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이 시작되자마자 일부 미국인들의 재정에는 거의 즉각적인 충격이 왔지만, 주식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미국인들에게는 상황이 빠르게 회복됐다. 미국 가정의 다수는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만, 자산의 상당 부분은 초부유층에 집중돼 있다. 전쟁 발발 직후 S&P 500 지수는 약 8% 하락했으나 3월 말부터 19% 반등하며 손실을 만회했고, 현재 연간 기준으로는 10.7% 상승한 상태다. 이 흐름이 유지될 경우 4년 연속 두 자릿수 주가 상승이 현실화된다.
2026년 5월 30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러한 주가 상승을 적극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주 텔레비전으로 생중계된 각료회의에서 “우리는 401(k) 계좌가 사상 최고치에 있다. 지금까지 가장 높은 수준이며, 이는 주식시장도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는 사실과 맞닿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쟁 상황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401(k)는 미국의 대표적인 퇴직연금 계좌로, 주식시장의 상승이 곧바로 모든 가계의 생활 여건 개선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과 주유소에서 직접 휘발유를 넣어야 하는 미국인이라면 누구나 알 듯, 이번 전쟁의 실제 경제적 부담은 높은 주가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이번 전쟁은 이미 역사적으로 벌어져 있던 미국 내 격차를 더욱 벌려 놓고 있으며, 금융시장 호황의 과실을 누릴 수 있는 계층과 그렇지 못한 계층 사이의 간극을 확대하고 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운영에 대한 미국인의 불만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의 성적에도 부담이 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복귀의 핵심 약속 가운데 하나로 소비자 물가 억제를 내세웠지만, 유권자들이 투표장에 갈 때 그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느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경제의 체감 회복은 왜 더디나
최근 발표된 경제지표들은 미국 경제가 전쟁의 충격을 충분히 흡수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 상무부 산하 경제분석국(BEA)에 따르면 미국 가계의 실질 가처분소득은 3월에 0.2% 줄었고 4월에는 추가로 0.5% 감소했다. 실질 가처분소득은 물가 상승을 반영한 뒤 실제로 쓸 수 있는 소득을 뜻한다. 즉 명목상 소득이 늘어도 물가가 더 빠르게 오르면 체감 구매력은 떨어진다. 또 미국인들은 전쟁에 따른 에너지 비용 부담을 버티기 위해 저축을 줄이고 있으며, 지난달 개인저축률은 2.6%로 낮아졌다. 개인저축률은 소득 중 소비하지 않고 남겨 둔 비율을 뜻한다. 아울러 올해 1분기 성장률은 1.6%로 하향 조정됐다.
다만 경제가 완전히 멈춰 선 것은 아니다. 그 이유는 미국 사회의 상·하위 계층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들은 여전히 양호한 실적을 내고 있으며, 이는 곧 S&P 500의 강세로 이어진다. 반면 노동자들은 전반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업 이익은 급증하고 있지만, 국내총소득(GDI)에서 노동이 차지하는 비중은 51%로 내려갔으며, 이는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이후 79년 만의 최저치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즉, 주식시장이 오를수록 그 혜택이 광범위하게 분배되는 것이 아니라 자산 보유자에게 더 집중되는 구조가 강화되고 있다.
전쟁은 불평등을 만들지 않았지만, 격차를 더 키웠다
이번 이란 전쟁이 미국의 불평등을 처음 만든 것은 아니지만, 분명히 이를 완화하지도 못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 연구진은 전쟁이 시작된 뒤 미국 북동부에서 연소득 4만달러 미만인 사람들은 휘발유 구매를 거의 10% 줄인 반면, 연소득 12만5,000달러를 넘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소비를 유지했다고 분석했다. 이는 저소득층이 유가 상승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북동부는 대중교통 전환이 가능한 지역이 많아 상대적으로 충격을 흡수하기 쉽지만, 미국의 다른 지역에서는 주유소에서 결제할 때 충격을 피하기가 훨씬 어렵다.
