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 고등법원에 출석한 바클레이즈 전 최고경영자(CEO) 제스 스탈리가 제프리 엡스타인과의 관계를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미국 하원 감독·정부개혁위원회(House Oversight and Government Reform Committee)의 인터뷰에 응하기로 했다.
2026년 5월 31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위원회 대변인은 스탈리가 7월 23일에 엡스타인과의 관계에 대해 인터뷰를 받는 데 동의했다고 일요일 확인했다. 이 인터뷰는 강제 출석 형식이 아니라 자발적이며, 기록으로 남는 전사 인터뷰(transcribed interview)다. 전사 인터뷰는 질문과 답변이 문자 형태로 모두 남는 방식으로, 이후 의회나 수사·감독 과정에서 중요한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이번 인터뷰는 제임스 코머(공화·켄터키) 하원 감독위원장이 약 3주 전 스탈리에게 제안한 초청에 따른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가 먼저 스탈리가 이 초청을 수락했다고 보도했다.
하원 감독위는 최근 엡스타인과 연관된 고위급 인사들을 잇따라 불러 조사를 진행해 왔다. 대상에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등이 포함됐다. 또한 팸 본디 전 법무장관은 지난 금요일 위원회에서 법무부가 엡스타인 관련 파일 공개를 어떻게 처리했는지에 대해 조사를 받았다.
엡스타인 파일은 제프리 엡스타인과 관련된 수사·행정 문서들을 통칭하는 표현으로, 공개 여부와 공개 범위를 둘러싸고 정치적·사법적 논란이 이어져 왔다. 엡스타인은 미국 정부의 아동 성매매 혐의로 체포된 뒤 2019년 8월 뉴욕 교도소에서 자살로 사망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과거 지인이기도 했다.
위원회는 또 마이크로소프트 공동창업자 빌 게이츠를 6월 10일 인터뷰할 예정이며, 억만장자 리언 블랙은 6월 26일, 골드만삭스 법무총괄 캐서린 루엠믈러는 7월 15일 인터뷰가 예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하원 감독위가 금융, 정계, 재계의 유력 인사들을 폭넓게 소환하는 것은 엡스타인 네트워크의 실체와 각 인물들의 접점을 규명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스탈리는 JPMorgan Chase의 임원이자 바클레이즈 CEO를 지낸 인물로, 엡스타인의 오랜 지인이자 그가 JPMorgan의 프라이빗 웰스와 자산관리 부문의 주요 고객이던 시절 해당 부서를 이끌었다. 프라이빗 웰스는 고액 자산가를 위한 자산관리 서비스를 뜻하며, 자산관리와 함께 은행의 수익성 높은 핵심 사업으로 꼽힌다.
JPMorgan은 2023년 엡스타인 피해자들에게 2억9000만 달러를 지급하는 합의에 도달했다. 이는 은행이 엡스타인의 성매매를 방조했다는 취지의 소송을 마무리하기 위한 조치였다. 같은 해 JPMorgan은 미국령 버진아일랜드 정부가 제기한 유사 소송을 해결하기 위해 7500만 달러를 지급하기로 했고, 별도로 스탈리와도 비공개 합의에 도달했다. 이 합의는 엡스타인 관련 소송에서 발생한 민사 손해배상 및 비용에 대해 스탈리가 책임이 있다고 은행이 주장한 사안을 정리하기 위한 것이었다.
다만 공개된 두 합의에서 JPMorgan은 엡스타인과의 거래 과정에서 어떤 잘못도 인정하지 않았다.
스탈리는 2015년 10월부터 2021년 말까지 바클레이즈 CEO를 맡았다. 그의 퇴진은 영국 금융감독청(FCA)이 바클레이즈에 대한 진술과 이후 FCA에 대한 설명 과정에서 스탈리가 엡스타인과의 관계를 어떻게 표현했는지 조사한 뒤 이뤄졌다. FCA는 2023년 스탈리에게 200만 달러 이상의 벌금을 부과하고, 금융권에서 경영직을 맡는 것을 영구 금지했다.
바클레이즈는 당시 조사 결과가 “스탈리가 엡스타인의 혐의 범죄를 보았거나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은행은 또 2019년 여름 엡스타인이 체포된 뒤 스탈리를 계속 지원한 근거가 그 지점에 있었다고 설명했다.
스탈리는 2020년 “분명히 나는 그를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그렇지 않았다. 지금 돌이켜보면,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고려할 때, 제프리와 어떤 관계를 맺었던 것에 깊이 후회한다”고 말했다.
이번 하원 감독위 인터뷰는 엡스타인과 연관된 인물들에 대한 정치권의 추가 검증이 본격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전직 금융회사 최고경영자와 대형 은행, 그리고 미국 정·재계 인사들이 잇달아 조사 대상에 포함되면서, 향후 의회 차원의 청문과 문서 공개 요구가 더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금융권 입장에서는 엡스타인 관련 소송과 조사에서 드러난 내부통제, 고객 실사, 리스크 관리의 적절성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를 수 있어, 유사한 고위자산가 관리 체계를 점검하는 움직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핵심 관전 포인트는 스탈리가 의회에서 어떤 진술을 내놓을지, 그리고 그 내용이 JPMorgan과 바클레이즈의 과거 대응에 어떤 추가 파장을 낳을지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