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외곽의 대형 도매시장에서는 베트남 정부의 단속과 미국의 관세 위협에도 불구하고 위조품 거래가 여전히 활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 기자들이 같은 시장을 두 차례 방문해 확인한 결과, 상인들은 단속이 반복돼도 거래는 쉽게 줄지 않는다고 말했다.
2026년 5월 27일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베트남 수도 하노이 외곽의 닌히엡(Ninh Hiep) 도매시장에서는 가짜 제품 판매가 여전히 성행하고 있었다. 한 상인은 가짜 랄프 로렌 폴로 셔츠를 진열한 자신의 노점에서
“경찰이 1년에 한 번 TV 취재진과 함께 와서 한 가게 압수 장면을 촬영한 뒤, 다시 평상시로 돌아간다”
고 말했다. 이 시장은 미국무역대표부
USTR는 또 MyFlixerz와 같은 스트리밍 웹사이트도 문제로 지적했다. 이들 사이트는 베트남에서 운영되는 것으로 추정되며, 불법 복제 영화와 TV 시리즈를 제공해 전 세계 수억 명의 월간 방문자를 끌어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이 단속을 예고했음에도 이들 사이트는 5월 27일 기준 여전히 접속 가능한 상태였다. 여기서 해적판(piracy)은 정식 허가 없이 영화, 드라마, 음악 등을 복제·배포하는 행위를 뜻하며, 위조품(counterfeit goods)은 정품 상표를 모방한 가짜 상품을 의미한다. 지적재산권 침해는 상표·저작권·특허 등 창작물과 브랜드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다.
USTR와 베트남 외교부는 로이터의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워싱턴은 베트남의 지적재산권 위반을 미국 경제에 심각한 피해를 주는 문제로 보고 있다. 미국은 4월 30일 베트남을 전 세계에서 지식재산권 보호 의무를 가장 심각하게 위반한 국가로 지정하고, 이달 말까지 조사에 착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조사가 개시될 경우 무역 관세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조치는 베트남의 대미 수출 급증과 맞물려 있다. 미국 통계에 따르면 올해 첫 3개월 동안 베트남과의 무역적자는 548억 달러로 확대됐으며, 이는 중국과 멕시코 등 주요 수출국과의 적자보다 더 큰 수준이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반복적으로 무역적자 축소를 강조해 왔다.
미국이 4월 베트남을 지식재산권 부문 ‘우선 외국(priority foreign country)’으로 지정한 뒤, 베트남 외교부는 자국이 지적재산권 보호를 위해 “극도로 노력하고 있다”고 밝히며 미국에 “베트남의 노력과 성과에 대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평가”를 요구했다. 이 분류는 미국의 지식재산권 평가에서 가장 엄격한 수준에 해당하며, 최근 13년 동안 이 최하위 범주에 새로 포함된 국가는 베트남이 유일했다.
위조품과 해적판, 여전히 수요가 공급을 만든다
USTR 발표 직후 베트남 정부는 5월 7일부터 30일까지 위조품과 온라인 해적판에 대한 단속 캠페인을 시작했다. 이는 지난해에도 비슷하게 진행된 바 있으며, 당시에는 트럼프 행정부가 베트남산 수입품에 46%의 관세를 예고한 이후 단속이 강화됐다. 이후 해당 관세는 10%로 낮아졌지만, 베트남은 자국 최대 수출시장인 미국과 지난 1년간 무역협정을 놓고 협상을 이어오고 있다.
로이터 기자들은 이달 초와 5월 25일 두 차례 닌히엡 시장을 방문해 약 10명의 상인과 대화했다. 이들은 모두 당국이 정기적으로 단속을 벌이지만 실제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민감한 사안인 만큼 신원을 밝히지 않은 채 발언했다. 한 상인은 경찰이 최근 시장을 방문한 뒤 일부 가게가 브랜드 위조품 전시를 줄였지만,
“주문이 들어오면 창고에는 여전히 가짜 상품이 있다”
고 말했다.
위조방지 단속을 담당하는 당국은 논평 요청에 답하지 않았다. 로이터가 현장에서 본 수십 개의 노점에서는 랄프 로렌, 캘빈클라인, 구찌, 갭, 알로 요가 등의 상표가 붙은 가짜 의류가 판매되고 있었다. 많은 상품에는 제조업체를 식별할 수 있는 중국어 태그가 달려 있었다. 상인들은 문의가 들어오면 대부분 중국 광저우에서 수입된 가짜 제품이라고 인정했으며, 일부는 베트남산이라고 설명했다.
과거 단속은 제한적 영향에 그쳤고, 일부 상인들은 집행 강화와 새로운 세금 제도가 영업에 타격을 줬다고 말했다. 호찌민시의 또 다른 ‘악명 높은 시장’은 지난해 경찰의 급습을 받았지만 현재도 운영 중이다.
닌히엡 시장의 좁은 골목에는 오토바이 운전자들이 끊임없이 오가며 하노이 시내와 다른 지역 상점에 되팔 물건을 찾고 있었다. 한 상인은
“수요가 있는 한 공급도 있다”
고 말했다. 이 발언은 베트남의 위조품 유통 구조가 단속보다 소비 수요와 유통망에 의해 더 강하게 지탱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단속이 일시적으로 노출 진열을 줄일 수는 있어도, 창고 재고와 비공개 거래가 남아 있는 한 시장의 흐름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어렵다는 의미다.
시장과 관세 압박의 의미도 적지 않다. 미국이 지식재산권 침해를 무역 현안으로 확대할 경우, 베트남의 대미 수출은 향후 추가 관세나 조사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다. 이는 의류·신발·전자부품 등 베트남의 주력 수출 품목 전반에 불확실성을 높일 수 있으며, 위조품 단속과 통상 협상이 동시에 진행되는 현재 국면에서는 기업과 상인 모두가 정책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미국이 무역적자 축소를 강조하고 있는 만큼, 지식재산권 문제는 단순한 상표 위반을 넘어 양국 무역협상 전체의 압박 수단으로 작동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