모건의 분석업체 모닝스터리와 유사한 무디스 분석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전쟁 이후 에너지 비용으로 평균 447.19달러를 추가로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가계 예산에서 적지 않은 금액이다. 특히 전쟁이 장기화되거나 유가가 다시 상승할 경우, 이 부담은 저소득층과 중산층에 더욱 크게 전가될 가능성이 있다. 결국 금융시장의 회복 속도와 생활비의 회복 속도 사이의 간극이 미국 경제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유가와 원유 흐름, 시장은 빠르게 반응했지만 실물경제는 시간이 걸린다
메모리얼데이 연휴 이후 여름 휴가철이 본격화된 직후 휘발유 가격은 최근 며칠 사이 하락했다. AAA에 따르면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이번 주 갤런당 16센트 내려 4.39달러가 됐다. 이는 미국과 이란이 협상 타결 가능성을 둘러싸고 움직이던 시점과 맞물려 있다. 미국과 이란 사이의 불안정한 새 합의는 페르시아만을 거쳐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 흐름을 다시 열 수 있다. 양국이 해협 통과를 허용하지 않으면서 전 세계 시장에 도달하지 못하는 원유가 하루 약 1억 배럴에 이른다.
미국은 역사상 어느 나라보다 많은 원유를 생산하고 있지만, 가격을 결정하는 글로벌 시장과 깊이 연결돼 있다. 이는 양날의 검이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걸프 지역의 제트연료가 유럽으로 가지 못하자 미국 정유업계는 자동차용 휘발유 생산을 줄이고 제트연료 생산을 늘리는 방식으로 공백을 메웠다. 세계 공급망의 붕괴는 어느 정도 피했지만, 그 비용은 미국 소비자에게 돌아갔다. 이러한 구조는 에너지 가격이 국내 수급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트럼프 대통령은 금요일 이란과의 잠재적 합의에 대해 최종 결정을 내리고 있다고 밝혔다. 시장은 이를 환영했으며, 브렌트유 선물은 배럴당 약 1.70달러 하락해 92달러 바로 아래에서 거래됐다. 주가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금융시장은 몇 초 만에 변화에 반응할 수 있는 반면, 실물경제는 수개월이 걸린다. 이것이 이번 사태의 핵심이다.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실제로는 몇 주에서 몇 달이 걸릴 가능성
현재 페르시아만 안에는 약 2,000척의 선박이 묶여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먼저 기뢰를 제거해야 하고, 그 다음에야 선박들을 해협을 통해 안전하게 이동시킬 수 있다. 셰브런 최고경영자 마이크 워스는 금요일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그 선박들을 빼내는 데는 몇 주, 몇 주가 걸린다”고 말했다. 또 미국 시장에서 아시아와 다른 지역으로 에너지 물동량을 우회시킨 다른 선박들도 다시 방향을 바꿔야 하며, 그는 “몇 달이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업과 각국 정부, 특히 에너지 수요가 큰 중국은 줄어든 재고를 다시 채워야 한다. 전쟁 이전보다 원유 수요는 더 높아질 것이고, 그 수요를 맞추기 위해 유가는 전쟁 전보다 높은 수준으로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설령 합의가 성사되더라도 국제 에너지 시장이 단기간에 안정을 되찾기 어렵다는 의미다. 반대로 합의가 조만간 나오지 않는다면 유가는 다시 상승세를 재개할 가능성이 높다.
11월 중간선거와 더 커지는 정치적 파장
11월까지는 많은 변수가 바뀔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당이 이번 사태의 정치적 후폭풍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여론조사 집계 사이트 스트렝스 인 넘버스에 따르면 미국인의 60%가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부정적으로 평가했고, 긍정 평가는 37%에 그쳤다. 이는 공화당이 중간선거에서 직면할 부담을 보여준다.
다만 중간선거라는 틀만으로는 불평등 확대의 파장을 모두 설명하기 어렵다. 민주당 역시 이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당 내부에는 기업 친화적 자유시장 노선을 강조해 온 클린턴·오바마 시대 세력의 영향력이 약화하는 가운데, 반기업 성향의 진보 진영이 부상하는 분열이 이미 드러나고 있다. 인공지능 주도 주가 랠리 속에서 부를 축적하는 계층과 그 밖의 다수가 체감하는 현실 사이의 간극은, 바다 건너 전쟁의 결과보다 많은 미국인들에게 더 직접적인 문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결국 이번 사태는 단순히 전쟁의 종료 여부에 그치지 않는다. 미국의 권력 구조와 자산 분배, 노동의 몫, 에너지 비용, 선거 정치가 하나의 축으로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다시 드러내고 있다. 이란 전쟁의 끝이 오히려 미국 불평등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불평등을 둘러싼 정치가 얼마나 깊고 거칠게 전개될지는 아직 단정할 수 없지만, 그 흐름은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