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의 가파른 상승세가 이미 올해 250% 이상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더 이어질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인공지능(AI) 수요 급증이 메모리 반도체 업황을 끌어올리면서,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은 1조달러를 넘어섰다. 투자자들은 AI 서버에 쓰이는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최대 수혜주로 꼽히는 기업들에 몰렸고, 그 중심에 SK하이닉스가 있었다.
2026년 5월 27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KB증권의 글로벌 투자전략가 피터 김(Peter Kim)은 CNBC의 스쿼크 박스 아시아에서 “쌍둥이 빌딩으로 불리는 두 종목, 즉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펀더멘털과 밸류에이션은 여전히 매우 견고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기서 펀더멘털은 기업의 실적·성장성·재무구조 등 기초 체력을 뜻하며, 밸류에이션은 주가가 실적에 비해 비싼지, 싼지를 평가하는 지표다. 그는 또 최근 급등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예상하는 실적이 더 빠르게 상향 조정되면서 오히려 주가수익비율PER 기준으로는 밸류에이션이 더 저렴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피터 김은 미국 메모리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 테크놀로지가 예상 실적 기준 약 12배 수준에서 거래되는 반면,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각각 약 6~7배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주가만 보면 믿기 힘든 랠리처럼 보이지만, 밸류에이션의 기초 체력을 보면 우리는 아직 이 놀라운 랠리의 절반도 오지 않았다고 말하겠다”고 했다. 한국 시장에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대표주로 묶여 움직이는 경우가 많아, 글로벌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두 종목을 함께 비교하는 시각이 흔하다.
웨드부시 증권의 애널리스트 댄 아이브스(Dan Ives)도 최근 메모리 반도체 랠리에 대해 낙관적인 평가를 내놨다. 그는 현재의 AI 붐을 야구 경기의 “9이닝 중 3회초”에 비유하며, 아직 성장의 초기 국면에 불과하다고 진단했다. 야구에서 9이닝은 한 경기의 전체 구간을 뜻하며, 3회초라는 표현은 경기 초반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는 “AI 혁명은 모든 엔진이 가동되는 상황”이라며 HBM, DRAM, NAND 메모리에 대한 수요가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수준”에 도달했다고 적었다. HBM은 AI 가속기와 서버에 주로 쓰이는 고성능 메모리이며, DRAM과 NAND는 전자기기 전반에 널리 사용되는 메모리·저장용 반도체다.
아이브스는 SK하이닉스를 “메모리 슈퍼사이클의 핵심 수혜주”라고 평가하며, 현재 시장이 이 업황의 지속 기간과 규모를 여전히 크게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클라우드 대기업들이 AI 인프라 투자를 가속화하면서 칩 수요가 공급을 계속 웃돌고 있으며, 빅테크의 설비투자(capex)는 약 7,25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설비투자는 기업이 공장·서버·장비 등에 투입하는 자본 지출을 의미하며, AI 시대에는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수요를 직접 자극하는 핵심 변수로 꼽힌다.
그러나 우려도 적지 않다. 한국 주식시장에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대표지수인 KOSPI의 40% 이상을 차지하면서, 일부 투자자들은 시장 집중 리스크를 경계하고 있다. 시장이 소수의 AI 관련 종목에 지나치게 의존할 경우 공급망 차질이나 글로벌 데이터센터 투자 둔화 같은 변수에 더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피터 김은 현재 시장이 “매우 양극화된 상태”라며, 몇몇 AI 연동 종목이 지수 수익률에 지나치게 큰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반도체 업사이클을 끝내는 핵심 요인인 과잉공급은 당장 나타나기 어렵다고 봤다. 그는 “이 사이클을 진짜로 꺾는 것은 결국 언제나 과잉공급인데, 그 생산능력이 실제로 나타나기까지는 최소 몇 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래서 우리는 이번 랠리의 아마 절반쯤 와 있다고 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메모리 반도체 업황은 통상 수요 증가, 가격 상승, 기업 실적 개선이 맞물릴 때 강한 상승 국면을 형성하며, 그 뒤 공급 확대로 전환되면 조정 국면에 들어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만 급등 이후에는 종목 선별이 더 중요해졌다는 시각도 나온다. 레이리언트 글로벌 어드바이저스의 수석 포트폴리오 매니저 필립 울(Philip Wool)은 AI 하드웨어에 대한 낙관론이 미국 기술주를 넘어 신흥시장으로까지 확산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여전히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TSMC 등 좋은 기업들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들 기업은 여전히 놀라운 성장성을 가진 훌륭한 회사들”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그는 AI 열풍이 이전까지는 주로 선진국 시장의 현상이었으나 이제는 신흥시장으로도 파급되고 있다며, SK하이닉스와 TSMC, 삼성전자 같은 종목들은 앞으로 투자자들이 기대하는 AI 관련 자본지출이 매우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어야만 추가적인 초과 수익을 내기 쉬운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시장 관점에서 보면 SK하이닉스의 최근 랠리는 단순한 반도체 업황 개선을 넘어, AI 인프라 투자 확대와 고부가 메모리 수요 증가가 동시에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향후에도 AI 서버 증설, 데이터센터 투자, HBM 공급능력 확대가 지속될 경우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과 주가에는 추가 상향 여지가 남아 있다. 다만 이미 큰 폭으로 오른 만큼, 앞으로는 실적 개선 속도와 주가 반영 속도 간의 차이, 그리고 공급 확장과 수요 둔화 가능성을 함께 점검하는 보수적 접근이 요구된다. 특히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처럼 지수 내 비중이 큰 종목은 한국 증시 전체의 방향성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향후 KOSPI 흐름 역시 AI 반도체 업황에 상당 부분 연동될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