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무부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컨테이너 생산량을 제한해 가격을 끌어올린 혐의로 중국의 대형 해운·컨테이너 제조업체 4곳을 기소했다. 이는 최근 수년 사이 중국 기업들을 상대로 제기된 반독점 사건 가운데 가장 중대한 사례 중 하나로 평가된다. 미중 양국이 양자 관계 안정을 모색하는 가운데 나온 조치라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2026년 5월 20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법무부는 중국국제해양컨테이너(CIMC), 싱아마스 컨테이너 홀딩스(Singamas Container Holdings), 상하이 유니버설 물류장비(Shanghai Universal Logistics Equipment), CXIC 그룹 컨테이너(CXIC Group Containers)가 2019년 11월부터 2024년 초까지 공모해 컨테이너 생산량을 줄이고 가격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렸다고 밝혔다. 미국 법무부는 이들 기업이 코로나19와 글로벌 공급망 위기 속에서 표준 해상운송 컨테이너 가격을 크게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법무부는 “다년간의 공모로 2019년과 2021년 사이 표준 운송 컨테이너 가격이 대략 두 배로 뛰었고, 팬데믹 기간 컨테이너 제조업체들의 이익은 약 100배 늘었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기업 간 가격 경쟁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물류 비용과 무역 가격 구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다. 컨테이너는 원자재와 완성품을 전 세계로 운송하는 데 쓰이는 핵심 운송 수단이기 때문에, 생산량 제한과 가격 담합이 이뤄질 경우 해운 운임과 유통 비용이 함께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수출입 기업의 원가 부담으로 이어지고, 장기적으로는 소비재 가격과 공급망 안정성에도 압박을 줄 수 있다. 특히 팬데믹처럼 수요와 공급이 불균형을 이루는 시기에는 이런 담합이 시장 전반의 가격 왜곡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기소 대상에 오른 4개 회사는 CNBC의 관련 질문에 즉각 답하지 않았다. 이번 기소장에는 기업 간 대화와 이메일이 근거로 제시됐으며, 7명의 회사 임원도 함께 기소됐다. 이 가운데 싱아마스 컨테이너 홀딩스의 마케팅 책임자는 4월 프랑스에서 체포돼 현재 미국으로의 송환을 기다리고 있다고 법무부는 설명했다. 법무부는 일부 공모자들이 생산 교대 시간을 제한하고, 준수 여부를 감시하기 위해 감시카메라를 설치하며, 신규 공장 건설을 금지하고, 합의된 생산 상한선을 넘는 회원에게 벌금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법무부에 따르면 이들 회사는 전 세계 표준 비냉장 해상 컨테이너의 95%를 생산하고 있다. 여기서 비냉장 컨테이너는 냉동·냉장 기능이 없는 일반 화물용 컨테이너를 뜻하며, 국제 무역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장비다. 해당 기소장은 미 캘리포니아주 북부지방법원에 2026년 1월 제출됐으며, 미국 정부가 이를 5월 20일에 비공개 해제했다. 이 같은 절차는 수사 내용을 공식적으로 공개해 피의 사실과 법적 대응이 본격화됐음을 의미한다.
홍콩 증시에 상장된 CIMC와 싱아마스 주가는 수요일 각각 1.5%, 1.6% 하락했다. 시장은 이번 조치가 중국 제조업체 전반에 대한 규제 압박으로 확산될 가능성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의 천천 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이 이번 기소를 외국 정부의 “불법적인 역외 관할권 행사”의 또 다른 사례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이러한 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국내 입법 체계를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천천 쉬는 또 워싱턴과 베이징이 지난주 베이징 정상회담 이후 관계 안정을 모색하고 있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독립적인 사법부에 대한 통제 권한이 제한적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Eurasia Group의 중국 담당 이사 댄 왕은 미 법무부가 중국 기업에 대한 제재 명단 확대를 추진할 수 있지만, 베이징 기업들을 상대로 한 조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9월 미국 방문 가능성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은 미중 경제 관계가 정치적 긴장과 상호 규제의 영향을 얼마나 크게 받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된다.
컨테이너 가격 담합 사건은 단기적으로는 관련 중국 기업의 주가와 평판에 부담을 주고, 중기적으로는 글로벌 해상운송 시장의 규제 강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특히 해운·물류 업계는 컨테이너 공급이 제한될 경우 운송비 변동성이 커지고, 이는 제조업과 무역업 전반의 비용 구조를 흔들 수 있다. 따라서 이번 기소는 단순한 법적 분쟁을 넘어 국제 공급망 가격 형성 과정에 대한 감시가 한층 강화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리하면, 미국은 중국의 세계 최대급 컨테이너 제조업체 4곳과 임원 7명을 팬데믹 시기 생산량 제한 및 가격 담합 혐의로 기소했으며, 법무부는 이들이 세계 표준 컨테이너 시장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홍콩 상장사 주가는 즉각 하락했고, 중국은 이를 역외 관할권 행사로 간주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동시에 이번 조치는 미중 관계 안정 국면에도 법집행과 지정학이 여전히 긴장 관계에 놓여 있음을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