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번 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 이후 대만 문제에 대해 조심스러운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중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12월 대만에 대해 역대 최대 규모인 110억 달러의 무기 판매를 발표한 직후 나온 행보다.
2026년 5월 16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과의 회담에서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가 의제에 오를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목요일 첫날 회담이 끝난 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NBC뉴스에 해당 사안이 “오늘 논의의 주요 의제가 아니었다”고 밝혔다. 백악관의 초기 회담 결과 설명에도 대만은 언급되지 않았다. 대만은 세계에서 가장 진보한 반도체 일부를 생산하는 곳으로, 글로벌 공급망에서 핵심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CNBC에 향후 며칠 안에 트럼프 대통령이 대만 문제에 대해 더 많은 입장을 밝힐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의 공식 발표가 나온 뒤에도 침묵은 이어졌다. 중국은 시 주석이 대만 문제를 잘못 다룰 경우 미중 관계가 “큰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웬디 커틀러 전 미국 무역대표부 부대표보는 금요일 CNBC의 ‘더 차이나 커넥션’에서 시 주석의 발언이 “꽤 직접적이고 강한 언급”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 “경제 안정이 대만 관련 전개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고 시 주석이 본 것 같다”고 해석했다.
대만 문제를 둘러싼 양측 메시지는 이번 회담의 핵심 쟁점이 어디에 있었는지를 보여준다. 중국은 금요일 오전 열린 트럼프-시 주석의 최종 회담에 대한 자국 발표에서 협력의 이점을 강조했을 뿐 대만을 언급하지 않았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중국과 대만이 “둘 다 좀 진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방중 이후에도 대만에 대한 미국의 오랜 정책은 바뀌지 않았다고 주장했으며, 대만 주민들은 자신의 방문에 대해 “중립적”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대만이 공격받을 경우 미국이 방어에 나설 가능성에 대해선 다소 거리를 두는 태도를 보였다. 그는 대만의 독립 추진을 언급하며 “누군가 독립하겠다고 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고, 미국이 “9,500마일” 떨어진 곳까지 전쟁을 치르러 가야 하는 상황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국도 진정해야 하고, 나도 그들이 진정하길 원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대만에 대한 추가 대규모 무기 판매를 아직 승인하지 않았다고 말하며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우리를 지원한다고 해서 ‘독립하자’고 말하는 상황을 원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이 같은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가을 한국에서 시 주석을 만났을 때, 미국이 중국의 공격으로부터 대만을 방어할지에 대해 직접 답하지 않았다는 점과도 맞닿아 있다. 미국의 대만 정책은 오랫동안 ‘하나의 중국(One China)’ 정책과 전략적 모호성(strategic ambiguity)에 기반해 왔다. 이는 미국이 베이징을 중국의 유일한 합법 정부로 인정하면서도, 대만의 최종 지위는 명확히 규정하지 않고 유사시 방어 개입 여부도 분명히 단정하지 않는 접근이다. 1979년 제정된 대만관계법(Taiwan Relations Act)은 미국이 대만의 충분한 자위 능력 유지를 위해 필요한 방위 물자를 제공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쉽게 말해, 대만은 독자적으로 통치되는 민주주의 섬이지만 중국은 자국 영토의 일부라고 주장하며, 미국은 대만과 공식 외교관계는 맺지 않되 비공식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현상 유지 유지 신호도 나왔다. 대만 대통령실의 커런 쿠오 대변인은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루비오 장관의 발언이 대만에 대한 미국 정책이 변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그는 라이칭더 대만 총통이 일관되게 역내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고 대만해협의 현상 유지에 전념해 왔다고 강조했다. 또한 중국의 군사적 위협이 인도·태평양 지역, 특히 대만해협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유일한 요인이라고 주장했다. 외교·안보 전문가인 러시 도시는 CNBC의 ‘스쿼크 박스 아시아’에서 최근 몇 차례 트럼프-시진핑 회담의 미측 발표문을 비교해 보면 대만 관련 비중이 오히려 작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정상회담만으로는 미국의 대만 정책에 중대한 변화가 있었다는 징후가 보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대만해협은 중국 본토와 대만 사이의 해역으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때마다 글로벌 금융시장과 기술 공급망에 파급력을 미쳐 왔다. 특히 반도체는 대만의 전략적 가치를 높이는 핵심 요소다. 대만이 세계 첨단 반도체 생산의 중심지라는 점은 미국과 중국 모두에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만약 대만 관련 긴장이 다시 커질 경우, 무기 판매, 관세, 기술 수출 규제, 공급망 재편 논의가 함께 흔들릴 수 있어 투자자들은 이를 단순한 외교 현안이 아닌 시장 변수로 보고 있다. 이번 회담에서 대만이 공개 의제에서 전면에 부각되지는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중국의 경고는 향후 미중 관계가 대만 문제를 중심으로 다시 긴장 국면에 들어갈 가능성을 남겼다.
이번 기사에는 CNBC의 유니스 윤, 댄 맹건, 케빈 브루닝어, 아자르 수크리가 기여했다.
관련 배경으로, 미국은 1979년 중국과 수교하며 대만과는 공식 외교관계를 단절했지만, 이후에도 대만에 필요한 방위 장비를 제공하는 정책을 유지해 왔다. 따라서 대만 문제는 단순한 양자 외교 이슈가 아니라, 미중 관계의 온도와 아시아 안보 질서를 동시에 가늠하는 핵심 지표로 기능한다. 이번 트럼프·시진핑 회담에서도 대만이 전면에 드러나지 않았다고 해서 중요성이 줄어든 것은 아니다. 오히려 공개 언급이 제한될수록, 향후 양국이 물밑에서 어떤 선을 그을지가 더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