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6월 4일(로이터)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리할 권리(right-to-repair)’ 입법을 둘러싼 논의를 위해 자동차 업계 고위 인사들과 회동했다고 4일(현지시간) 밝혔다.
2026년 6월 5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제너럴모터스(GM)의 메리 바라 최고경영자(CEO), 포드자동차의 앤드루 프릭 고위 임원, 전미자동차딜러협회(NADA) 및 자동차혁신연합(Alliance for Automotive Innovation)의 최고위 관계자들과 만났으며, 공화당 소속 버니 모레노 상원의원도 동석했다고 말했다. 모레노 의원은 과거 자동차 딜러였다. 포드는 이번 회동에 참석했다고 확인했으나, 자동차 관련 단체들은 논평을 거부했다. GM은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우리는 어제 자동차 업계를 만났다. 그들은 사람들이 자기 차를 고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나는 ‘그게 이상하군!’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렇게 말하며, “그들은 무언가를 갖고 있는데, 아무도 자기 차를 고칠 수 없게 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수리할 권리’는 차량 소유자와 독립 수리업체가 제조사의 제한 없이 차량을 정비·수리할 수 있도록 보장하자는 취지의 제도다. 미국 자동차 업계는 수년간 독립 정비소와 이 문제를 두고 갈등해 왔으며, 미국 자동차 정비 시장의 연간 규모는 약 2,000억 달러에 달한다. 일반적으로 차량의 고장 진단, 부품 교체, 소프트웨어 연동이 복잡해지면서, 수리 데이터에 대한 접근권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주 미국 하원 위원회를 통과한 법안은 업계가 이미 체결한 양해각서 내용을 법률로 명문화하고, 연방거래위원회(FTC)에 이 합의 이행을 강제할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이다. 양해각서(MOU)는 당사자 간 협력 원칙을 담은 비구속적 합의로, 이번 법안은 이를 법적 구속력 있는 틀 안에 두려는 성격이 강하다.
대부분의 주요 완성차 업체를 대표하는 자동차혁신연합은 이 제안을 지지한다고 밝히며, 보증 기간이 지난 차량 수리의 75%가 독립 정비소에서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이 단체는 또 2014년 자동차 업체들이 모든 수리 지침, 도구, 진단 코드(diagnostic codes)를 딜러와 독립 수리업체가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고 강조했다. 진단 코드는 차량의 전자장치가 고장 원인이나 상태를 식별하기 위해 사용하는 일종의 신호 체계다.
그러나 많은 의원들과 독립 수리업체들은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보고 있으며, 의회가 별도의 입법을 통해 차량 소유자와 수리업체가 진단 데이터를 포함한 수리에 필요한 정보를 접근하고 공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이 말하는 차량 데이터에는 진단, 수리, 보정(calibration), 재보정(recalibration)과 관련한 정보가 포함된다. 보정과 재보정은 교체된 부품이나 센서가 차량의 시스템과 정확히 맞물리도록 다시 맞추는 절차를 뜻한다.
법안 지지자들은 제조사가 데이터 접근을 제한하면 가격이 오를 수 있으며, 독립 수리업체는 수리 소프트웨어 이용권을 확보하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반면 자동차 딜러 단체는 해당 법안에 반대하며, 사후부품(aftermarket parts) 제조업체가 자동차 부품을 역설계해 모방품, 이른바 ‘카피 제품’을 만들 수 있다고 우려한다. 또한 이 법안이 보험사에 수리 결정 과정에 더 큰 영향력을 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전망 측면에서 보면, 이번 논쟁은 단순한 정비 권한 문제를 넘어 자동차 소프트웨어 시대의 권한 배분과 직결돼 있다. 전기차와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확산으로 차량 진단과 수리는 점점 더 데이터 중심으로 바뀌고 있어, 향후 법안의 처리 방향에 따라 완성차 업체, 딜러, 독립 정비업체, 보험업계 간 이해관계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수리비와 수리 선택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관련 입법 논의가 미국 자동차 서비스 시장 전반의 가격 구조와 경쟁 환경을 좌우하는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