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매도세가 이달 들어 가속화되고 있다. 전쟁으로 촉발된 인플레이션과 높아진 차입 비용이 지역 기업의 이익률을 압박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투자심리가 한층 위축된 모습이다.
2026년 5월 20일, 로이터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달 들어 아시아 지역 주식을 순매도 247억5,000만 달러어치 처분했다. 특히 지난 한 주 동안에는 172억7,000만 달러에 달하는 주식을 팔아치우며 주간 기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의 매도를 기록했다. 이는 한국, 대만, 태국, 인도, 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 등 주요 거래소를 집계한 LSEG 자료를 바탕으로 한 수치다.
미국 국채 금리의 상승도 아시아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3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이번 주 200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라 장기 조달비용 상승 우려를 키웠다. 국채 금리가 오른다는 것은 투자자들이 장기채에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한다는 뜻이며, 이는 기업의 미래 이익을 현재 가치로 환산할 때 적용되는 할인율을 끌어올려 성장주와 고평가 종목에 특히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금리가 오를수록 주식 밸류에이션은 압박을 받기 쉽다는 의미다.
뱅크프로의 파올로 브로카르도 최고경영자(CEO)는 메모에서
“더 높은 수익률은 금융 여건을 긴축시키고, 특히 성장주를 중심으로 밸류에이션에 부담을 줄 수 있다”
고 밝혔다. 그는 금리 상승이 단순히 채권시장에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아시아 주식 전반의 투자심리와 자금 흐름을 동시에 흔들 수 있다고 지적한 셈이다.
지난주 외국인 자금 이탈은 한국 시장에서 가장 두드러졌다. 한국 주식시장에서는 외국인 자금 131억4,000만 달러 규모가 빠져나가며 기록적인 순유출을 나타냈다. 같은 기간 대만에서는 28억8,000만 달러, 인도에서는 13억5,000만 달러, 인도네시아에서는 1억8,400만 달러 상당의 현지 주식이 매도됐다. 이는 글로벌 투자자들이 아시아 신흥시장 전반에서 위험 노출을 줄이는 흐름을 강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HSBC 아시아태평양 주식전략 책임자인 헤럴드 판 더 린데는
“중국 본토 H주, 홍콩, 한국, 대만 주식은 전통적으로 금리 상승에 가장 민감하다”
고 말했다. 그는 또
“아시아 펀드의 30%는 한국과 대만의 몇몇 종목에 집중돼 있다. 따라서 위험회피 성향이 강해질 경우 이 시장들에서 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다”
고 설명했다. H주는 중국 본토 기업이 홍콩 증시에 상장한 주식을 뜻하며, 통상 글로벌 자금 흐름과 금리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종목군으로 꼽힌다.
다만 모든 아시아 증시가 일제히 자금 유출을 겪는 것은 아니다. 인도네시아와 태국 증시는 이달 들어 각각 5억1,100만 달러, 2억1,500만 달러의 외국인 자금 유입을 기록하며 상대적으로 견조한 흐름을 보였다. 이는 국가별 성장 전망, 정책 신뢰도, 내수 회복력 등에 따라 외국인 투자 선호가 크게 갈릴 수 있음을 시사한다.
향후 시장에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 미국 장기 국채 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경우 아시아 증시에서는 성장주와 기술주를 중심으로 추가 조정 압력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금리 상승세가 진정되거나 기업 실적이 예상보다 견조하게 나오면 일부 시장에서는 외국인 매도세가 완화될 여지도 있다. 그러나 당분간은 고금리·달러 강세·위험회피라는 조합이 아시아 주식시장 전반의 변동성을 키우는 핵심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