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채 금리 소폭 하락…채권시장, ‘상당한’ 인플레이션 위험 반영

미국 국채 금리가 수요일 장 초반 소폭 하락했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이어지면서 전날 채권시장 전반에 걸친 급격한 매도세가 투자심리를 계속 짓누르고 있기 때문이다.

2026년 5월 20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초반 거래에서 2bp(베이시스포인트)도 채 안 되는 하락세를 보이며 4.653%를 기록했다. 10년물 국채는 주택담보대출, 자동차 대출, 신용카드 금리의 기준으로 널리 활용되는 핵심 지표다. 전날인 화요일 장중에는 2025년 1월 이후 최고 수준인 4.687%까지 올랐다.

장기물인 30년물 국채 수익률도 약 1bp 하락한 5.172%를 나타냈다. 다만 전 거래일에는 장중 한때 5.197%까지 치솟으며 2007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단기 금리에 더 민감한 2년물 국채 수익률은 2bp 떨어진 4.106%로 집계됐다. 여기서 베이시스포인트(bp)는 0.01%포인트를 뜻하며, 채권 가격과 수익률은 서로 반대로 움직인다. 즉 수익률이 오르면 채권 가격은 내려가고, 수익률이 내려가면 가격은 오른다.

시장 참가자들은 중동 분쟁이 다시 격화될 가능성과 그에 따른 가격 영향, 그리고 이러한 흐름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다른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를 저울질하고 있다. 특히 지정학적 긴장이 장기화될 경우 에너지 가격과 수입 물가가 다시 자극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채권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날 오후에는 4월 27~2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의사록이 공개될 예정이다. 연준은 당시 연방기금금리를 3.5%~3.75%로 동결했지만, 금리 결정 과정에서 위원회 내부의 이견은 30년 만에 가장 크게 벌어졌다. 금리 결정 위원 12명 가운데 8대 4로 의견이 갈리며, 정책 방향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한층 부각됐다.

HSBC 전략가들은 화요일 메모에서 미국 국채가 이미 “위험 구간(danger zone)”에 들어섰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끈질긴 인플레이션과 매파적 금리 전망이 더 넓은 위험자산 전반에 압박을 가하기 시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채권시장에서 국채 금리가 높게 유지되면 주식, 기업채, 부동산 등 다양한 자산의 밸류에이션에도 부담이 전가될 수 있다.

이날 오전 국제유가는 소폭 하락했다. 중국 유조선 2척이 약 400만 배럴의 원유를 싣고 호르무즈 해협을 빠져나간 뒤 조정 흐름이 나타났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103.70달러로 0.3% 하락했고, 국제 기준 유종인 브렌트유는 0.4% 내린 110.83달러를 기록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향후 며칠 안에 외교적 해결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이란에 대한 공격 위협을 재차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란의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은 X(옛 트위터)에 “전쟁으로의 복귀에는 훨씬 더 많은 놀라움이 따를 것”이라고 적었다.

이날 발표가 예정된 경제지표에는 미국모기지은행협회(MBA)의 최신 평균 30년 고정 모기지 금리가 포함된다. 이는 5월 15일 종료 주간 기준 수치로, 주택시장과 차입 여건을 가늠하는 데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된다.

런던 소재 래스본스(Rathbones)의 채권 부문 책임자인 브린 존스는 CNBC의 “Europe Early Edition”과의 인터뷰에서 글로벌 채권시장이 이제 “상당한” 인플레이션 위험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 세계 차입 비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인플레이션 압력이 더 오래 지속될 가능성을 시장이 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럽 주요 국채 금리도 엇갈린 흐름을 보였다. 독일 10년물 분트채 수익률은 1bp 넘게 하락한 3.1689%를 기록했고, 30년물 분트채 수익률도 약 1bp 낮은 3.6878%였다. 영국에서는 10년물 길트채 수익률이 5.132%로 보합세를 나타낸 반면, 30년물 길트채 수익률은 1bp 오른 5.801%로 집계됐다.

브린 존스는 CNBC에 “만약 (분쟁이) 앞으로 몇 달 더 이어진다면 분명히 수익률과 인플레이션 압력은 더 커질 것”이라며 “반대로 어떤 형태로든 해결이 이뤄지면 수익률은 빠르게 되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향후 몇 달간 국채 금리의 고공행진이 이어질 경우, 주택담보대출과 기업 자금조달 비용이 추가로 높아질 수 있다는 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반대로 중동 정세가 완화되고 유가가 안정되면 인플레이션 기대가 진정되면서 국채 수익률이 다시 내려올 가능성도 거론된다. 결국 이번 흐름은 인플레이션, 지정학적 리스크, 연준의 정책 경로가 복합적으로 얽힌 국면에서 채권시장이 어느 방향으로 움직일지를 가늠하는 중요한 시험대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