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물 WTI 원유 선물은 이날 3.55달러(3.51%) 오른 배럴당 104.65달러 수준으로 뛰었고, 6월물 RBOB 휘발유 선물은 0.0801달러(2.22%) 상승했다. 미국과 이란 간 전쟁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막혀 글로벌 원유 공급이 더 타이트해진 영향이다.
2026년 5월 15일, 바차트(Barchart)의 보도에 따르면 국제 유가는 미국과 이란이 10주간 이어진 분쟁을 끝내기 위한 최신 평화안을 서로 거부한 뒤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응답을 “
쓰레기 조각(piece of garbage)
”이라고 표현하며 현재 휴전이 “생명유지장치(life support)”에 의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란은 합의하든지, 아니면 완전히 파괴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월요일, 미국이 상업 선박을 호르무즈 해협으로 안내하기 위해 해군과 공군 지원을 동원한 작전을 이르면 이번 주 재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운송량의 약 5분의 1이 지나가는 핵심 통로다. LNG는 냉각을 통해 액체 상태로 만든 천연가스를 뜻하며, 해상 운송에 유리해 에너지 시장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미국과 이란 간 충돌이 이어지면서 이 통로가 사실상 봉쇄되자 전 세계 원유와 연료 부족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페르시아만 원유 생산이 약 하루 1,450만 배럴(bpd) 줄었다고 추산했고, 이번 차질로 전 세계 원유 비축량에서 이미 거의 5억 배럴이 빠져나갔으며 6월에는 10억 배럴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페르시아만 산유국들은 현지 저장시설이 포화에 가까워지자 호르무즈 해협 봉쇄의 영향으로 약 6% 생산을 줄여야 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주 목요일 분쟁으로 80곳이 넘는 에너지 시설이 피해를 입었으며, 복구에는 최장 2년이 걸릴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유가에는 하락 요인도 있다. OPEC 대표단은 목요일, 산유국 연합이 향후 몇 달 동안 원유 생산쿼터를 단계적으로 더 늘려 9월 말까지 중단했던 생산분을 모두 되돌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단체는 이미 2023년에 단행한 하루 165만 배럴 규모의 감산분 가운데 약 3분의 2를 공식적으로 복원하기로 합의했으며, 남은 물량도 향후 3단계의 월별 조정을 통해 되살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OPEC+는 5월 3일 6월 생산량을 18만8,000배럴 늘리겠다고 했고, 5월에는 20만6,000배럴 증산한 바 있다. 그러나 중동 전쟁으로 중동 산유국들이 오히려 생산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어서 실제 증산은 쉽지 않아 보인다. OPEC의 4월 원유 생산량은 전월 대비 42만 배럴 감소한 하루 2,055만 배럴로, 35년 만의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탱커 추적업체 Vortexa는 지난 5월 8일로 끝난 주간에 적어도 7일 동안 정박한 채 움직이지 않은 유조선에 저장된 원유가 전주 대비 33% 감소한 1억390만 배럴로 집계됐다고 월요일 밝혔다. 이는 해상 비축물까지 줄어들고 있다는 뜻으로, 실물 공급 여건이 빠듯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우크라이나 전쟁도 유가에 강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제네바에서 열린 미국 중재 회담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가 전쟁을 질질 끌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조기 종료됐다. 러시아는 영토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우크라이나의 영토 요구를 수용하기 전까지는 장기적 타결 가능성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전쟁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제한도 이어질 전망이며, 이는 유가 상승에 우호적이다.
우크라이나의 드론과 미사일 공격은 지난 10개월 동안 최소 30곳의 러시아 정유시설을 겨냥해 러시아의 원유 수출 능력을 약화시켰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4월 한 달 동안만 러시아 정유시설, 수출 터미널, 송유관 인프라를 겨냥한 우크라이나의 공격이 최소 21건에 달했으며, 이로 인해 러시아의 평균 정유 가동률은 하루 469만 배럴로 떨어져 16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여기에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대러시아 제재가 러시아 원유 기업, 인프라, 유조선 운항을 제약하면서 수출 규모를 추가로 누르고 있다.
미국 내 재고와 생산 지표도 발표됐다. 수요일 미 에너지정보청(EIA) 보고서에 따르면 5월 8일 기준 미국 원유 재고는 계절적 5년 평균보다 0.3% 낮았고, 휘발유 재고는 4.3% 낮았으며, 디젤·난방유 등 중간유분(distillate) 재고는 9.4% 낮았다. 같은 주 미국 원유 생산량은 전주 대비 1.0% 증가한 하루 1,371만 배럴로, 11월 7일 주간에 기록한 사상 최고치 하루 1,386만2,000배럴에는 다소 못 미쳤다. 중간유분은 경유와 난방유를 포함하는 범주로, 물류와 산업 전반의 수요를 반영하는 핵심 지표다.
베이커휴즈는 지난 금요일 5월 8일로 끝난 주간 미국의 가동 중인 원유 시추기 수가 2기 증가한 410기라고 발표했다. 이는 12월 19일 주간에 기록한 4년 3개월여 만의 최저치인 406기보다 약간 높은 수준이다. 다만 2022년 12월 보고된 627기의 5년 반 만의 최고치와 비교하면, 지난 2년 반 사이 미국 원유 시추기 수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셰일 생산 확대 속도가 둔화됐음을 시사하며, 중장기적으로는 미국 공급 증가 폭이 제한될 수 있다.
종합하면, 국제 유가는 중동 전쟁,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 러시아 제재, 글로벌 재고 감소가 동시에 겹치며 강한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반면 OPEC+의 증산 계획과 미국 원유 생산 증가, 시추기 수의 완만한 반등은 상승 속도를 일부 제한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처럼 지정학적 리스크가 공급 차질로 직결되는 환경에서는 단기적으로 원유와 휘발유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해상 운송 경로와 중동 산유국의 실제 생산 회복 여부가 향후 유가 방향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꼽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