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소속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은행 규제당국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 규모의 은행 감독 개편에 착수했다. 규제당국은 감독관들이 절차와 경미한 문제에 지나치게 집중해 왔다며, 앞으로는 은행의 핵심 재무 위험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비판론자들은 이 같은 변화가 금융시스템의 안전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2026년 5월 26일, 로이터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변화는 연방준비제도(Fed), 통화감독청(OCC·Office of the Comptroller of the Currency), 연방예금보험공사(FDIC·Federal Deposit Insurance Corporation)가 함께 주도하고 있다. 이들 기관은 은행 감독의 초점을 서류 작업이나 즉각적인 안전성 문제를 유발하지 않는 절차상 이슈가 아니라, 실제로 은행의 건전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중대한 금융 위험(material financial risks)으로 옮기고 있다.
이 같은 방향 전환의 일환으로 규제당국은 오랫동안 논란이 되어 온 평판 리스크(reputational risk)에 대한 감독도 중단했다. 평판 리스크는 은행이 고객을 상대로 어떤 거래를 거부할 때, 그 판단이 정량적 위험보다 주관적 평가에 크게 좌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은행권의 불만이 컸던 항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일부 은행이 평판 리스크 관리를 내세워 보수 성향 고객에게 서비스를 거부했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해 왔으며, 은행들은 이런 주장을 부인하고 있다.
비판론자들은 이러한 변화가 당장 중대한 재무 위험으로 분류되지는 않지만 장기적으로 문제로 번질 수 있는 통제 실패, 지배구조 결함, 기타 절차상 허점에 대한 감독관의 대응 능력을 약화시킨다고 본다. 즉, 겉으로는 사소해 보이는 문제라도 내부 통제가 무너지면 나중에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데, 이번 개편은 그런 초기 경고 신호를 놓치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다.
‘MRA’ 사용 제한… 경미한 사안은 ‘관찰’로 대체
규제당국은 감독관이 은행에 시정 조치를 요구할 때 사용하는 ‘주의요구사항(MRA·matters requiring attention)’ 통지의 사용 범위도 축소했다. MRA는 은행이 문제를 고치지 않을 경우 제재로 이어질 수 있는 비공개 지시로, 10년 넘게 감독관의 핵심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 그러나 은행들은 MRA가 경미한 문제에도 빈번하게 쓰인다고 비판해 왔다.
이제 감독관은 중대한 금융 위험이 있는 경우에만 MRA를 발부할 수 있다. 그 외의 사안에 대해서는 구속력이 없는 ‘관찰(observations)’을 내릴 수 있다고 규제당국은 설명했다. 관찰은 법적 강제력이 없는 경고 성격의 지적이다. 은행이 스스로 문제를 발견해 보통이라면 MRA가 나올 사안에 대해 이미 개선 작업을 시작했다면, 감독관은 관찰을 내리도록 지시받는다.
또한 OCC와 FDIC는 감독관이 단속해야 할 ‘안전하지 않고 건전하지 않은(unsafe and unsound)’ 관행의 정의를 더 좁히는 규정도 제안했다. 이 표현은 금융기관의 영업이 건전성에 해를 끼칠 가능성이 있는 관행을 가리키는 감독 용어로, 앞으로는 그 적용 범위가 더 제한될 수 있다.
중복 감독 줄이고 은행 내부 감사 의존 확대
은행 규제당국은 감독관들이 서로 더 긴밀히 조율해 중복 업무를 줄이도록 지시했다. 연방준비제도는 자신들이 해당 은행의 주된 감독기관일 경우 다른 기관의 검사 결과를 “가능한 한 최대한(fullest extent possible)” 활용하라고 내부 직원들에게 지시했다. 또 다른 기관의 검사를 합리적으로 신뢰할 수 없는 경우에만 자체 조사를 진행하라고 안내했다.
같은 맥락에서 연준은 은행의 내부 감사 기능이 충분하다고 판단되면, 문제 해결 여부를 확인할 때 감독관이 직접 다시 분석하기보다 해당 감사 결과를 신뢰하라고 지시했다. 이는 은행 내부 통제와 감사 체계를 더 적극적으로 활용해 외부 감독의 강도를 낮추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비공개 등급체계도 개편… CAMELS 재조정
세 기관은 은행을 평가하는 비공개 등급체계도 손질하고 있다. 이 체계는 감독관이 은행에 점수를 매겨 낮은 등급을 받은 은행에 대해 제재나 영업 제한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이른바 ‘CAMELS’ 등급은 자본적정성, 자산건전성, 경영관리, 수익성, 유동성, 시장 위험에 대한 민감도 등 여러 항목을 평가한다.
다만 업계는 이 제도가 지나치게 주관적일 수 있다고 비판해 왔다. 규제당국은 금융 위험과 관련된 요소를 다시 강조하고, 은행이 특히 불만을 제기해 온 경영이 얼마나 잘 이뤄지는지 같은 다소 모호한 요소는 덜 중시하도록 지표를 업데이트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CAMELS는 일반 투자자들에게 다소 생소한 용어이지만, 은행 감독에서는 매우 중요한 기준이다. 한 기관의 등급이 낮아지면 자금 조달 비용이 오르거나 영업 범위가 제한될 수 있어, 이번 개편은 은행의 규제 부담과 시장 평가에 모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의제기 절차도 재편… 독립성과 투명성 강화 주장
FDIC와 OCC는 MRA, 규제 등급, 기타 쟁점에 대해 은행이 제기하는 이의 신청을 보다 구조적이고 독립적이며 투명하게 검토하도록 절차를 개편하고 있다. 은행들은 현재의 이의제기 절차가 지나치게 불투명하며, 초기 결정을 내렸던 감독관이 재심 과정에도 과도하게 개입한다고 불만을 제기해 왔다.
이에 따라 두 기관은 분쟁을 심리할 새로운 독립 기구를 만들었다. 연방준비제도에서도 은행들은 감독관이 새 기준을 따르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이를 연준 고위 직원에게 보고하라는 안내를 받았다.
수평적 리뷰 축소… 대형은행 검사 강도도 낮아질 가능성
사라지는 또 다른 감독 수단은 이른바 ‘수평적 리뷰(horizontal review)’다. 이는 감독관이 유사한 여러 은행을 한꺼번에 점검하며 같은 문제를 들여다보는 방식으로, 은행들은 감독관이 사전 징후 없이 문제를 찾아내려는 수색식 조사에 가깝다고 불만을 제기해 왔다.
새로운 연준 원칙은 연방준비제도 지도부가 극히 필요하다고 판단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형은행에 대한 수평적 리뷰를 중단하도록 직원들에게 지시하고 있다. 이는 감독의 밀도를 줄이고, 반복 점검보다 핵심 위험 관리에 집중하겠다는 기조를 분명히 보여준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규제 완화 기대를 키우는 한편, 은행권의 리스크 관리 완충장치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상반된 평가가 나온다.
종합하면 트럼프 행정부의 은행 규제 개편은 감독의 초점을 절차 중심에서 위험 중심으로 옮기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은행 입장에서는 검사 부담과 행정 비용이 줄어드는 효과가 기대되지만, 금융위기 이후 구축된 안전장치가 느슨해질 경우 장기적으로는 대출 심사, 내부통제, 자본 관리 전반에서 시장 불안이 커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