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재벌 가우탐 아다니가 미국에서 안고 있던 법적 위험이 사실상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뇌물수수, 사기, 이란 제재 관련 에너지 구매 혐의와 관련해 미국 당국이 잇따라 조사와 소송 정리에 나서면서, 아다니 개인과 아다니 그룹에 대한 부담이 크게 줄어드는 모습이다.
2026년 5월 19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는 아다니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아다니 엔터프라이즈(Adani Enterprises)와 이란 제재 위반과 관련한 사건을 합의로 종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2023년 11월부터 2025년 6월 사이 제재 대상이던 이란산 에너지를 구매한 혐의와 연관돼 있다.
재무부에 따르면 인도 기업인 아다니 엔터프라이즈는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의 대이란 제재 조항상 발생할 수 있는 민사 책임을 해결하기 위해 2억7500만 달러를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OFAC는 미국의 제재 집행을 담당하는 기관으로, 제재 대상 국가·개인·기업과의 거래를 감시하고 위반 사례에 제재를 부과한다. 이번 사안에서 아다니 엔터프라이즈는 두바이에 기반을 둔 무역상으로부터 액화석유가스, 즉 LPG 선적분을 구매했으며, 해당 무역상은 오만과 이라크산 가스를 공급한다고 주장했지만, 미국 규제당국은 실제 공급원이 이란이었다는 점을 시사하는 경고 신호를 간과했다고 설명했다. 재무부는 이번 합의가
“위반 행위가 중대했고 자진 신고도 이뤄지지 않았다”
는 판단을 반영한다고 밝혔다. 아다니 그룹은 이와 관련한 CNBC의 논평 요청에 즉각 응답하지 않았다.
아다니 그룹은 항만, 전력, 인프라 전반에 걸친 대규모 사업체를 거느리고 있으며, 여러 상장사를 포함한 기업집단으로 구성돼 있다. 아다니 가문은 여러 계열사에서 지배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재무부 합의는 그룹 전반의 규제 리스크를 낮추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미 법무부 형사 사건도 철회 수순
아다니 그룹에 더 큰 안도감을 준 것은 미국 법무부의 움직임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법무부가 가우탐 아다니에 대한 뇌물 및 사기 사건의 형사 혐의를 철회하기로 했다고 19일 보도했다. 법무부의 이 같은 결정은 지난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아다니와 그의 조카 사가르 아다니를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을 합의로 마무리하려는 절차에 들어간 이후 예상된 흐름이었다.
SEC의 민사소송은 두 사람이 인도 내 태양광 계약과 연관된 뇌물·사기 계획의 일부로 투자자들을 속였다고 주장했다. 법무부가 조사해 온 혐의도 본질적으로 같은 사안을 겨냥한 것이었다. WSJ 보도에 따르면 법무부는 사건을 검토한 뒤 아다니와 다른 피고인들에 대한 형사 혐의에 더 이상 자원을 투입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앞서 2024년 11월 뉴욕 연방법원은 아다니를 포함한 8명을 대규모 뇌물·사기 계획과 관련해 기소했다. 아다니 그룹은 해당 혐의를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부인했다. 당시 제기된 혐의에 따르면 이들은 인도 정부 관계자들에게 2억5000만 달러가 넘는 뇌물을 건네고, 이를 통해 20억 달러가 넘는 이익이 예상되는 태양광 전력 공급 계약을 따냈다는 의혹을 받았다. 다만 법무부 사건의 중심에 있는 행위는 인도에서 발생했지만, 피고인들은 해당 에너지 계약 자금 조달을 위해 30억 달러 이상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자사의 반부패·반뇌물 방지 준수 여부에 대해 미국과 국제 투자자들을 오도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와 관련해 2026년 5월 14일자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아다니의 법률팀은 법무부가 혐의를 철회할 경우 인도 사업가인 아다니가 미국 경제에 100억 달러를 투자하고 1만5000개의 일자리를 만들 의향이 있다고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 내용은 법무부의 최종 판단과 별개로 전해진 배경 설명에 해당한다.
국제 자금 조달과 확장 전략에 미칠 파장
최근 미국에서 법적 불확실성이 완화되는 흐름은 아다니 그룹이 국제 자본시장 접근성을 되찾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특히 대규모 인프라와 재생에너지 사업을 추진해 온 그룹 입장에서는 해외 자금 조달 환경 개선이 중요하다. 금융권과 투자자들은 대형 소송과 제재 리스크를 민감하게 반영하기 때문에, 이번 일련의 조치가 완료되면 아다니 그룹의 자금 조달 비용과 거래 구조에도 일정한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아다니 그룹의 순부채는 지난해 9월 말 기준 약 2조7800억 루피, 미 달러로는 약 320억 달러에 달했다. 회사 자료에 따르면 전체 부채의 41%가 글로벌 은행과 자본시장에서 조달된 자금이다. 이는 미국 규제 리스크가 단순한 법적 문제를 넘어 그룹의 유동성, 차환, 신규 투자 속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이번 재무부 합의와 법무부의 철회 움직임은 향후 아다니 그룹의 재생에너지 및 인프라 확장 계획에 긍정적인 환경을 조성할 가능성이 있다.
CNBC의 에이프릴 로치가 이 보도에 기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