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아 가격이 1주 반 만의 저점으로 급락했다. 15일(현지시간) 7월물 ICE 뉴욕 코코아(CCN26)는 193달러(-4.61%) 내린 반면, 7월물 ICE 런던 코코아(CAN26)는 76파운드(-2.44%) 하락했다. 최근 월요일에 3개월 반 만의 고점까지 올랐던 코코아 가격은, 이후 공급이 충분할 것이라는 전망이 부각되며 되돌림 장세를 보이고 있다.
2026년 5월 15일자 보도에 따르면 나스닥 산하 바차트(Barchart)는 코코아 선물이 이날 큰 폭 약세를 보였다고 전했다. 특히 아이보리코스트(코트디부아르)가 2025/26 시즌 코코아 인도량 추정치를 기존 180만~190만톤(MMT)에서 220만톤(MMT)으로 상향 조정한 점이 공급 우려를 완화시키며 가격에 부담을 줬다. 다만 영국 파운드화(^GBPUSD)가 5주 만의 저점으로 밀리면서, 파운드화 기준으로 표시되는 런던 코코아의 낙폭은 일부 제한됐다.
엘니뇨 우려와 서아프리카 작황이 여전히 핵심 변수다. 지난 월요일 코코아 가격은 서아프리카에 더 따뜻하고 건조한 날씨를 유발할 수 있는 엘니뇨(El Niño) 형성 가능성 때문에 3개월 반 만의 고점으로 뛰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은 5월에서 7월 사이 엘니뇨가 나타날 확률을 82%로 제시했으며, 연말까지 지속될 가능성도 함께 언급했다. 또한 ‘슈퍼 엘니뇨’가 발생할 확률도 67%로 추정했다. 엘니뇨는 적도 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아지며 전 세계 기상 패턴에 영향을 주는 현상으로, 서아프리카의 건조화가 심해질 경우 코코아 생산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
시장에서는 2026/27 서아프리카 코코아 작황에 대한 초기 조사 결과도 주시하고 있다. 이 조사에서는 코코아 나무에서 열매로 자라날 초기 꼬투리인 셰렐(cherelle) 형성이 평균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10월에 시작되는 주력 수확에 대한 전망이 약하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코코아 가격은 또 다른 수급 리스크로, 2월 10일 라보뱅크가 2025/26년 전 세계 코코아 잉여물량 전망치를 32만8,000톤에서 25만톤으로 낮춘 점의 지지도 받고 있다. 라보뱅크는 예상된 엘니뇨로 인해 서아프리카 작황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봤다.
수요 측면에서는 초콜릿 소비가 아직 버티고 있다는 신호가 가격을 떠받치고 있다. 허쉬(Hershey)와 몬델레즈 인터내셔널(Mondelez International)의 최근 실적은 시장 예상보다 좋았고,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초콜릿 수요가 여전히 견조하다는 점을 보여줬다. 다만 Circana는 4월 14일, 3월 22일로 끝나는 13주 동안 북미 초콜릿 캔디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1.3%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는 소비 둔화 가능성을 시사하는 지표다.
글로벌 잉여 공급 축소 전망도 강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StoneX는 4월 29일 2026/27년 전 세계 코코아 잉여물량 전망치를 1월의 26만7,000톤에서 14만9,000톤으로 하향했다. 또 2025/26년 전망도 28만7,000톤에서 24만7,000톤으로 줄였다. 이는 서아프리카 엘니뇨 리스크가 공급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잉여물량이 줄어들면 재고가 빠르게 쌓이지 않기 때문에 선물가격은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기 쉽다.
그러나 실제 현물 공급과 재고는 아직 가격 하락 압력을 가하고 있다. 지난주 목요일 ICE 코코아 재고는 266만8,548포대로 20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시장에 실제로 공급 가능한 물량이 적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또한 서아프리카의 최근 강수량이 코트디부아르와 가나의 가뭄 우려를 충분히 해소하지 못한 가운데, 아프리카 홍수·가뭄 감시기구는 3월 29일 기준 코트디부아르의 절반 이상과 가나의 약 3분의 2가 가뭄 상태에 놓여 있다고 밝혔다. 코트디부아르와 가나는 전 세계 코코아 생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산지다.
