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 상장을 추진하는 광산업체들이 올해 크게 늘어난 가운데, 국방 관련 수요를 전면에 내세우는 방식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기존에는 공급과 수요의 구조, 장기 가격 사이클을 강조하던 전통적 상장 문구가 미사일, 전투기, 레이더, 탄약 등 방산용 최종 수요를 겨냥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는 설명이다.
2026년 5월 27일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최소 18개 광산 관련 기업이 미국에서 이중 상장 또는 상장을 완료했거나 추진 중이다. 이들 기업은 주로 캐나다와 호주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일부는 미국 스타트업이다. 로이터가 거래소 공시와 기업 발표를 검토한 결과, 2025년에는 이러한 사례가 3건에 그쳤다. 기업가치는 약 2,500만 달러에서 75억 달러까지 다양했다.
핵심은 ‘방산용 광물’ 수요다. 올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나스닥(Nasdaq)에는 안티모니, 희토류, 텅스텐, 우라늄 관련 생산업체들이 잇달아 진입했다. 이들 광물은 미 국방부가 전략물자로 분류한 품목으로, 전투기, 미사일, 레이더 체계 등에 사용된다. 한국 독자에게 낯선 용어인 안티모니는 탄약과 화학 제품, 난연 소재 등에 쓰이는 광물이며, 희토류는 고성능 자석과 전자장비, 방산 부품에 필요한 원소군이다. 텅스텐은 매우 단단하고 고온에 강해 관통탄, 절삭 공구, 군수품에 활용된다.
이들 기업은 공공 제출문에서 자신들을 단순한 채굴업체가 아니라 탄약, 장갑 관통 소재, 미국 무기 체계용 원재료 공급자로 소개하고 있다. 이는 채굴업체 IPO가 통상적으로 공급·수요의 균형과 가격 전망을 내세우던 방식과는 분명히 다른 흐름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변화가 자본조달뿐 아니라 전략적 파트너십 확보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우리의 목표는 텅스텐에 대한 직접적인 국방 수요를 충족하는 것이다.”
Guardian Metal Resources의 최고경영자(CEO) 올리버 프리즌은 로이터에 이렇게 말했다. 그는 미국 군의 연간 텅스텐 수요를 2,000~3,000미터톤으로 추산했다. Guardian은 미국이 자국 내 텅스텐 공급망을 재건하는 데 기여하겠다는 구상을 내세우고 있으며, 장갑 관통 탄약에 활용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 회사는 이미 펜타곤으로부터 620만 달러를 받았고, 미군에 최소 1억 달러 규모의 추가 자금을 신청한 상태라고 로이터는 지난 3월 보도한 바 있다.
미국 안티모니(United States Antimony)는 방위 비축용 안티모니 공급 계약으로 2억4,500만 달러 규모의 국방물류국(DLA) 계약을 확보했다. 안티모니는 탄약과 기타 군사 장비에 쓰인다. 희토류 개발사들도 방산 활용을 강조하고 있다. REalloy Inc는 자사 프로젝트에 고급 무기 체계의 자석에 쓰이는 디스프로슘과 테르븀을 포함하고 있다고 밝혔고, 호주의 재계 거물 지나 라인하트가 지원하는 Rare Earth Americas는 기업공개(IPO) 설명에서 일부를 ‘국방 응용 분야’에 맞췄다.
상장에 나선 대다수 기업의 자금 조달 규모는 아직 크지 않다. 공시 기준으로 Guardian Metal은 6,830만 달러, Rare Earth Americas는 6,330만 달러, Atlas Critical Minerals는 약 1,100만 달러를 조달했다. 다만 여러 기업이 펜타곤 연계 프로그램을 통해 정부 자금을 확보하면서, 이번 상장은 단순한 초기 자본 조달보다 전략적 자금과 투자자 접근권을 여는 통로라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 상장 러시, 기업별 행보도 다양
로이터가 정리한 목록에 따르면 Atlas Critical Minerals는 나스닥 종목코드 ATCX로 상장했고, Blue Moon Metals는 TSXV·프랑크푸르트·OTCQX를 거쳐 나스닥 BMM으로 올라섰다. Santacruz Silver는 나스닥에 상장했으며, Mayfair Gold는 TSX-V에서 TSX를 거쳐 뉴욕증권거래소로 이동했다. Aris Mining은 NYSE: ARMN으로, Versamet Royalties는 TSXV와 비상장 선행 구조를 거쳐 나스닥에 진입했다. Highlander Silver는 캐나다증권거래소(CSE)와 TSXV에서 NYSE American: HSLV로 상장했고, U.S. Antimony Corp는 NYSE American에서 NYSE로 상향 상장했다. Guardian Metal Resources는 런던증권거래소(LSE)에서 NYSE American으로 옮겼다. OceanaGold는 NYSE: OGC로, The Metals Royalty는 TSX-V에서 나스닥 TMCR로, Nicola Mining은 TSX-V에서 나스닥 예탁증서(ADSs)로 상장했다.
