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가 주목받는 기업인 것은 분명하지만, 상장 자체가 반드시 매력적인 투자처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로이터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기업공개(IPO)에서 약 1조7,500억달러의 기업가치를 목표로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로켓, 위성, 인공지능(AI) 사업을 영위하는 이 회사를 매출 대비 가격비율(PS ratio) 기준으로 거의 100배 수준에 올려놓는다는 의미다. PS ratio는 기업의 시가총액이나 기업가치를 연간 매출로 나눈 지표로, 매출에 비해 얼마나 비싸게 거래되는지를 보여준다. 수치가 높을수록 시장이 장기 성장성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는 뜻이지만, 동시에 고평가 위험도 커진다.
2026년 6월 4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2025 회계연도에 49억달러가 넘는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 공격적인 밸류에이션은 주식이 실제 거래를 시작하기 전부터 수년간 거의 완벽에 가까운 실행이 이어질 것이라는 가정을 깔고 있는 셈이다. 이번 보도는 스페이스X가 ‘궁극의 밈 IPO’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밈 주식은 기업의 실적보다는 대중적 관심, 온라인 화제성, 개인투자자들의 매수세에 의해 급등락하는 종목을 뜻하는 말로, 상장 초기 과열 위험이 특히 크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는 로켓 발사와 위성 인터넷, AI 인프라를 결합한 독특한 사업 구조를 갖고 있다. 그러나 수익성과 성장의 온도차는 여전히 크다. 회사의 2025 회계연도 매출은 전년 대비 33.2% 증가한 약 187억달러였지만, 2026 회계연도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5.4% 증가한 47억달러에 그쳤다. 성장세가 이어지긴 했으나, 전년 전체 실적과 비교하면 속도가 둔화된 모습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상장 직후 기대감이 너무 빠르게 반영될 경우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일반 투자자들은 여전히 비싼 IPO에 참여하게 되는 셈이다.”
최근 IPO 흐름은 이런 경계심을 뒷받침한다. 로이터 분석에 따르면 지난 5년간 기업가치 기준 상위 50개 IPO를 살펴본 결과, 다수의 경우 투자자들은 개별 종목보다 인덱스 펀드에 투자했을 때 더 나은 성과를 냈다. 해당 IPO들의 평균 주가 상승률은 5년간 27%였지만, 같은 기간 S&P 500 지수는 53% 상승했다. 이 비교는 공모가에 매수할 수 있었다는 전제를 둔 것으로, 상장 첫날 열광 속에 매수한 투자자들은 대체로 더 부진한 성과를 거뒀다. 또한 스페이스X가 IPO 물량의 약 30%를 개인투자자에게 배정하더라도, 이는 통상적인 5~10% 수준을 크게 웃도는 이례적 배정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일반 투자자에게 유리한 조건이라는 뜻은 아니다.
스페이스X의 핵심 매출원은 커넥티비티(connectivity) 부문이며, 이는 주로 스타링크(Starlink) 위성 인터넷 네트워크 사업이 이끈다. 이 부문은 2025 회계연도 회사 매출의 61%를 차지했고, 2026 회계연도 1분기에는 69%까지 비중이 확대됐다. 이는 회사가 점점 더 스타링크에 의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스타링크의 사용자당 월평균 매출은 2025 회계연도 말 81달러에서 2026 회계연도 1분기 66달러로 하락했다. 이용자 수는 늘어도 수익성이 약화될 수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수익성의 격차는 더 뚜렷하다. 커넥티비티 부문은 2025 회계연도에 44억달러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우주(space) 부문은 6억5,700만달러 손실, AI 부문은 64억달러 손실을 기록했다. 2026 회계연도 1분기에도 커넥티비티 부문은 약 12억달러의 영업이익을 올렸으나, 우주 부문은 6억1,900만달러, AI 부문은 25억달러 손실을 다시 냈다. 즉, 스타링크의 견조한 흑자가 적자 사업을 완전히 상쇄하지 못하고 있는 구조다. 일반 투자자들은 겉으로 보이는 성장률뿐 아니라, 이처럼 사업부별 손익 구조를 함께 살펴봐야 한다.
자본지출 부담도 크다. 스페이스X는 2025 회계연도에 AI 자본지출로 127억달러를 사용했고, 2026 회계연도 1분기에도 77억달러를 추가로 투입했다. 반면 수익성이 높은 커넥티비티 부문의 자본지출은 2025 회계연도 42억달러, 1분기 13억달러 수준이었다. 이는 상장 후 공모 투자자들이 위성 광대역과 로켓 사업뿐 아니라 막대한 AI 인프라 구축 비용까지 사실상 함께 부담하게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자본지출이 크다는 것은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이기도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현금흐름을 압박해 주가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
거버넌스 측면에서도 부담이 적지 않다. 스페이스X는 IPO 이후에도 CEO 일론 머스크가 85.1%의 의결권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공모주를 사는 공공주주뿐 아니라 다른 기관투자자들 역시 회사의 성장 전략에 대한 통제력이 제한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한국 투자자들에게도 익숙한 이슈인 의결권 집중 구조는, 주가가 흔들릴 때 경영 방향을 바꾸기 어렵다는 점에서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향후 주가와 시장 영향을 놓고 보면, 스페이스X IPO는 단기적으로 전 세계 자금이 몰리는 대형 이벤트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매출 대비 약 100배라는 높은 평가가 유지되는 한, 상장 직후에는 기대감과 실적 검증이 충돌하며 큰 가격 변동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아질수록 초기 거래는 더욱 과열될 수 있으며, 스타링크 가입자 증가와 AI 투자 성과가 분기 실적에서 확인되지 않으면 조정 압력이 커질 수 있다. 반대로 우주 발사와 위성 인터넷, AI 인프라의 세 사업이 동시에 수익성을 개선한다면 장기적으로는 대형 기술·우주 기업으로 재평가될 여지도 있다. 다만 현재로서는 ‘위대한 기업’과 ‘좋은 투자’는 다를 수 있다는 점이 이 IPO의 핵심 메시지다.
결론적으로 스페이스X는 상징성, 사업 범위, 시장 영향력 면에서 전례 없는 IPO 후보이지만, 밸류에이션 부담과 적자 사업의 확대, 막대한 자본지출, 의결권 집중이라는 복합적인 위험을 안고 있다. 기업 자체의 성장성과 별개로, 공모주 투자자는 상장 첫날의 열기보다 가격과 실적의 균형을 더 냉정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번 IPO는 ‘미래 산업의 대표주’로 포장될 수 있지만, 동시에 고평가 논란을 둘러싼 대표적 사례가 될 가능성도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