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증시가 인플레이션 재점화 우려에 급락했다. 15일(현지시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1.17% 하락했고,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0.96% 내렸으며, 나스닥100지수는 1.64% 급락했다. 6월물 E-미니 S&P 선물은 1.07% 떨어졌고, 6월물 E-미니 나스닥 선물은 1.48% 하락했다.
2026년 5월 15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날 주식시장의 하락은 세계 채권시장 전반의 동반 매도와 급등한 국제유가가 맞물리며 나타났다. 중동발 원유 공급 정상화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 이어지는 가운데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이날 1.5주 만의 최고치까지 올랐다. 미국과 이란의 평화협상은 여전히 교착 상태에 있고, 호르무즈해협은 사실상 봉쇄된 상태다. 호르무즈해협은 전 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의 약 5분의 1이 통과하는 핵심 해상로다.
이 같은 유가 급등은 전 세계 국채수익률을 끌어올리고 있다. 일본 10년 만기 국채(JGB) 수익률은 29년 만의 최고치로 뛰었고, 영국 10년물 길트 수익률은 18년 만의 최고치, 독일 10년물 분트 수익률은 15년 만의 최고치로 상승했다. 미국 10년물 국채수익률도 4.57%로 올라 11.75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채수익률은 채권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지표로, 금리가 오르면 성장주와 고평가 종목의 밸류에이션에 부담을 주는 경우가 많다.
주가 하락은 이날 발표된 미국 경제지표가 예상보다 강하게 나오며 더 커졌다. 5월 엠파이어스테이트 제조업지수의 일반 사업여건 지수는 8.6포인트 상승해 19.6으로 올라, 시장 예상치였던 7.2 하락 전망을 크게 웃돌며 4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4월 제조업 생산도 전월 대비 0.6% 증가해, 예상치인 0.2% 증가를 넘어섰고 최근 14개월 중 가장 큰 폭의 상승을 나타냈다. 이는 미국 경제가 여전히 견조하다는 신호이지만, 동시에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를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시장에서는 다음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25bp(0.25%포인트) 내릴 가능성을 2% 수준으로만 반영하고 있다. 6월 16~17일 열리는 다음 회의에서 금리 인하가 단행될 가능성은 사실상 매우 낮게 평가되는 분위기다. 채권시장은 중동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상승이 물가를 자극해 중앙은행들이 통화정책 완화에 나서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 실적은 전반적으로 양호하지만, 이날 장세를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현재까지 실적을 발표한 S&P 500 편입기업 454곳 가운데 83%가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1분기 S&P 500 기업의 순이익은 전년 대비 12%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기술업종을 제외하면 증가율은 약 3%에 그쳐, 2년 만에 가장 약한 수준이 될 전망이다. 이는 실적 자체는 견조해도, 산업 전반의 이익 증가 폭이 고르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해외 증시도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유로스톡스50지수는 1.75% 하락했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2주 만의 최저치로 밀리며 1.02% 내렸다. 일본 닛케이225 평균주가도 1주 만의 최저치로 떨어지며 1.99% 하락했다. 글로벌 위험회피 심리가 확산하면서 아시아와 유럽 시장 모두 압박을 받는 모습이다.
국채시장도 급락했다. 6월물 10년 만기 국채선물은 이날 23틱 내렸고, 10년물 국채수익률은 8.4bp 오른 4.566%를 기록했다. 장중에는 10년물 수익률이 4.569%까지 올라 11.75개월 만의 최고치를 새로 썼다. 미국 국채선물이 약세를 보인 것은 유가 상승이 물가 기대를 끌어올리고, 이에 따라 채권값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유럽 국채수익률도 동반 상승했다. 독일 10년물 분트 수익률은 3.143%까지 올라 15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고, 영국 10년물 길트 수익률은 5.172%까지 치솟아 거의 18년 만의 최고치를 나타냈다. 스왑시장은 유럽중앙은행(ECB)이 6월 11일 열리는 다음 정책회의에서 25bp 금리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을 88%로 보고 있다. 스왑은 금리 변동에 대한 기대를 반영하는 파생상품으로, 정책 전망을 가늠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종목별로는 반도체와 항공주, 금속주가 약세를 보였다. 이날 반도체 업종은 이번 주 랠리의 일부를 되돌리며 크게 밀렸다. ARM홀딩스는 7% 넘게 하락해 나스닥100지수 내 하락률 상위 종목이 됐고, 인텔도 7% 넘게 떨어졌다. 램리서치, ASML홀딩,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각각 5% 넘게 내렸고, 엔비디아는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 구성 종목 가운데 하락률 상위권에 올라 4% 넘게 하락했다. 이 밖에 AMD, KLA, 브로드컴은 3% 넘게 내렸고, 마벨테크놀로지, 마이크로칩테크놀로지,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 텍사스인스트루먼츠도 2% 넘게 하락했다.