수요 지표는 지역별로 엇갈리고 있다. 미국 초콜릿협회(National Confectioners Association)는 4월 23일, 1분기 북미 코코아 분쇄량이 전년 동기 대비 3.8% 감소한 10만6,087톤이라고 발표했다. 유럽 코코아협회도 1분기 유럽 코코아 분쇄량이 전년 대비 7.8% 줄어든 32만5,895톤이라고 밝혔는데, 이는 시장 예상치인 6% 감소보다 더 큰 폭이며 17년 만의 1분기 최저치였다. 반면 아시아 코코아협회는 1분기 아시아 코코아 분쇄량이 전년 대비 5.2% 증가한 22만3,503톤으로, 6.7% 감소할 것이라는 시장 전망을 크게 웃돌았다고 전했다. 여기서 분쇄량(grindings)은 코코아 열매를 가공해 코코아 매스, 버터, 파우더 등을 만드는 양을 뜻하며, 초콜릿 제조 수요를 가늠하는 대표적 지표다.
아프리카 생산국의 공급은 아직 안정적이지만, 국가별로는 차이가 있다. 아이보리코스트의 누적 자료에 따르면 2025년 10월 1일부터 2026년 5월 3일까지 이어진 현 마케팅 연도에 농민들은 항만으로 157만톤(MMT)의 코코아를 출하했으며, 이는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0.6% 증가한 수준이다. 반면 나이지리아는 공급이 줄고 있다. 블룸버그는 지난 화요일 나이지리아의 3월 코코아 수출이 전년 대비 35% 감소한 1만8,052톤이라고 보도했다. 나이지리아 코코아협회는 2025/26년 나이지리아 생산량이 전년 대비 11% 줄어든 30만5,000톤이 될 것으로 전망했고, 이는 2024/25년 예상치 34만4,000톤보다 낮은 수치다. 세계 5위 코코아 생산국인 나이지리아의 공급 감소는 가격에 우호적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코트디부아르·가나의 농가 지급가격 인하도 시장 심리에 영향을 주고 있다. 지난달 가나는 2025/26 재배 시즌 공급분에 대해 농민에게 지급하는 공식 가격을 거의 30% 낮췄고, 코트디부아르도 이달 시작된 중간 수확(mid-crop)부터 적용될 농가 수취가격을 57% 인하하겠다고 밝혔다. 코트디부아르와 가나는 전 세계 코코아의 절반 이상을 생산하는 지역으로, 이들 국가의 정책 변화는 국제 코코아 시장 전반의 공급·수요 균형과 농민 생산 의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공급 부족을 지지하는 재료와 잉여 확대를 시사하는 재료가 동시에 존재하는 상황이다. 코트디부아르는 2025/26년 코코아 생산량이 전년 대비 10.8% 감소한 165만톤이 될 것이라고 밝혔으며, 2024/25년의 185만톤에서 줄어드는 수치다. 그러나 국제코코아기구(ICCO)는 3월 2일 2024/25년 전 세계 코코아 잉여 전망치를 11월의 4만9,000톤에서 7만5,000톤으로 상향했고, 이는 4년 만의 첫 흑자라고 설명했다. ICCO는 같은 기간 전 세계 코코아 생산이 전년 대비 8.4% 증가한 470만톤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시장에서는 향후 코코아 가격이 엘니뇨로 대표되는 기상 리스크와 재고·분쇄량 같은 수요 지표 사이에서 큰 변동성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기사 작성 시점인 2026년 5월 15일 기준 리치 애스플런드(Rich Asplund)는 본 기사에 언급된 어떤 증권에도 직접적 또는 간접적 포지션을 보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바차트는 이 기사에 포함된 모든 정보와 수치는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됐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