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고급 자동차 브랜드 홍치(紅旗)가 스텔란티스(Stellantis)의 스페인 공장에서 차량을 생산하는 방안을 두고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복수의 소식통이 밝혔다. 홍치는 마오쩌둥(毛澤東)이 선호했던 차종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중국 국영 완성차업체인 FAW(제1자동차그룹, First Automotive Works)이 보유하고 있다. 소식통 5명은 이번 협상이 홍치의 유럽 사업 확장 전략의 일환이라고 전했다.
2026년 4월 28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홍치의 모기업인 FAW는 중국 전기차 제작업체인 리프모터(Leapmotor)를 경유해 스텔란티스와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소식통 2명은 FAW와 스텔란티스가 모두 리프모터에 투자자 지위를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협상은 공식적으로 보도되지 않았던 사안으로, 성사될 경우 홍치의 유럽 내 생산을 빠르게 개시할 수 있는 통로가 될 수 있다.
한 소식통은 “이것이 홍치가 유럽 생산을 빠르게 시작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고 설명하며 “홍치는 리프모터와 스텔란티스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제조 기반을 확보하려 한다“고 전했다. 다만 협상은 현재 진행 중이며 반드시 합의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고 소식통들은 밝혔다. 홍치와 FAW, 리프모터는 로이터의 질의에 즉시 응답하지 않았다.
스텔란티스 측 대변인은 로이터 보도에 대해 특정 사실관계에 대한 언급은 피하면서도, “스텔란티스는 정상적인 사업 과정에서 전 세계 다양한 산업 플레이어들과 여러 주제에 대해 논의한다“며 “항상 고객에게 최상의 이동성 선택을 제공하려는 궁극적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완성차업체의 유럽 진출 가속
홍치는 중국 내에서 마오의 국영 브랜드로 잘 알려져 있으며, 체계적인 해외 진출을 추진하는 다수의 중국 자동차 브랜드 중 하나다. 다른 사례로는 국영 그룹인 창안(Changan)과 둥펑(Dongfeng) 등이 유럽과 기타 해외 시장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홍치는 2030년까지 연간 판매량 1백만 대를 목표로 삼고 있으며, 그중 최소 10%는 중국 외 지역에서의 판매를 기대하고 있다. 소식통은 스페인에서의 생산이 서유럽 최초의 제조 거점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홍치가 생산 거점으로 홍콩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홍콩을 생산 기지로 택할 경우 본토(중국 대륙)보다 수출 관세 측면에서 유리할 수 있다는 점이 고려 요인으로 거론됐다. 다만 아직 최종 결정은 내려지지 않았다고 전해졌다.
기술·공급 연계와 기존 계약
리프모터와 홍치는 이미 작년에 리프모터가 홍치에 전기차 플랫폼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은 수년간 세단 위주의 라인업을 유지해온 홍치가 해외 시장으로 확장하는 데 기술적 기반을 제공할 것으로 해석된다. 홍치는 작년 유럽에서 2028년까지 전기 및 하이브리드 차량 15종을 25개 시장에서 출시하겠다고 발표했으며, 소형 전기 SUV인 EHS5를 공개한 바 있다.
한편 스텔란티스는 리프모터의 모델을 중국 외 지역에서 판매하고 있으며, 올해 말(2026년) 스페인 사라고사(Zaragoza) 공장에서 리프모터를 위한 차량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소식통 2명은 홍치 차량 또한 사라고사 공장에서 생산될 수 있다고 전했다. 로이터는 이달 초 스텔란티스가 리프모터와 협력해 리프모터 기술을 활용한 오펠(Opel) 브랜드 전기 SUV를 공동 개발하는 데 대해 고위 단계의 협의를 진행 중이며, 해당 차량도 사라고사에서 생산될 예정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용어와 배경 설명
홍치(Hongqi)는 중국어로 ‘붉은 깃발’을 뜻하며, 역사적으로 중국 공산당 고위 지도자들의 공식 의전용 차량으로 사용되어 온 브랜드다. FAW는 중국의 국영 자동차 그룹으로 완성차 설계, 생산 및 판매를 총괄하는 대형 제조사다. 리프모터(Leapmotor)는 중국 기반의 전기차 스타트업(또는 신생 전기차 제조업체)으로, 플랫폼 및 전동화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스텔란티스는 푸조, 시트로엥, 지프(Jeep), 오펠(Opel) 등 다수의 브랜드를 보유한 다국적 자동차 제조·판매 그룹이다. 사라고사(Zaragoza)는 스페인의 아라곤(Aragón) 지역에 위치한 도시로 자동차 생산 시설들이 밀집해 있는 곳이다.
경제·시장 영향 분석
이번 협상은 신규 공장 건설에 필요한 수억 달러 규모의 투자비를 회피하면서도 유럽 내 생산을 신속하게 시작할 수 있는 방안이라는 점에서 비용 효율성과 시간 절감이라는 두 가지 장점을 동시에 제공할 수 있다. 기존 공장을 활용하면 초기 고정비와 설비 투자 부담이 줄어들며, 현지 생산을 통해 수입 관세 및 물류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특히 홍치가 2030년 연간 판매 1백만 대 목표와 그 중 10% 이상을 해외에서 판매하려는 전략을 감안하면, 유럽 현지 생산은 수출 관세와 환율 리스크를 낮추고 시장 대응 속도를 높이는 데 유리하다.
시장 측면에서 보면, 중국계 브랜드의 유럽 진출이 본격화될 경우 가격 경쟁력과 전동화 기술을 앞세워 기존 유럽 OEM(완성차 제조사)의 시장 점유율에 일정 압박을 가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전기차 시장에서 성능 대비 가격 경쟁력이 확보된다면 중소형·중형 전기차 세그먼트에서 점유율 확보가 용이해질 수 있다. 다만 유럽 소비자 신뢰, 브랜드 인지도, 서비스·AS(애프터서비스) 네트워크 구축 여부가 관건이므로 단기간에 대규모 점유율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
스텔란티스 측에서는 생산능력 활용률(생산캐파) 제고, 지역별 제품 라인업 다양화, 공급망 다변화 등의 이점이 있다. 반면 스페인 내 기존 노동시장과의 협의, 현지 노조와의 합의, 규제 당국의 외국계 투자·생산에 대한 심사 가능성 등 정치·사회적 리스크도 고려해야 한다. 유럽연합(EU)의 무역·산업 정책, 특히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비관세 장벽 변동성도 향후 사업성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결론
요약하면, 홍치가 스텔란티스의 스페인 공장을 활용해 유럽 생산을 모색하는 협상은 중국 완성차의 해외 확장 전략과 현지 생산을 통한 비용 절감이라는 시대적 흐름을 반영하는 사례다. 협상이 실제 계약으로 이어질 경우 유럽 전기차 시장 경쟁 구도에 변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으며, 스텔란티스와 지역 경제 모두에 단기적·중장기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만 협상은 아직 진행 중이며 합의에 이르리라는 보장은 없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