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공화당 텃밭 오클라호마, 최저임금 인상 여부를 결정할 2026년 선거 최대 격전지로 떠올라

오클라호마시티 — 오클라호마주 주의회 의사당 위로 주기가 펄럭이고 있다. 미국 내 여러 주에서 최저임금 인상은 최근 몇 년간 유권자들의 폭넓은 지지를 받아온 의제지만, 지금은 공화당 우세가 뚜렷한 오클라호마가 이 문제를 둘러싼 가장 치열한 싸움의 중심에 섰다.

2026년 5월 31일, CNBC의 보도에 따르면 오클라호마 유권자들은 6월 16일 치러지는 특별선거에서 State Question 832라는 주민발안안에 대해 표결한다. 이 안은 주 최저임금을 현재의 $7.25에서 2027년 $12, 2028년 $13.50, 2029년 $15로 단계적으로 올리고, 2029년 이후에는 물가상승률에 따라 매년 조정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미국의 최저임금은 법으로 정한 시간당 최저 지급액을 뜻하며, 임금 수준이 낮은 노동자들의 소득과 직접 연결되는 핵심 노동정책이다.

이번 표결은 연방, 주, 지방 선거를 함께 치르는 6월 16일 특별선거와 맞물려 진행된다. 오클라호마는 현재 상원의원직이 공석인 미 연방 상원 의석과 임기 제한으로 교체가 예정된 주지사직을 포함해 여러 선거를 동시에 치르는 상황이다. 이 일정은 단순히 최저임금 안건의 찬반을 넘어, 유권자들의 인플레이션 체감과 경제 인식이 어떻게 투표로 이어질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되고 있다.

주민발안안은 일정 수의 유권자 서명을 받아 법안이나 헌법 개정안을 직접 투표에 부치는 제도다. 오클라호마의 최저임금 인상 운동은 수년간 이어져 왔고, 여러 차례의 법정 공방과 정치적 지연을 거쳤다. 결국 케빈 스티트 오클라호마 공화당 주지사는 2024년 이 사안을 2026년 6월 투표용지에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오클라호마 공공정책위원회(Oklahoma Council of Public Affairs), 오클라호마 농업협회(Oklahoma Farm Bureau), 오클라호마 상공회의소(Oklahoma State Chamber of Commerce), 전국자영업연맹(National Federation of Independent Business) 등 일부 정치권과 경제단체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해 왔다.


오클라호마, 전국적 추세와 달리 ‘최저임금 인상 보류’ 지역으로 남아

오클라호마는 최저임금 인상이라는 전국적 인기 이슈에 있어 다소 뒤처진 주로 평가된다. 1996년부터 2025년까지 미국 전역의 주 단위 투표에서 최저임금 인상안 32건 중 28건이 통과됐으며, 여기에는 아칸소, 네브래스카, 미주리, 알래스카, 사우스다코타, 플로리다 등 전통적인 공화당 우세 주도 포함됐다. 노무·고용 분야를 다루는 로펌 Reavis Page Jump의 파트너 앨리스 점프(Alice Jump)는 “이 사안은 정당을 초월한다”며 “물가 부담 가능성은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가 우려하는 문제이고, 결국 주머니 사정에 직접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Ballotpedia에 따르면 오클라호마의 최저임금은 연방 최저임금과 같은 수준에 머물러 있지만, 주 평균 최저임금인 $11.51에는 크게 못 미친다. 진보 성향 싱크탱크인 경제정책연구소(Economic Policy Institute)는 주 최저임금을 올리면 오클라호마 노동자 35만7,700명, 즉 임금 노동자 전체의 약 5분의 1이 혜택을 보게 되고, 전체 임금 증가 효과는 7억8,300만 달러 이상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이 추산에는 직접 수혜자뿐 아니라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노동자도 포함된다. 전일제·연중 근로자의 경우 평균 연간 임금이 2,322달러 늘어난다는 계산도 제시됐다.


기업단체와 스티트 주지사, 인건비 상승 우려로 반대

반대 진영은 주로 비용 증가를 이유로 들고 있다. 오클라호마 공공정책위원회 대변인은

“SQ 832는 이미 얇은 마진으로 버티는 소규모 사업체, 가족농, 목장 및 다른 지역 고용주들에게 상당한 압박을 줄 것”

이라며 “다른 주의 사례를 보면 이런 정책은 근로 시간 축소, 초급 일자리 축소, 자동화 가속, 오클라호마 가정과 노년층의 물가 급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국자영업연맹도 최근 주 전역에서 “State Question 832에 반대표를 던지라”는 캠페인을 벌이며 물가 상승, 일자리 감소, 소규모 사업체와 가족농 피해를 경고했다. 오클라호마 농업협회 역시 이 안이 “농장 내 일자리 기회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사상 최고 수준의 투입 비용에 직면한 농업 생산자들의 노동비와 규제를 크게 늘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임기 종료를 앞둔 스티트 주지사도 최근 Koco News 5 인터뷰에서 반대표를 호소했다. 그는 “끔찍한 정책이다. 정부가 민간 기업에 개입해 ‘이 사람에게 이만큼, 저 사람에게 이만큼 지급하라’고 말할 필요는 없다”며 “더 큰 문제는 이 안이 매년 의무적으로 올라간다는 점이다. 10년 뒤를 내다보면 캘리포니아보다 더 높은 강제 최저임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렇게 되면 일부 소규모 사업체는 무너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캘리포니아의 최근 실패 사례와 달라질 수 있는 유권자 심리

캠페인이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찬성 측은 전역 곳곳에 설치한 표지판, 차량 스티커, 지역 방문 등을 통해 지지층 결집에 나서고 있다. 비당파적 주민운동 단체 Raise the Wage Oklahoma의 대변인 앰버 잉글랜드(Amber England)는 “선거 당일 성공할 수 있으리라 여전히 희망하고 있으며,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이들이 틀렸음을 증명하고 싶다”고 말했다.

