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6월 5일(로이터) – 아시아 증시가 금요일 기술주 차익실현과 주말을 앞둔 방어적 투자심리 확산 속에 하락했다. 시장은 중동 긴장 고조와 미국·이란 평화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데도 촉각을 곤두세웠다.
2026년 6월 5일, 로이터의 보도에 따르면, 이란의 지원을 받는 헤즈볼라 민병대는 목요일 레바논에서의 새로운 휴전을 거부했고, 이스라엘도 레바논에서 병력을 철수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레바논 전투를 멈추고 테헤란과 평화협상에 도달하려는 노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한편, 주초 증시를 끌어올렸던 인공지능(AI) 중심 랠리는 반도체 업체 브로드컴(Broadcom)이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을 내놓으면서 힘을 잃었다. AI 랠리란 인공지능 수요 확대 기대를 바탕으로 반도체·서버·클라우드 관련 종목이 동반 강세를 보이는 흐름을 뜻한다. 다만 시장에서는 실적 자체보다 향후 가이던스, 즉 기업이 제시하는 향후 전망이 더 중요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MSCI의 일본 제외 아시아태평양 주가지수는 장 초반 1.6% 하락했다. 한국의 기술주 비중이 높은 KOSPI는 6% 넘게 밀렸고, 일본 닛케이지수는 1.3% 떨어졌다. 차루 차나나 삭소 최고투자전략가는 “오늘은 상당히 위험회피 성향이 강한 장세로 보인다”며 “한국은 AI 메모리 슈퍼사이클의 가장 큰 수혜국 중 하나였기 때문에 브로드컴이 AI 기대에 실망을 안기자 투자자들이 반도체 공급망 전반에서 빠르게 위험을 줄였다”고 말했다.
그는 또 “문제는 AI 수요가 사라졌다는 것이 아니라, 기대치가 지나치게 높아져서 이제는 좋은 숫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가이던스가 더 높아져야 한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향후 한국·일본 등 아시아 반도체 관련 종목의 변동성이 당분간 커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미국 증시 선물도 약세를 보였다. 나스닥 선물은 1% 하락했고, S&P 500 선물은 0.5% 내렸다. 전날 뉴욕증시가 혼조세로 마감한 뒤 나온 흐름이다. 유럽 시장에서는 EUROSTOXX 50 선물이 0.2% 떨어졌고, DAX 선물은 0.5% 하락했다. FTSE 선물은 보합권에 머물렀다.
유가, 주간 기준 상승세 유지 전망
국제유가는 미국과 이란의 협상 진전 여부를 기다리며 금요일 거의 변동이 없었다. 다만 이번 주 초 중동 내 적대 행위가 에너지 공급 차질 우려를 키운 만큼, 주간 기준으로는 상승세를 유지할 전망이다. 브렌트유 선물은 배럴당 95달러로 보합이었고, 주간으로는 3% 넘게 오를 것으로 보였다.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92.73달러로 0.3% 하락했지만, 주간 기준으로는 6% 넘는 상승이 예상됐다.
LPL 파이낸셜의 크리스티안 커 거시전략 책임자는 워싱턴과 테헤란이 양해각서에 도달하더라도 시장이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 운송을 전쟁 이전 수준으로 되돌리는 데 따르는 복잡성을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중동산 원유의 주요 수송로로, 이곳의 긴장은 곧바로 국제유가와 해상 운송비에 영향을 미친다.
“초기 물량 증가는 이미 생산된 원유에서 나올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는 발이 묶이거나 해상에 떠 있는 선박에 실린 원유, 그리고 저장 중인 이란산 화물도 포함된다. 이는 지속적인 생산 재개나 수출 회복이라기보다 기존 병목을 해소하는 문제에 가깝다.”
그는 “다시 말해, 이는 공급 기반을 확대하는 것이라기보다 이미 쌓여 있는 병목 현상을 풀어내는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유가가 급등세를 이어갈 수 있으나, 실제 공급 정상화는 협상 진전만으로는 쉽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 고용지표와 달러 강세도 주목
외환시장에서는 중동 분쟁에 힘입어 달러가 주간 기준 0.5% 상승세를 보일 전망이다. 엔화는 달러당 160엔 부근에서 약세를 이어갔으며, 마지막 거래가는 159.96엔이었다. 일본 당국이 부진한 엔화에 대한 경고를 강화하면서 도쿄의 추가 개입 가능성도 시장의 경계 대상이 되고 있다. 실제로 일본 재무성 통계에 따르면 5월 외환보유액은 770억 달러 감소했다.
유로화는 달러당 1.1611달러에 거래됐고, 파운드는 1.3421달러로 큰 변동이 없었다. 시장의 시선은 이제 하루 뒤 발표될 미국의 비농업 고용지표로 쏠리고 있다. 비농업 고용지표는 농업을 제외한 민간·공공 부문의 신규 일자리 변화를 보여주는 핵심 경기지표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경로 판단에도 큰 영향을 준다.
시장의 예상치는 고용이 8만5,000명 증가하고 실업률은 4.3%로 유지되는 수준이다. 이보다 강한 수치가 나오면 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은 더 낮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리 인상 기대가 약해질수록 성장주와 기술주에는 우호적일 수 있지만, 동시에 강한 경기 신호가 달러 강세를 지지할 경우 신흥국 자산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
한편 현물 금값은 온스당 4,465.23달러로 0.2% 하락했다. 중동 지정학적 긴장이 안전자산 수요를 자극하고 있으나, 달러 강세와 차익실현이 금 가격의 추가 상승을 제한하는 모습이다. 시장 전반은 AI 기대 조정, 중동 리스크, 미국 고용지표라는 세 가지 변수 사이에서 방향성을 탐색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