귀금속과 산업금속 가격 급락의 영향으로 광산주도 약세였다. 헤클라마이닝, 쿠어마이닝, 앵글로골드아샨티는 7% 넘게 떨어졌고, 프리포트맥모란과 서던코퍼는 6% 넘게 내렸다. 배릭마이닝과 뉴몬트는 5% 넘게 하락했다.
항공주와 크루즈주는 유가 급등에 따른 연료비 부담 확대 우려로 약세를 나타냈다. 유나이티드항공홀딩스, 델타항공, 카니발은 2% 넘게 떨어졌고, 로열캐리비안크루즈, 노르웨이지안크루즈라인홀딩스, 아메리칸항공그룹, 알래스카에어그룹, 사우스웨스트항공도 1% 넘게 하락했다. 반면 유가 상승 수혜가 예상되는 에너지 생산 및 서비스 기업은 상승했다. 옥시덴털페트롤리엄은 2% 넘게 올랐고, 코노코필립스, 데본에너지, 필립스66, 마라톤페트롤리엄, 다이아몬드백에너지, 셰브론은 1% 넘게 상승했다.
실적 발표 종목별로는 희비가 엇갈렸다. 디로컬은 1분기 주당순이익(EPS) 14센트를 기록해 시장 예상치 17센트를 밑돌며 8% 넘게 하락했다. NU홀딩스는 1분기 매출 49억7,000만달러를 발표했으나 예상치 50억4,000만달러에 못 미쳐 5% 넘게 떨어졌다. 반면 피그마는 연간 매출 전망치를 기존 13억7,000만달러에서 14억2,000만~14억3,000만달러로 상향하며 11% 넘게 급등했다. 이 전망치는 시장 예상치 13억7,000만달러보다 높다.
덱스컴은 엘리엇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가 지분을 확보하고 이사회에 독립이사 2명을 선임하는 합의에 도달했다는 소식에 6% 넘게 올랐다. 파파존스인터내셔널은 이스 캐피털이 회사를 비상장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는 로이터 보도 이후 5% 넘게 상승했다. C.H.로빈슨월드와이드는 씨티그룹이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매수로 상향하고 목표주가를 199달러로 제시하면서 3% 넘게 올랐다.
한편 이날 장 마감 이후 및 향후 발표 예정인 2026년 5월 15일 실적 발표 기업으로는 액추에이트테라퓨틱스, 어라이브AI, ARS 파마슈티컬스, 브라이트마인즈바이오사이언시스, 팔콘스비욘드글로벌, 고사머바이오, 럼펀드파이낸스트러스트, 마우이랜드앤드파인애플, 넥스포인트다이버시파이드리얼에스테이트트러스트, 피카드메디컬, RBC베어링스, 스미스-미들랜드 등이 포함됐다.
“중동발 유가 급등이 세계 채권시장과 주식시장에 동시에 부담을 주고 있다”
는 점이 이날 시장의 핵심으로 요약된다. 물가 압력이 다시 커질 경우 연준과 ECB를 비롯한 주요 중앙은행이 완화적 정책으로 쉽게 방향을 틀기 어렵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성장주와 금리에 민감한 종목의 변동성 확대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에너지주의 상대적 강세는 당분간 이어질 수 있으나, 이는 유가 급등이 지속된다는 전제에 기반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실적 호조만으로는 시장 하락 압력을 상쇄하기 어려운 만큼, 물가·금리·유가의 동향이 향후 증시 흐름의 핵심 변수로 남을 전망이다.
면책 고지: 이날 기사에 언급된 정보와 수치는 시장 상황을 설명하기 위한 것으로,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