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IJING — 유럽 기업들이 세계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중국 본토 공급망을 유지하거나 확대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유럽연합 상공회의소(EU Chamber of Commerce in China)가 수요일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거의 3분의 1은 중국 내 조달과 생산을 더 현지화했다고 답했고, 37%는 지난 2년간 공급망 전략을 바꾸지 않았다고 밝혔다.
2026년 5월 27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조사는 중국 본토의 공급망 전략을 잘 알고 있는 유럽 기업 회원 약 300명의 응답을 바탕으로, 1월부터 2월 사이에 수집됐다. 전체 응답자의 68%는 중국 내에서 사업을 유지하거나 확장하고 있다고 답했으며, 반대로 공장 조달처를 중국 밖으로 옮기거나 다른 지역에 대체 제조기지를 세우고 있다고 밝힌 비율은 7%에 그쳤다.
EU 상공회의소의 옌스 에스켈룬트 회장은 “우리는 디리스킹(de-risking)이 하나의 흐름이 되는 것을 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디리스킹은 특정 국가, 특히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을 줄여 공급망 충격이나 정치적 리스크를 낮추려는 전략을 뜻한다. 그는 “오히려 유럽 기업들이 제품의 조달과 제조를 위해 중국에 더 의존하게 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미국과 유럽연합의 관세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제조업 생산의 약 28%를 차지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중국의 무역 관행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지만, 유럽집행위원회는 CNBC의 논평 요청에 즉각 응답하지 않았다.
공급망 다변화보다 ‘중국 내 유지’가 우세
설문에서는 또 다른 24%의 EU 상공회의소 회원들이 중국 내 생산을 확대하면서 동시에 다른 지역의 대체 공급업체를 확보하는 방식으로 다변화를 진행하고 있다고 답했다. 즉, 일부 기업은 중국 의존도를 줄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다수는 중국을 핵심 생산기지로 유지하는 모습이다.
이 같은 흐름은 유럽 기업들이 중국의 제조 인프라, 부품 조달망, 물류 효율성에 여전히 높은 가치를 두고 있음을 보여준다. 글로벌 공급망에서는 단순히 공장을 옮기는 것만으로는 비용 절감이나 납기 안정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중국 내부에서 생산을 지속하는 선택이 경쟁력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판단이 작용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자동화가 비용 구조를 바꾸고 있다
EU 상공회의소 조사에서 유럽 기업들이 중국 생산을 늘리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비용이었다. 중국은 낮은 임금 덕분에 오랫동안 세계 제조 허브 역할을 해왔지만, 최근에는 공장 자동화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인건비 우위보다 생산 속도와 효율성이 더 크게 부각되고 있다.
이 조사를 함께 준비한 롤랑 베르제의 글로벌 매니징 디렉터이자 시니어 파트너인 데니스 데푸는 “노동비용은 어차피 더 낮을 수도 있지만, 자동화 때문에 그 자체가 점점 무의미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한 중국 민간 구리 제조업체를 방문했을 때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자동화 수준이 높아졌고, 이제는 사람을 거의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는 공정 자동화가 제조 단가를 낮출 뿐 아니라 24시간 가동을 가능하게 하면서 생산성까지 끌어올리고 있음을 시사한다.
자동화는 초기 투자 비용이 더 들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더 빠른 생산과 일관된 품질 관리에 도움이 된다. 업계에서는 이런 변화가 유럽 기업들로 하여금 중국을 단순한 판매 시장이 아니라 제조와 조달의 핵심 거점으로 재평가하게 만드는 배경이라고 보고 있다.
Nio 사례가 보여준 중국 제조의 속도와 스케일
중국 전기차 업체 니오(Nio)는 유럽 시장으로도 진출한 기업으로, 중국 내 한 공장이 941대의 로봇을 활용해 여러 차량 모델을 동시에 완전 자율 방식으로 생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생산라인에 노동자가 상주하지 않는 구조이며, 이 공장은 24시간 가동이 가능하다. 이는 중국 제조업의 자동화 수준이 어느 정도까지 올라왔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제시됐다.
롤랑 베르제는 지난 3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중국의 비용과 속도 우위가 서방 기업들에 경고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낮은 산업용 에너지 가격과 원자재 비용에 더해, 분기별 공급업체 가격 협상과 선별적인 정부 보조금이 결합되면서 글로벌 시장에 더 빠르고 낮은 가격으로 제품을 내보낼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이 같은 산업 생태계는 유럽 기업이 중국을 떠나기보다 오히려 중국 공급망 안으로 더 깊숙이 들어가도록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가격 경쟁과 품질 경쟁이 동시에 요구되는 업종에서는 중국 내 조달망과 생산 인프라를 활용하지 않고서는 시장 대응이 쉽지 않다는 판단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기업 경쟁력과 향후 영향
설문 응답에 따르면 중국 내 EU 기업의 약 4분의 3은 자국 또는 다른 지역의 사업장보다 중국 생산시설이 더 효율적이라고 평가했다. 에스켈룬트 회장은 “대부분의 산업에서 이미 최소한 한 곳의 중국 경쟁자, 또는 중국 공급망을 활용하는 국제 경쟁자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산업에서는 가격과 품질로 경쟁하려면, 결국 중국 공급망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발언은 유럽 기업의 중국 전략이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글로벌 경쟁 환경에 대한 대응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향후에도 중국의 제조 효율성, 자동화 투자, 에너지·원자재 비용 구조가 유지된다면, 유럽 기업들의 공급망 재배치 속도는 제한적일 가능성이 크다. 반면 유럽연합이 중국 리스크 완화를 위한 규제와 감시를 강화할 경우, 일부 업종에서는 대체 생산기지 확보와 중국 내 생산 유지 사이의 균형을 놓고 더 복잡한 전략 조정이 이어질 전망이다.
“우리는 디리스킹이 하나의 테마가 되는 것을 보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유럽 기업들이 중국에 더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 옌스 에스켈룬트, EU 상공회의소 중국 지부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