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의 평화 협상이 진전되고 있다는 신호에 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7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화요일 2.71달러(2.81%) 내린 배럴당 수준으로 마감했으며, 7월 RBOB 휘발유는 0.2046달러(6.10%) 급락했다. 원유는 2주 반 만의 최저치로 밀렸고, 휘발유는 5주 만의 최저치로 떨어졌다. 시장에서는 미국과 이란 간 협상 진전에 따라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열릴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면서 세계 원유 공급 부족 우려가 다소 완화된 점이 가격 하락을 이끈 것으로 보고 있다.
2026년 5월 27일, 바차트(Barchart) 보도에 따르면 원유 가격은 미국과 이란의 평화 협상이 진전되고 있다는 관측 속에 이날 하락 압력을 받았다. 워싱턴포스트는 미국과 이란이 휴전을 60일 연장하는 양해각서에 합의했으며, 양측은 영구 합의를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합의가 이뤄질 경우 그 사이 호르무즈 해협의 지뢰가 제거되고 재개방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초기 문안의 표현을 두고 양측이 논의 중이며 협상에는 여전히 “며칠이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원유 가격은 이날 장중 저점에서는 일부 반등했다. 미 중부사령부가 미군이 이란의 미사일 발사 기지와 호르무즈 해협에 지뢰를 설치하려던 보트들을 타격했다고 밝히면서다. 이는 협상 진전과는 별개로 해협 주변의 군사적 긴장이 여전히 높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중동산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가 대규모로 통과하는 핵심 해상로로, 일반적으로 세계 에너지 운송에서 매우 중요한 병목 지점으로 여겨진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달 초 월간 보고서에서 전 세계 확인된 석유 재고가 3월과 4월 하루 400만 배럴 수준으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IEA는 설령 분쟁이 다음 달 끝난다 해도 시장은 10월까지 “심각한 공급 부족”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현재의 에너지 가격이 단순한 수급 이슈를 넘어, 지정학적 리스크에 의해 강하게 지지받고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전 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의 약 5분의 1이 이동하는 만큼, 통항 차질은 곧바로 글로벌 공급망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골드만삭스는 페르시아만 원유 생산량이 약 하루 1,450만 배럴(bpd) 규모로 축소됐다고 추산했다. 또한 현재의 교란으로 전 세계 원유 비축량에서 거의 5억 배럴이 빠져나갔고, 이 수치는 6월까지 10억 배럴에 이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페르시아만 산유국들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현지 저장시설이 가득 차면서 생산을 대략 6% 줄일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IEA는 이달 초 분쟁 과정에서 80개가 넘는 에너지 시설이 피해를 입었으며, 복구에는 최대 2년이 걸릴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중동 에너지 인프라가 얼마나 취약한 상태인지 보여주는 사례다.
반면 원유에는 하락 요인도 존재한다. OPEC 대표단은 5월 14일 향후 수개월간 일련의 증산 계획을 이어가고, 9월 말까지 중단됐던 생산을 모두 복원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이미 2023년 단행한 하루 165만 배럴 감산분의 약 3분의 2를 복원하기로 공식 합의했으며, 이후 세 차례의 월별 단계로 마지막 물량도 되살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5월 3일 OPEC+는 6월 산유량을 하루 18만8,000배럴 늘리기로 했고, 5월에도 하루 20만6,000배럴 증산했다. 다만 중동 전쟁으로 산유국들이 실제로 생산을 줄이고 있어 추가 증산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OPEC의 4월 원유 생산량은 하루 42만 배럴 감소한 2,055만 배럴로, 35년 만의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에너지 운송 동향도 공급 불안의 완화 여부를 가늠하는 지표로 꼽힌다. Vortexa는 월요일, 최소 7일 이상 움직이지 않은 탱크선에 저장된 원유가 5월 22일 기준 주간 18% 줄어든 8,705만 배럴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해상 저장 물량이 감소했음을 뜻하며, 수급이 다소 정상화되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다만 중동 해역의 긴장이 지속되면 선박 운항 자체가 흔들릴 수 있어 시장은 여전히 예민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크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역시 유가에 상방 압력을 주는 요인이다. 최근 제네바에서 열린 미국 중재 회담은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러시아가 전쟁을 질질 끌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조기 종료됐다. 러시아는 “영토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으며,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영토 요구를 받아들여야만 장기적 합의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제재는 계속 유지될 가능성이 높고, 이는 글로벌 원유 공급에 우호적이지 않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지속 전망은 원유 가격에 강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드론과 미사일 공격은 지난 10개월 동안 최소 30개의 러시아 정유시설을 표적으로 삼아 러시아의 원유 수출 능력을 제한했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4월에는 러시아 정유시설, 수출 터미널, 송유관 인프라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타격이 최소 21건 있었다. 이로 인해 러시아의 평균 정유 가동률은 하루 469만 배럴로 떨어졌으며, 이는 16년 만의 최저치다. 여기에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러시아 석유회사, 인프라, 유조선 제재가 더해지면서 러시아의 수출 여력은 추가로 위축되고 있다.
미국 내 재고 지표도 확인됐다. 지난주 발표된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보고서에 따르면 5월 15일 기준 미국 원유 재고는 계절 평균 5년치보다 1.7% 낮았고, 휘발유 재고는 4.6% 낮았으며, 증류유 재고는 9.0% 낮았다. 같은 기간 미국 원유 생산량은 5월 15일 종료 주에 주간 0.1% 감소한 하루 1,370만2,000배럴로 집계됐으며, 이는 11월 7일 주에 기록한 역대 최고치인 1,386만2,000배럴보다 약간 낮은 수준이다. 재고가 평년보다 부족한 상황은 유가 하락 폭을 제한할 수 있다.
공급 확대 가능성도 점검되고 있다. Baker Hughes는 지난 금요일 5월 22일 종료 주 미국 가동 유정 수가 10개 늘어 425기로 10.5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12월 19일 주의 406기 저점보다 많다. 다만 최근 2년 반 동안 미국의 원유 시추 장비 수는 2022년 12월의 5년 반 만의 최고치였던 627기에서 큰 폭으로 감소했다. 이는 미국 셰일업계가 아직도 투자와 생산 확대에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시장에서는 향후 중동 정세가 완화되면 유가가 추가 하락 압력을 받을 수 있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재고 부족, 호르무즈 해협 리스크가 동시에 남아 있어 낙폭은 제한될 가능성도 크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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