오클라호마 최저임금 인상 운동이 시작됐을 당시만 해도, 미국 어디에서도 주 단위 최저임금 인상안이 주민투표에서 부결된 사례가 거의 30년 동안 없었다고 오클라호마의 공화당 성향 여론조사기관 Cole Hargrave Snodgrass & Associates는 설명했다. 그러나 2024년 캘리포니아에서는 시간당 $18로 올리는 안이 유권자들에 의해 거부됐다. 같은 시기 이 기관의 팻 맥페런(Pat McFerron) 대표는 최근 블로그 글에서 “이제 오클라호마 유권자들이 이것이 일회성 이례였는지, 아니면 최근 몇 년간의 인플레이션이 유권자 인식을 바꿔 놓았는지를 사실상 판가름하게 될 것”이라고 적었다. 그는 높은 임금이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새로운 저항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봤다. 다만 4월 말 실시된 이 기관의 여론조사에서는 그 시점에 선거가 치러졌다면 안건이 통과됐을 것으로 나타났다.

캘리포니아 사례는 이번 오클라호마 투표의 상징성을 더욱 키운다. 즉, 최저임금 인상이 여전히 대중적 지지를 받는지, 아니면 고물가가 누적되면서 유권자들이 비용 상승을 우려해 태도를 바꾸고 있는지를 가늠하는 분수령이 된 것이다.


투표율이 최대 변수…공화당 비중 높은 참여 구조가 승패 좌우 가능성

잉글랜드는 이번 선거의 최대 과제를 “사람들을 투표장으로 끌어내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무소속 유권자들은 이번에 연방·주·지방 공직 선거의 예비선거에는 참여할 수 없지만, 주 최저임금 안건 표결에는 참여 가능하다. 다만 이 제도가 무소속 투표율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분명하지 않다. 오클라호마 주 선거관리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등록 유권자 중 약 53%가 공화당, 약 25%가 민주당, 약 20%가 무소속이다. 그런데 Cole Hargrave의 여론조사는 예상 투표자의 69%가 등록 공화당원일 것으로 제시했다.

문제는 오클라호마의 투표율이 전국에서도 낮은 편이라는 점이다. Ballotpedia가 미 연방선거프로젝트(U.S. Elections Project) 등의 자료를 인용한 바에 따르면, 2024년 대선 본선에서 오클라호마의 유권자 투표율은 53.3%로 전국 평균 64.1%보다 낮았다. 2022년 중간선거에서는 오클라호마의 투표율이 39.6%로, 전국 평균 46.2%에 못 미쳤다. 잉글랜드는 “쟁점은 지지 여부가 아니다. 우리는 모든 정당에서 지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즉, 이번 표결은 찬반 여론의 크기보다 누가 더 많이 투표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갈릴 가능성이 크다. 특히 공화당 성향 유권자 비중이 높은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반대 진영이 조직력을 앞세우면 결과가 바뀔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통과하든 실패하든, 선거 뒤의 후속 정치가 또 한 번 관건

노동·고용 전문 변호사 사라 조드카(Sara Jodka)는 설령 안건이 통과되더라도 오클라호마 주의회가 미주리처럼 일부 조항을 축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공화당 우세 주에서는 의회가 주민발안안의 효력을 최대한 줄이려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주리의 경우 2018년 주민들이 최저임금 인상안을 통과시켰지만, 주의회는 유급 병가 조항 등 일부를 폐지했다. 또 주 최저임금은 올해 $15로 올랐지만, 소비자물가지수(CPI)에 따른 추가 인상은 더 이상 없다.

반대로 오클라호마 안건이 부결되면, 주 전역의 최저임금은 현행 연방 최저임금 수준인 $7.25로 유지된다. Reavis Page Jump의 점프는 이 경우 오클라호마가 여전히 “상대적으로 임금 수준이 낮은 주”로 남게 된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나 애리조나처럼 일부 주는 지방자치단체가 자체 최저임금을 정할 수 있지만, 오클라호마는 그렇지 않다. 따라서 인구가 더 많은 지역의 노동자들도 7.25달러 수준에 묶이게 된다.

잉글랜드는 안건이 실패할 경우 지지자들이 주의회에 최저임금 인상을 다시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전통적으로 공화당 우세인 오클라호마에서는 그 전망이 더 어렵다고 인정했다. 그럼에도 그는 “안건이 통과되지 않더라도 오클라호마 노동자들의 더 높은 임금을 위한 싸움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 캠페인은 불을 붙였고, 이 주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오랜만에 처음으로 보고 듣게 됐다”고 말했다.

점프는 인접 주보다 높은 최저임금 때문에 노동자들이 대거 이동할 것으로 보지는 않지만, 일부 오클라호마 고용주들은 자체적으로 임금을 더 올릴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최저임금이 오르지 않는다고 해서 고용주가 더 많이 지급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인재를 끌어들이고 싶다면 더 지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오클라호마 표결은 단순한 임금 조정 문제가 아니라, 고물가 시대에 유권자들이 ‘생활비 부담’과 ‘고용 비용 상승’ 중 어느 쪽에 더 무게를 두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시험대로 읽힌다. 최저임금 인상이 실제로 통과될 경우 음식점, 소매, 농업, 소규모 서비스업 전반의 임금 구조와 가격 책정에 적지 않은 압력이 걸릴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부결되면 오클라호마는 낮은 임금 수준을 유지한 채 추가 정치 투쟁으로 들어갈 전망이다.


관련 영상으로는 CNBC의 경제·여론조사 관련 보도가 함께 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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