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증시가 에너지 생산주와 사이버보안주 약세에 발목이 잡히며 혼조세를 보이고 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이날 -0.05% 하락했고,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0.23% 상승했다. 나스닥 100지수는 -0.15% 내렸으며, 장중 한때 사상 최고치를 새로 쓴 뒤 상승분을 일부 반납했다. 6월물 E-미니 S&P 선물은 -0.05%, 6월물 E-미니 나스닥 선물은 -0.19% 하락했다.
2026년 5월 27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시장 전반은 인공지능(AI) 기대감, 국제유가 하락, 그리고 금리 하락 흐름에 힘입어 지지력을 유지하고 있다. 반도체업종은 전 세계 AI 관련 자본지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할 수 있다는 기대가 이어지며 강세를 보였다. 반면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중동 원유 흐름이 조만간 정상화될 수 있다는 관측 속에 4% 넘게 떨어졌고, 이에 따라 인플레이션 기대도 누그러졌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1.5주 만의 최저 수준인 4.45%까지 밀렸다.
모기지와 금리 동향도 투자심리에 영향을 주고 있다. 미국모기지은행협회(MBA)에 따르면 5월 22일로 끝난 주간 모기지 신청 건수는 8.5% 감소했다. 주택구입 모기지 하위지수는 0.4% 줄었고, 재융자 모기지 하위지수는 18.1% 급감했다. 평균 30년 고정금리 모기지는 전주 6.56%에서 9bp 오른 6.65%로, 9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bp는 베이시스포인트를 뜻하며 0.01%포인트를 의미한다.
“중동의 원유 공급이 정상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면서 유가가 급락했고, 이는 물가와 채권금리 전망에도 즉각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국제유가 하락 폭은 더 두드러졌다. WTI는 5주 만의 최저치 수준에서 4% 넘게 내렸다. 이란 국영TV는 미국과 이란의 양해각서 비공식 초안을 확보했다고 보도했는데, 해당 초안에는 미군이 이란에 대한 해상 봉쇄를 해제하고, 이란은 호르무즈해협을 통한 상업 운송을 재개하도록 허용한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마르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도 이날 “임시 합의는 며칠 안에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최근 월간 보고서에서 세계 원유 재고가 3월과 4월 각각 하루 약 400만배럴(bpd) 감소했다고 밝혔다. 설령 분쟁이 다음 달 끝나더라도 시장은 10월까지 “심각한 공급 부족” 상태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골드만삭스는 현재의 차질로 인해 전 세계 원유 재고가 이미 약 5억배럴 줄어든 것으로 추정했으며, 6월까지 10억배럴에 이를 가능성도 제시했다. 이런 흐름은 원유 및 에너지 관련 종목에는 부담으로 작용하는 반면, 항공·크루즈 업종에는 비용 절감 기대를 키우고 있다.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기대는 크지 않다. 시장은 다음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인 6월 16~17일 회의에서 25bp 인하 가능성을 3% 수준으로만 반영하고 있다. FOMC는 미국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연준의 정책회의다.
실적 시즌은 후반부로 접어들고 있으며, 전반적으로는 주식시장에 우호적인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까지 475개 S&P 500 기업 중 1분기 실적을 발표한 기업의 83%가 시장 전망치를 웃돌았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S&P 500 기업의 1분기 순이익이 전년 대비 12%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기술주를 제외하면 증가율은 약 3%에 그쳐 2년 만의 가장 낮은 수준으로 집계됐다.
해외 증시는 엇갈렸다. 유로스톡스 50지수는 0.64% 상승했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1.25% 하락했다. 일본 닛케이225평균주가는 사상 최고치까지 오르며 0.01% 상승 마감했다.
채권시장에서는 6월물 10년 만기 국채선물이 4틱 상승했다. 10년물 국채금리는 0.8bp 내린 4.477%를 기록했으며, 장중에는 1.5주 만의 최저치인 4.445%까지 떨어졌다. 이날 4% 넘게 급락한 WTI 가격이 물가 상승 기대를 낮추면서 국채선물에는 호재로 작용했다. 다만 미 재무부가 이날 2년 만기 변동금리채 280억달러와 5년물 국채 700억달러를 입찰할 예정이어서 공급 부담은 상승 폭을 제한했다.
