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금융사들에 AI 활용해 더 나은 일자리 창출 촉구

싱가포르는 은행과 금융회사들이 인공지능(AI)을 단순한 비용 절감 수단이 아니라 더 나은 일자리를 만들고 근로자들을 더 높은 부가가치 업무로 전환시키는 도구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I가 일자리를 줄이는 방향에만 쓰여서는 안 되며, 노동자의 역량을 높이는 방향으로 도입돼야 한다는 취지다.

싱가포르 부총리 겸 통상산업장관 간킴용(Gan Kim Yong)은 2026년 5월 20일, 로이터의 보도에 따르면 싱가포르에서 열린 DBS 리더스 다이얼로그(DBS Leaders Dialogue) 행사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싱가포르에 답은 변화를 멈추는 것이 될 수 없다”며 “AI 도입을 늦추면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결국 근로자들에게 더 큰 피해를 줄 것”이라고 밝혔다.

간 부총리의 발언은 스탠다드차타드가 AI 채택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향후 4년 동안 7,000개가 넘는 일자리를 감축하겠다고 밝힌 다음 날 나왔다. 또 HSBC의 최고경영자 조르주 엘헤데리(Georges Elhedery)도 이날 생성형 AI가 “certain jobs”를 “destroy”하고 “new jobs”를 만들 것이라며 직원들에게 변화를 받아들이라고 촉구했다. 생성형 AI는 텍스트, 이미지, 코드 등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형태의 AI로, 금융업에서도 상담, 분석, 문서 작성 등 다양한 업무에 활용될 수 있는 기술이다.

간 부총리는 싱가포르의 다음 단계 금융허브 전략이 AI를 실험 단계에서 기업 전반의 실제 도입 단계로 옮기는 데 달려 있다고 말했다. 그는 AI가 좋은 일자리를 창출해야 하며, AI의 개발과 사용 과정에는 신뢰, 안전, 보안이 함께 구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업들이 AI를 도입할 때 단지 “얼마나 비용을 줄일 수 있나”만 물어서는 안 되며, “어떤 새로운 역할을 만들 수 있는가, 기존 근로자들을 어떻게 그 역할에 맞게 훈련시킬 수 있는가”도 함께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DBS그룹Tan Su Shan 최고경영자는 싱가포르의 작은 규모가 오히려 장점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제한된 노동력을 가진 싱가포르가 AI를 활용하면 과거보다 훨씬 많은 일을 해낼 수 있다며 이 기술을 “great multiplier”, 즉 생산성을 크게 키우는 배수 효과로 표현했다. 그는 “AI에 의해 작은 규모가 확대되면 우리의 제한된 노동력은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들은 직원과 고객을 변화 과정에 함께 데려가야 한다며 “인간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시장 및 산업 관점에서 보면 이번 메시지는 싱가포르 금융업이 AI를 활용한 효율화 경쟁에서 한발 더 나아가, 생산성 확대와 인력 재교육을 핵심 정책 목표로 삼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금융사 입장에서는 단기적으로 운영 효율이 높아질 수 있지만, 동시에 일자리 구조 재편과 직무 전환이 뒤따를 가능성이 크다. 특히 대형 은행과 국제 금융회사가 많은 싱가포르에서는 AI 도입 속도가 곧 경쟁력과 직결될 수 있어, 향후 기업들의 채용 방식, 교육 투자, 내부 직무 재설계가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AI 도입을 늦추면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결국 근로자들에게 더 큰 피해를 줄 것” — 간킴용 싱가포르 부총리

싱가포르는 글로벌 금융 중심지로서 뉴욕, 샌프란시스코와 함께 AI 금융 허브 경쟁에 놓여 있으며, 이번 발언은 그 가운데에서도 기술 도입과 고용 안정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지에 대한 정책 방향을 분명히 보여준다. AI가 비용 절감 도구에 그치지 않고 고부가가치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경우, 금융권 전반의 생산성 개선과 서비스 고도화가 가속될 수 있다. 반대로 인력 재배치와 훈련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으면, AI 확산이 고용 불안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