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달러화가 미국과 이란의 평화 구상에 관한 엇갈린 신호 속에서 소폭 반등했다. 27일(현지시간) 달러지수(DXY00)는 0.03% 상승하며 장 초반 하락세를 되돌렸다. 시장은 이란 국영방송이 미국과 이란 간 양해각서의 비공식 초안을 입수했다고 보도한 뒤, 미국과 이란이 전쟁을 끝내고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열 수 있을지 주목했다. 해당 초안에는 미군이 이란에 대한 해상 봉쇄를 해제하고,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상업 운송을 복원하는 내용이 담겼다고 전해졌다. 다만 미국 당국이 이 문서를 “완전한 날조”이자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하면서 달러는 곧 반등했다.
2026년 5월 27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달러화는 이 같은 지정학적 변수 외에도 미국 경제지표의 강세에 힘입어 지지를 받았다. 이날 발표된 미 연방준비제도(Fed) 리치먼드 지역 제조업 경기 조사에서 현재 여건 지수는 10포인트 상승한 13으로, 4년 6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인 4를 크게 웃돈 수치다. 스왑 시장은 다음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인 6월 16~17일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25bp(0.25%포인트) 인하할 가능성을 4% 수준으로 반영하고 있다. 금리인하 기대가 낮아질수록 달러에는 일반적으로 우호적으로 작용한다.
달러는 장 초반만 해도 약세를 보였다.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이 5% 이상 급락해 5주 만의 저점으로 밀리면서 인플레이션 기대가 낮아졌고, 이는 연준의 완화적 정책 가능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해석됐다. 일반적으로 유가 하락은 물가 압력을 낮춰 위험자산과 원자재에는 부담이 될 수 있지만, 달러에는 약세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여기에 이날 중국 위안화가 3년 3개월 만의 고점으로 상승한 점도 달러에 부담을 줬다. 호르무즈 해협은 중동 원유와 물동량의 핵심 통로로, 봉쇄 우려가 완화되면 국제유가와 인플레이션 전망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유로화는 이날 1주일 만의 고점에서 밀리며 달러 대비 0.01% 하락했다. 미국 달러가 초반 약세에서 상승세로 전환하자 유로화에서는 차익실현성 매도와 함께 롱 포지션 청산이 나타났다. 또한 독일 경제자문위원회가 2026년 독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0.9%에서 0.5%로 낮춘 점도 유로화에 부담이 됐다. 독일은 유럽 최대 경제국으로, 성장률 하향은 유로존 전체 경기 전망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
반면 유로화는 유럽중앙은행(ECB) 인사들의 매파적 발언으로 초반에는 지지를 받았다. ECB 통치위원회 위원 야니스 스투르나라스는 “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결과는 6월 ECB 금리 인상이다
”라고 말했다. 그는 중동 분쟁과 그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이 예상보다 더 오래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로존의 4월 신규 자동차 등록은 전년 동기 대비 5.1% 늘어난 97만2,000대로 집계됐다. 시장은 ECB가 6월 11일 다음 통화정책회의에서 25bp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을 92% 반영하고 있다.
엔화는 달러 대비 0.14% 하락했다. 일본의 4월 생산자물가지수(PPI) 서비스 가격이 전년 대비 3.0% 상승하는 데 그쳐 예상치인 3.3%를 밑돌면서, 일본은행(BOJ)의 완화적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해석이 힘을 얻었다. 다만 엔화 약세는 제한됐다. 미국 국채 수익률이 낮아진 데다, 이날 국제유가가 5% 급락하면서 에너지 수입 비중이 높은 일본 경제에는 오히려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에너지의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한다. 또한 달러당 160엔에 가까워질수록 일본 당국이 외환시장에서 개입해 엔화를 떠받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경계감도 작용하고 있다.
일본의 4월 PPI 서비스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3.0% 상승해 3월의 3.3%에서 둔화됐으며, 시장 예상치인 3.3%를 밑돌았다. 스왑 시장은 오는 6월 16일 열리는 BOJ 정책회의에서 25bp 금리 인상 가능성을 73%로 반영하고 있다.
귀금속 시장에서는 달러 강세와 중앙은행의 매파적 발언이 금값과 은값에 하락 압력을 가했다. 6월물 COMEX 금 선물은 53.90달러(1.20%) 하락한 온스당 2,? 수준으로 마감했고, 7월물 COMEX 은 선물은 1.711달러(2.23%) 하락했다. 금은 1.75개월 만의 저점으로 떨어졌고, 은 역시 5주 만의 약세를 기록했다. 일반적으로 달러가 강해지면 달러로 거래되는 금·은 가격에는 부담이 커진다. 여기에 ECB의 금리 인상 가능성 언급도 무이자 자산인 귀금속의 매력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은값은 독일 성장률 전망 하향에 따른 산업금속 수요 우려도 영향을 받았다. 금과 은은 전통적으로 안전자산으로 분류되지만, 은은 산업 수요 비중도 커 경기 둔화 우려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한편 이날 국제유가의 급락은 물가 기대를 낮추고 각국 중앙은행이 더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취할 가능성을 높여 귀금속에는 중장기적으로 우호적일 수 있다. 글로벌 국채 수익률 하락 역시 금과 은의 상대적 매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다만 최근 귀금속 관련 자금 유출은 가격에 부담을 주고 있다. 금 상장지수펀드(ETF)의 롱 보유는 3월 31일 기준 5개월 1주 만의 저점으로 내려갔고, 이는 2월 27일 3년 6개월 만의 고점에서 크게 줄어든 수준이다. 은 ETF의 롱 보유도 5월 5일 기준 9개월 1주 만의 저점으로 감소했으며, 이는 지난해 12월 23일 3년 6개월 만의 고점 이후의 흐름이다. ETF 자금 흐름은 기관투자자와 개인투자자의 심리를 동시에 반영한다는 점에서 향후 금·은 가격 방향성을 가늠하는 단서가 된다.
반면 중국 인민은행(PBOC)의 금 매입 확대는 금값에 지지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이 보유한 금 보유량은 4월 말 기준 260,000온스 증가한 7,464만 트로이온스로 집계됐으며, 이는 1년 만의 가장 큰 월간 증가이자 18개월 연속 금 보유 확대에 해당한다. 중앙은행의 꾸준한 금 매입은 달러 자산 의존도를 낮추려는 흐름과 맞물려 중장기적으로 금 수요를 떠받칠 수 있다.
향후 시장 관점에서 보면, 달러는 미국의 견조한 제조업 지표와 연준의 금리인하 기대 축소로 단기 지지력을 확보한 모습이다. 그러나 중동 지정학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만큼, 유가와 인플레이션 기대가 다시 흔들릴 경우 달러와 위험자산의 방향성은 빠르게 바뀔 수 있다. 유로화는 ECB의 금리 경로와 독일 성장 전망이 핵심 변수이며, 엔화는 BOJ 통화정책과 달러당 160엔 수준의 개입 경계감이 중요하다. 귀금속은 달러 강세와 자금 유출이 부담이지만, 유가 하락과 글로벌 금리 하락, 중앙은행의 매수세가 하방을 제한하는 구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