유럽 국채금리는 혼조세를 나타냈다. 독일 10년물 국채금리는 0.2bp 오른 2.981%를 기록했고, 영국 10년물 길트 금리는 4.1bp 내린 4.834%로 5주 만의 최저치인 4.804%까지 내려갔다. 유로존 4월 신규 승용차 등록 대수는 전년 동기 대비 5.1% 증가한 97만2,000대로 집계됐다.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이사회 멤버 이아니스 스투르나라스는 중동 분쟁과 에너지 가격 상승이 더 오래 이어지고 있다며 “6월 ECB 금리 인상이 가장 가능성 높은 결과”라고 말했다. 독일 경제자문위원회는 2026년 독일 국내총생산(GDP) 전망치를 기존 0.9%에서 0.5%로 낮췄다. 스왑시장은 6월 11일 다음 회의에서 ECB가 25bp 인상할 가능성을 93%로 반영하고 있다.
미국 개별 종목 동향에서는 AI 인프라와 반도체 관련 종목이 강세를 보였다.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와 씨게이트 테크놀로지 홀딩스는 4% 넘게 올랐고, 웨스턴디지털은 2% 이상 상승했다. 브로드컴도 1% 넘게 뛰었다. 이는 AI 관련 설비투자가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항공사와 크루즈 업체도 유가 급락의 수혜를 입었다. 유나이티드항공홀딩스와 노르웨이지안크루즈라인홀딩스는 6% 넘게 올랐고, 델타항공, 알래스카에어그룹, 카니발, 로열캐리비안크루즈는 4% 이상 상승했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은 3% 넘게, 아메리칸항공그룹은 2% 이상 올랐다. 유가 하락은 항공유와 운항비 부담을 줄여 수익성 개선 기대를 키우는 재료다.
반대로 에너지 생산업체와 에너지 서비스 업체는 하락했다. 베이커휴즈는 4% 넘게 밀렸고, 할리버튼은 3% 이상 내렸다. 데번에너지, 옥시덴털페트롤리엄, 엑슨모빌, APA, 발레로에너지도 2% 이상 하락했다. WTI가 5주 만의 최저치로 내려앉으면서 업황 둔화 우려가 주가에 반영됐다.
사이버보안 업종은 Z스케일러의 급락 여파로 전반적인 약세를 보였다. Z스케일러는 4분기 매출 전망을 8억7,500만~8억7,800만달러로 제시했는데, 시장 예상치 8억7,910만달러를 밑돌며 27% 넘게 급락했다. 크라우드스트라이크, 팔로알토네트웍스, 클라우드플레어, 포티넷, 옥타도 3% 이상 하락했다. 사이버보안 업종은 기업용 보안 지출 확대 기대가 크지만, 개별 기업의 가이던스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밖에 다이콤 인더스트리는 1분기 계약 매출이 19억6,000만달러로 시장 예상치 16억7,000만달러를 크게 웃돌며 29% 넘게 급등했다. 배스 앤드 바디 웍스는 1분기 순매출 13억8,000만달러로 예상치 13억6,000만달러를 상회하며 15% 이상 올랐다. MGM 리조트 인터내셔널은 JP모건 체이스가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비중확대로 상향하고 목표주가를 46달러로 제시한 뒤 7% 넘게 상승했다. GXO 로지스틱스도 바클레이즈가 비중확대로 올리고 목표주가를 65달러로 제시하면서 4% 이상 뛰었다. 페덱스 역시 JP모건 체이스의 상향 조정 이후 2% 넘게 올랐다.
반면 베라 모빌리티는 연간 조정 주당순이익(EPS) 전망치를 기존 1.32~1.38달러에서 1.19~1.25달러로 낮추고, Avis Budget이 계약을 종료했다고 밝히면서 71% 넘게 폭락했다. PDD홀딩스는 1분기 매출이 1,062억3,000만위안으로 시장 예상치 1,086억위안을 밑돌아 10% 이상 내렸다. 글로벌파운드리스는 무바달라 인베스트먼트가 주당 85.80~86.30달러에 2,200만주를 매각한다고 밝힌 뒤 8% 이상 하락했다. 딕스 스포팅 굿즈는 1분기 매출총이익률이 32.6%로 예상치 33.4%에 못 미치며 2% 넘게 밀렸다.
향후 일정으로는 2026년 5월 27일 실적 발표 기업에 애질런트 테크놀로지스, 배스 앤드 바디 웍스, 딕스 스포팅 굿즈, 에버퓨어, HEICO, HP, 마벨 테크놀로지, nCino, 뉴타닉스, 세일즈포스, 스노우플레이크, 시놉시스, U-홀딩이 포함돼 있다. 시장은 에너지 가격, 국채금리, 그리고 실적 가이던스에 따라 단기 변동성이 이어질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특히 유가가 추가로 하락할 경우 항공·운송·소비업종에는 호재가 될 수 있지만, 에너지 업종과 관련 서비스주는 압박을 받을 수 있다. 반대로 사이버보안과 일부 성장주는 실적 전망이 기대에 못 미칠 경우 조정 폭이 커질 수 있어 개별 기업의 가이던스 확인이 중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