이중 상장은 같은 기업이 두 개의 증권거래소에 동시에 상장되는 구조를 뜻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더 넓은 투자자 기반에 접근할 수 있고, 시장 유동성을 높이며, 지역별 자금조달 기회를 넓힐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미국 자본시장에 진입하면 국방·자원 안보 관련 투자자와의 접점이 확대될 수 있어, 최근의 상장 움직임은 단순한 ‘증시 이전’보다 훨씬 전략적인 성격을 띤다.
지분 투자와 프로젝트 자금, 정책이 자본을 끌어당기다
캐나다 상장 광산업체 가운데 Lithium Americas와 Trilogy Metals 등은 지분 투자와 프로젝트 자금을 통해 미국의 방산 연계 자금을 유치하고 있다. 워싱턴이 핵심 광물 확보를 국가 과제로 추진하면서, 이들 기업은 직접적인 자금 조달 이상의 혜택을 기대하고 있다. 이는 미국이 자국 공급망을 강화하려는 정책 기조와 맞물린 흐름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미국과 서방 국가들이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국내 광물 공급망 재건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나타났다. 중국은 2024년 8월 안티모니 수출 통제를 시행해 군수 장비에 쓰이는 이 금속의 글로벌 공급을 압박했고, 이는 미국 방산 공급망 우려를 키웠다. Guardian의 프리즌은 중국의 2025년 텅스텐 수출 금지 조치로 인해 1950년대에 조성된 미국 정제시설의 원료 공급이 제약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당시 미국의 정제 설비는 연간 약 1만8,000톤의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실제 가동은 그보다 한참 낮다고 그는 말했다.
또한 2025년 11월 중국은 안티모니, 갈륨, 게르마늄, 초경질 소재의 대미 수출 금지를 1년간 유예했지만, 군사용 수요에는 제한을 유지했다. 이에 따라 상업용 공급은 일부 완화됐지만, 미 국방부는 여전히 국내 공급원에 의존해야 하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콩고민주공화국의 코발트 수출 제한 등도 미국의 원자재 조달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
정책 자금의 유입도 본격화됐다. JP모건은 2025년 10월 국가 경제안보와 연계된 분야, 특히 핵심 광물 부문에 최대 100억 달러를 투자할 수 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26년 2월 미국 수출입은행(Ex-Im Bank)의 지원을 기반으로 한 120억 달러 규모의 전략 광물 비축 프로젝트 ‘프로젝트 볼트(Project Vault)’를 출범했다. 미국 행정부는 MP Materials, USA Rare Earth, Korea Zinc 등 광산·소재 기업에도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투자자들은 미국 정부의 지분 참여가 단순한 자본 공급을 넘어 방산 계약, 보조금, 정책 지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동시에 이는 기업들이 가격 변동성, 즉 원자재 가격의 경기 순환 위험으로부터 일부 보호받는 효과도 낼 수 있다. 다만 불확실성도 크다. Haynes Boone 로펌의 자본시장·증권 담당 공동대표 릭 워너는
“방산 주도 탐사에 돈이 들어가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상당 부분은 여전히 매우 투기적이다”
라고 말했다. 그는 “광산과 자원에 접근할 수만 있다면 중국의 지배력을 깨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보지만, 시간과 돈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시장 관점에서 보면 이번 흐름은 핵심 광물 가격과 방산 공급망 재편에 중장기적으로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미국 내 정제·가공 능력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자본이 광산 개발뿐 아니라 정제시설과 공급망 인프라로 향하면 텅스텐, 안티모니, 희토류 관련 기업의 가치평가가 재조정될 여지도 있다. 반면 정부 지원과 지정학적 기대가 선반영될 경우, 실제 생산 확대가 뒤따르지 못하는 기업은 향후 변동성에 노출될 수 있다. 달러 기준으로는 1달러가 1.3754캐나다달러에 해당한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