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분쟁발 항공유 급등이 전 세계 항공사들의 수익성을 압박하면서 올해와 내년에 더 많은 항공사가 파산하거나 업계 인수·합병(M&A)과 재편이 촉진될 것이라고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수장이 경고했다.
2026년 6월 8일, 로이터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IATA 연례 회의에서 윌리 월시 국제항공운송협회 사무총장은 중동 분쟁이 제트연료 공급을 위축시키고 핵심 항로를 교란하면서 항공사들이 더 높은 연료비를 떠안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전쟁이 중동 상공의 항공 교통 흐름을 흔들어 우회 항로가 늘었고, 그 결과 운항 비용이 추가로 불어났다고 설명했다.
월시 사무총장은 특히 저비용항공사(LCC)가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저비용항공사는 일반적으로 프리미엄 좌석, 고액 결제 승객, 신용카드 제휴 충성도 프로그램 등 수익성이 높은 부문이 부족해 유가 급등을 흡수할 여력이 상대적으로 약하다. 그는 이러한 부담이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며, 미국의 저비용항공사 스피릿항공이 지난달 무너졌고 이는 마지막 사례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불행하게도 일부 항공사는 이처럼 높은 연료 가격을 감당하기 매우 어려울 것이다”
라며, 일부 항공사는 결국 영업을 지속하지 못하고 다른 항공사는 대형 항공사에 인수될 것으로 예상했다. 항공사들은 수익이 나지 않는 노선을 줄여 마진 방어에 나설 것으로 보이지만, 이란 전쟁 발발 이후 급등한 운임은 당분간 쉽게 내려오지 않을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다만 월시 사무총장은 이러한 압박이 저비용항공사 모델의 종말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미국 밖에서는 저비용항공사 모델이 여전히 활황이며, 미국에서는 유나이티드항공, 델타항공, 아메리칸항공 등 대형 3사가 저가 경쟁사들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유럽에서 라이언에어가 견조한 실적을 내고 있는 점을 들어, “저비용 모델이 망가졌다고 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월시 사무총장은 올해 초부터 제기된 대형 합병 구상 가운데, 유나이티드항공 최고경영자 스콧 키어비가 숙적 아메리칸항공 인수를 통해 미국 최대 항공사를 만들자는 제안은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봤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이 구상을 제기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고 언급하며, “규제 장벽이 매우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것이 정말 통합을 추진하려는 진지한 시도였는지, 아니면 스콧이 언론의 관심을 끌려 했던 것인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중동 항공 허브의 흔들림과 회복 전망
이란 분쟁은 두바이, 도하, 아부다비 등 중동의 핵심 환승 허브를 통한 항공 흐름을 크게 흔들었으며, 에미레이트항공, 카타르항공, 에티하드항공 등 걸프 지역 항공사들에 상당한 부담을 안기고 있다. 다만 월시 사무총장은 걸프 지역이 항공 허브로서 영구적인 타격을 입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그는 지리적으로 전략적 중요성이 크고, 걸프 지역 주요 항공사들이 전 세계 항공 운항 능력의 14%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 운항 능력을 세계 다른 지역의 항공사들이 대체할 수는 없다”
며 “상황이 안정되면 걸프 항공사들은 시장에서 중요한 지위를 다시 회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항공 허브란 국제선 환승과 연결편을 집중적으로 처리하는 공항과 지역을 뜻하며, 중동 허브는 아시아·유럽·아프리카를 잇는 지리적 이점을 기반으로 글로벌 항공 네트워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공급망 지연도 업계 부담을 가중하고 있다. 보잉과 에어버스의 항공기 인도 지연, GE 에어로스페이스와 RTX 산하 프랫앤드휘트니의 엔진 납품 지연이 이어지면서 항공사들은 기단 확대와 효율 개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월시 사무총장은 업계가 이 같은 지연에 점점 더 좌절하고 있다며, 특히 엔진 제조사들이 강한 이익을 내는 반면 항공사들은 고통을 떠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급망 차질로 지난해 항공사들이 약 110억 달러의 비용을 부담한 것으로 추산했다.
그는
“그들이 더 빨리 움직이지 않는 데 실망하고 있다. 항공업계가 겪는 고통을 함께 나누지 않는 데도 실망하고 있다”
고 말했다. 다만 항공기와 엔진 제조사들은 팬데믹 이후 공급망 혼란과 정치적 무역 갈등 때문에 상당 부분 자신들의 통제 밖에서 지연이 발생했다고 주장해왔다.
또한 월시 사무총장은 앞으로 중국의 코맥(COMAC)이 보잉과 에어버스에 맞설 경쟁자로 부상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코맥은 여전히 유럽과 미국에서 인증 장벽에 직면해 있으며, 서방산 엔진과 항전장비에 의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항전장비는 항공기 비행·항법·통신에 필요한 핵심 전자장비를 뜻한다.
그는
“아마도 10년에서 15년 뒤에는 사람들이 에어버스와 보잉만 이야기하지 않을 것이다. 에어버스, 보잉, 코맥이 함께 언급될 것”
이라고 말했다.
2050년 탄소중립 목표도 변수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아래 기후 정책의 추진력이 약해지고 항공사들이 재무적 압박을 받으면서, 업계 지도자들은 2050년 탄소중립(net zero) 달성 목표에 대해 한층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탄소중립은 배출한 온실가스와 흡수·감축량을 맞춰 실질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목표를 의미한다.
그럼에도 월시 사무총장은 IATA가 이 목표를 포기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지속가능한 항공연료 개발이 우리가 기대했던 만큼 진전되지 않아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은 분명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지속가능한 항공연료는 기존 화석연료 대비 탄소 배출을 줄이는 대안 연료로, 향후 항공업계의 친환경 전환 핵심 수단으로 꼽힌다. 월시 사무총장의 발언은 고유가와 공급망 병목, 지정학적 위험이 동시에 겹치면서 항공산업이 단기적으로는 구조조정 압력에, 장기적으로는 친환경 전환 지연이라는 이중 부담에 직면해 있음을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