 가격이 이날 크게 떨어지며 WTI는 2주 반 만의 최저치, 휘발유는 5주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원유 시장은 미국과 이란 간 평화 협상이 진전되고 있다는 신호에 압박을 받고 있으며, 이에 따라 호르무즈 해협이 곧 다시 열려 줄어든 세계 원유 공급이 일부 복원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2026년 5월 26일, 바차트(Barchart)의 보도에 따르면, 국제유가는 미·이란 평화 협상이 진전되고 있다는 정황 속에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은 양측이 영구 합의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휴전을 60일 연장하는 양해각서를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합의가 이뤄질 경우, 그 사이 호르무즈 해협은 지뢰 제거 작업을 거쳐 다시 열릴 전망이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초기 문안의 표현을 두고 양측이 논의 중이라며 협상이 아직도 “며칠이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원유는 미 중부사령부가 미군이 이란의 미사일 발사 시설과 호르무즈 해협에 지뢰를 설치하려던 선박을 타격했다고 밝힌 뒤 낙폭을 일부 줄였다. 미 해군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을 안내하는 작전을 재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호르무즈 해협은 중동산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의 핵심 수송로로, 전 세계 석유와 LNG의 약 5분의 1이 이 해협을 지나간다. 해협이 사실상 봉쇄된 상태가 길어질수록 세계 원유·연료 부족 우려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달 초 월간 보고서에서 전 세계 관측 원유 재고가 3월과 4월 하루 약 400만 배럴 줄었다고 밝히며, 전쟁이 다음 달 끝나더라도 시장은 10월까지 “심각한 공급 부족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는 페르시아만 원유 생산이 약 하루 1,450만 배럴 줄었고, 이번 차질로 전 세계 원유 비축분에서 거의 5억 배럴이 빠져나갔다고 추산했다. 이 수치는 6월에는 10억 배럴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시했다. 또한 페르시아만 산유국들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현지 저장시설이 포화에 가까워지면서 생산량을 약 6% 줄일 수밖에 없었다. IEA는 이달 초 분쟁 과정에서 80곳이 넘는 에너지 시설이 피해를 입었으며, 복구에는 최대 2년이 걸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유가에는 공급 확대 요인도 존재한다. OPEC 대표단은 지난 5월 14일, 카르텔이 향후 몇 달간 잇따른 원유 쿼터 인상을 이어가며 9월 말까지 감산분 복귀를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OPEC은 이미 2023년의 하루 165만 배럴 감산 가운데 약 3분의 2를 되돌리기로 공식 합의했으며, 앞으로 세 차례의 월별 단계에 걸쳐 남은 물량도 복원할 계획이다. OPEC+는 5월 3일 6월 원유 생산을 하루 18만8,000배럴 늘리겠다고 밝혔고, 5월에는 하루 20만6,000배럴 증산을 승인한 바 있다. 그러나 현재 중동 산유국들이 전쟁 영향으로 오히려 감산 압박을 받고 있어 추가 증산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OPEC의 4월 원유 생산량은 하루 42만 배럴 줄어든 2,055만 배럴로, 35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탱커를 추적하는 물류정보업체 보텍사(Vortexa)는 지난 5월 22일 끝난 주에 7일 이상 정박한 채 움직이지 않은 탱커에 저장된 원유가 주간 기준 18% 감소한 8,705만 배럴이라고 5월 26일 밝혔다. 이는 해상 저장 물량이 줄어들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해상 저장은 유조선에 원유를 실어 항구 대신 바다에 보관하는 형태로, 공급 과잉이나 운송 차질이 심할 때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한편 우크라이나 전쟁도 원유 시장의 강세 재료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이 중재한 최근 제네바 회담은 우크라이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러시아가 전쟁을 지연시키고 있다고 비판하며 조기 종료됐다. 러시아는 “영토 문제”가 우크라이나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으며, 우크라이나 내 영토 요구가 수용되기 전까지는 장기적 해결 가능성에 희망이 없다고 주장했다. 전쟁이 지속될 가능성은 러시아산 원유 제재를 계속 유지하게 만들어 유가에는 상승 요인이다.
우크라이나의 드론과 미사일 공격은 최근 10개월 동안 최소 30개의 러시아 정유시설을 겨냥해 러시아의 원유 수출 능력을 제약해 왔다. 블룸버그 데이터에 따르면 4월에만 최소 21건의 공격이 러시아 정유소, 수출 터미널, 송유관 인프라를 타격했으며, 그 결과 러시아의 평균 정유 가동률은 하루 469만 배럴로 떨어져 16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여기에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러시아 석유 기업, 인프라, 유조선에 대한 제재도 러시아산 원유 수출을 억제하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의 지난 수요일 발표에 따르면 5월 15일 기준 미국 원유 재고는 계절적 5년 평균보다 1.7% 낮았고, 휘발유 재고는 4.6% 낮았으며, 디젤·난방유를 포함한 중간유분(distillates) 재고는 9.0% 낮았다. 같은 주 미국 원유 생산량은 하루 1,370만2,000배럴로 전주 대비 0.1% 줄었으며, 이는 11월 7일 주간에 기록한 사상 최고치인 하루 1,386만2,000배럴에는 소폭 못 미치는 수준이다.
에너지 서비스업체 베이커 휴즈(Baker Hughes)는 지난 금요일 5월 22일로 끝난 주의 미국 가동 원유 시추기 수가 10기 증가한 425기로, 10개월 반 만의 최고치에 이르렀다고 발표했다. 이는 12월 19일 주의 406기라는 4년 3개월 만의 최저치보다 높다. 다만 지난 2년 반 동안 미국 원유 시추기 수는 2022년 12월에 기록한 627기라는 5년 반 만의 최고치에서 크게 감소한 상태다.
정리하면, 이번 국제유가 하락은 미·이란 휴전 연장 기대가 직접적인 계기가 됐지만, 호르무즈 해협 재개 여부와 중동 전쟁 확산 가능성,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OPEC+의 증산 계획이 모두 맞물리며 방향성이 쉽게 정해지지 않는 상황이다.
이 같은 흐름은 단기적으로는 유가와 휘발유 가격의 추가 변동성을 키울 가능성이 크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이 완전히 정상화되지 않거나 중동 지역의 군사 충돌이 재점화될 경우, 공급 차질 우려가 다시 커지며 원유 가격이 빠르게 반등할 수 있다. 반대로 미·이란 협상이 진전되고 OPEC+의 증산이 실제로 이행될 경우에는 공급 안정 기대가 시장을 누를 수 있어, 향후 에너지 가격은 외교 협상 결과와 산유국 생산정책에 크게 좌우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