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 우려에 미 국채금리 상승…달러화 2주 반 만에 최고치

미국 달러화가 인플레이션 재가열 우려와 국채금리 상승에 힘입어 강세를 보였다. 달러지수(DXY00)는 16일(현지시간) 2주 반 만에 최고치로 올라서며 전일 대비 0.47% 상승 마감했다. 미국의 강한 경제지표와 급등한 원유 가격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긴축 가능성을 키울 것이란 전망이 달러 강세 재료로 작용했다. 여기에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이 4.60%로 올라 11개월 3주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하면서 달러의 금리 우위가 더 강화됐다. 이날 증시가 약세를 보인 점도 안전자산 성격의 달러 수요를 자극했다.

2026년 5월 16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뉴욕 연은의 5월 엠파이어 제조업 지수는 예상과 달리 8.6포인트 상승해 4년 만의 최고치인 19.6을 기록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였던 7.2로의 하락을 크게 웃돈 수치다. 엠파이어 제조업 지수는 뉴욕주 제조업 경기의 체감을 보여주는 지표로, 일반적으로 0을 웃돌면 확장 국면을 의미한다. 또한 미국의 4월 제조업 생산은 전월 대비 0.6% 증가해, 예상치인 0.2%를 웃돌았고 14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폭을 나타냈다.

이 같은 지표 호조와 에너지 가격 상승은 시장의 연준 정책 전망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스왑 시장은 6월 16~1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25bp 금리인하 가능성을 3% 수준만 반영하고 있다. bp는 베이시스포인트(basis point)의 약자로 0.01%포인트를 뜻하며, 25bp는 0.25%포인트에 해당한다. 즉 시장은 단기적으로 연준이 금리인하에 나설 가능성을 매우 낮게 보고 있다는 의미다. 원유와 국채금리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면서 인플레이션이 쉽게 꺾이지 않을 수 있다는 경계감이 달러를 떠받치고 있다.


유로화와 엔화도 달러 강세와 에너지 가격 급등의 압력을 받았다. 유로/달러(EUR/USD)는 5주 만의 최저치로 내려가며 0.41% 하락 마감했다. 달러 강세가 유로화를 눌렀고, 4% 급등한 국제유가는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유로존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다만 독일 10년 만기 국채인 분트(Bund) 수익률이 이날 15년 만의 최고치로 치솟으면서 유로의 금리 매력은 일부 보완됐다. 스왑 시장은 유럽중앙은행(ECB)이 6월 11일 차기 정책회의에서 25bp 금리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을 89%로 반영하고 있다.

달러/엔(USD/JPY)은 0.23% 상승했다. 엔화는 이번 주 내내 약세를 이어가며 달러 대비 2주 만의 최저치로 떨어졌다. 달러 강세와 함께 4% 상승한 원유 가격은 일본 경제와 엔화에 부담이다. 일본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90%를 넘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 국채 수익률 상승도 엔화에는 부정적이다. 그러나 일본의 4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예상보다 크게 오르면서 10년 만기 일본국채(JGB) 수익률이 약 29년 만의 최고치인 2.736%까지 뛰어 엔화의 상대적 금리 여건은 일부 개선됐다. 또한 일본의 지난달 공작기계 수주가 4.25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점은 일본은행(BOJ)의 매파적 정책 가능성을 키우는 재료로 해석됐다. 일본의 4월 PPI는 전월 대비 2.3%, 전년 동월 대비 4.9% 상승했다. 이는 예상치인 각각 0.8%와 3.0%를 크게 웃돈 것이며, 연율 기준 상승폭은 거의 3년 만의 최대치다. 시장은 다음 BOJ 정책회의인 6월 16일25bp 금리인상 가능성을 78%로 보고 있다.


귀금속 시장은 달러 강세와 금리 급등, 인플레이션 기대 확대로 급락했다. 6월물 COMEX 금 선물은 123.40달러 하락한 온스당 2.63% 급락 마감했고, 7월물 COMEX 은 선물은 7.781달러 떨어지며 9.12% 급락했다. 금은 1주 반 만의 최저치, 은은 1주 만의 최저치로 밀렸다. 달러지수가 2주 반 만의 최고치로 오른 데다 전 세계 채권금리가 동반 상승한 점이 귀금속 가격을 압박했다. 금과 은은 이자수익이 없는 자산이어서 금리가 오르면 상대적 매력이 떨어진다. 여기에 WTI 원유가 이날 4% 급등하면서 인플레이션 기대가 높아졌고, 각국 중앙은행이 긴축 기조를 더 오래 유지할 수 있다는 전망도 귀금속에는 불리하게 작용했다. 인도의 금·은 수입 관세가 이번 주 크게 인상된 점도 수요를 위축시킬 요인이다.

다만 안전자산 수요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미국과 이란의 평화 협상이 교착 상태에 머물고 있어 중동 지역에서 긴장이 다시 높아질 가능성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은 가격은 지난 수요일 구리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흐름의 영향을 일부 이어받고 있다. 구리 가격은 호르무즈 해협 폐쇄로 중동산 황 공급이 압박받으면서 일부 글로벌 구리 광산의 생산 전망이 흔들린 데 따른 것이다. 황은 전 세계 구리 생산의 약 6분의 1에 해당하는 정제 과정에 쓰인다. 한편 최근 귀금속 관련 펀드의 대규모 처분도 가격에는 부정적이다. 금 ETF의 장기 보유 규모는 3월 31일 5개월 만의 최저치로 줄었고, 은 ETF의 장기 보유 규모도 지난 화요일 9개월 만의 최저치로 떨어졌다. 반면 중앙은행의 금 매입 수요는 금값 하방을 지지하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PBOC) 보유 금은 지난 4월 26만 온스 늘어난 7,464만 트로이온스로 집계돼, 1년 만의 최대 월간 증가폭이자 18개월 연속 증가를 기록했다.

핵심 정리: 미국의 예상 밖 제조업 지표 호조와 국제유가 급등, 미 국채금리 상승이 달러 강세를 이끌었으며, 그 여파로 유로화와 엔화가 약세를 보였다. 달러 강세와 금리 상승은 금과 은 같은 귀금속의 투자 매력을 떨어뜨려 가격 급락으로 이어졌고, 향후에도 미 연준과 ECB, BOJ의 통화정책 방향 및 유가 흐름이 외환시장과 원자재 시장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