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그룹 의장 “EU 스태그플레이션은 최악의 시나리오…아직 현실화되지 않았다”

워싱턴발 — 유로존 재무장관 회의를 이끄는 유로그룹 의장키리아코스 피에라카키스(Kyriakos Pierrakakis)는 2026년 4월 14일(현지시간) 미국과 이스라엘 간의 전쟁이 이란으로 확전될 경우 유럽에서의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이 최악의 시나리오이라고 진단하면서도, 현재 시점에서는 그 단계에 이르지 않았다고 밝혔다.

2026년 4월 14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피에라카키스 의장은 워싱턴에서 열린 세마포(Semafor) 컨퍼런스에서 이같이 발언했다. 그는 에너지 가격의 급등이 경제 성장 둔화와 인플레이션 상승을 동시에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이러한 충격의 정확한 강도와 지속성은 호르무즈 해협(Strait of Hormuz)이 무역을 위해 얼마 동안 폐쇄되는지에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은 이미 호르무즈 해협의 폐쇄로 인한 원유·천연가스·비료 가격의 급등이 유럽에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을 초래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피에라카키스 의장은 이러한 경고를 인용하며 “우리는 아직 그 단계에 있지 않다(We’re not yet there)”고 말했다.

“We’re not yet there.”

용어 설명 — 스태그플레이션과 호르무즈 해협
스태그플레이션은 경제성장 둔화(또는 정체)와 높은 물가 상승률(인플레이션)이 동시에 발생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통상적으로 경기침체 시에는 수요가 줄어들어 물가 상승 압력이 완화되는데, 스태그플레이션은 이 정상적 상관관계가 깨져 높은 물가와 낮은 성장률이 병존하는 상태다. 이는 정책 대응을 매우 어렵게 만드는 현상으로, 재정정책과 통화정책 간에 상충이 발생할 수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중동 산유국의 원유 및 액화천연가스(LNG) 수송에 있어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해상 통로다. 전 세계 원유 수송량 중 다수가 이 해협을 통과하며, 해협의 부분적 또는 완전 폐쇄는 즉시 에너지 공급 차질과 국제 유가·가스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에너지 시장의 민감성 때문에 공급 충격은 단기간 내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으며, 특히 수입에 의존도가 높은 유럽 국가들이 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정책적 함의와 향후 시나리오 분석
피에라카키스 의장의 발언은 세 가지 관점에서 정책 결정자들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제시한다. 첫째, 충격의 지속 기간이 핵심 변수다. 해협 폐쇄가 단기간(수주 내)으로 해결될 경우 시장의 과잉 반응이 나타나더라도 점진적 안정이 가능하다. 반면 폐쇄가 장기화될 경우(수개월 이상) 공급 제약은 구조적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전환될 우려가 크다.

둘째,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조정 필요성이다.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이 현실화하면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기준금리 인상 압력을 받지만, 동시에 경기 둔화를 완화하기 위한 재정적 지출이 요구될 수 있다. 이 경우 정책조합의 조율이 매우 까다로워진다. 유럽중앙은행(ECB)과 각국 재무당국의 정책 스탠스는 시장 기대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셋째, 에너지 다변화와 공급망 회복력 강화의 필요성이다. 단기적 시장 안정조치(전격적인 비축유 방출, 대체 공급선 확보)와 중장기적인 전략(재생에너지 전환 가속화, 에너지 저장 능력 확충, 지역 간 전력망 연계 강화)은 유럽이 에너지 충격에 대한 취약성을 줄이는 핵심 수단이다.

금융시장 및 실물경제에 미칠 가능성
에너지 가격의 급등과 스태그플레이션 위험 증가는 채권·주식·환율 시장에 다음과 같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우선, 인플레이션 기대 상승은 실질금리 하락을 초래하고 명목금리 인상 압력을 높이며, 이는 장단기 금리 스프레드 변화와 채권 가격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 증시의 경우, 에너지·원자재 관련주에는 단기적 수혜가 발생할 수 있으나 소비재·서비스 업종은 마진 압박과 수요 둔화로 부정적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또한 유로화 가치에는 공급 충격과 정책 기대 변화에 따른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

실무적 권고
기업과 투자자는 시나리오별 리스크 관리 체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구체적으로는 에너지 비용 상승에 대한 헤지전략, 공급망 대체선 확보, 가격 전가 가능성 검토, 유동성 비상계획 수립 등이 필요하다. 정책당국은 시장 안정화 조치와 함께 장기적 구조개혁(에너지 전환, 산업의 공급망 다변화) 추진을 병행해야 한다.

결론
피에라카키스 유로그룹 의장의 발언은 현재 유럽이 직면한 에너지 관련 리스크의 심각성을 환기한다. 그는 명확히 “아직 스태그플레이션 단계에 있지는 않다”고 했지만, 호르무즈 해협의 폐쇄 지속 여부가 향후 경제 경로를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강조했다. 따라서 단기적 충격 관리와 중장기적 구조적 대비를 동시에 추진하는 것이 유럽의 최우선 과제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