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유류비 급등에 3월 전기차 판매 역대 최고치…세계 판매도 첫 성장세

유럽의 높은 휘발유 가격이 지난 3월 자동차 구매자들을 전기차(EV)로 몰아넣으면서 유럽 시장에서 월간 역대 최고 판매 기록을 세웠고, 이로 인해 올해 들어 처음으로 세계 전기차 판매가 전년 대비 증가세로 전환되었다고 컨설팅업체 Benchmark Mineral Intelligence(BMI)의 자료가 밝혔다.

2026년 4월 14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유가 급등은 각국 정부가 운전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유류가격 상한을 도입하거나 보조책을 마련하도록 만들었다. 이는 2월 28일 발발한 이란 내전(기사 원문 표기 상 ‘전쟁’)으로 인해 주요 해상 운송로가 교란되면서 전 세계 원유 공급의 약 20%를 운반하는 항로가 불안정해진 데 따른 결과이다.

BMI는 3월 신차 등록(판매의 대리지표로 사용)을 기준으로, 배터리 전기차(BEV)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포함 등록대수가 전 세계적으로 전년 대비 3% 증가170만 대을 넘었다고 집계했다. 특히 유럽에서는 37% 급증해 한 달 기준 사상 최대인 거의 54만 대 수준의 전기차가 등록되었다.

“등록 통계는 판매를 대체하는 지표이며, 등록이 실제 판매보다 일정 기간 지연되는 경향이 있다. 이 중 상당 부분은 휘발유 가격 상승 탓으로 돌릴 수 있다.” — BMI 데이터 매니저 찰스 레스터(Charles Lester)

BMI는 또한 에너지 가격이 가장 크게 오른 국가들에서 전기차 등록 증가세가 가장 뚜렷했다고 밝혔다. 호주, 뉴질랜드, 베트남, 태국 등은 에너지 가격 급등의 영향을 크게 받아 중국·유럽·북미 3대 시장 외 지역의 전기차 등록이 79% 증가하는 데 기여했다.

중국과 미국·북미 시장의 하향 압력도 관찰되었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의 전기차 등록대수는 전년 대비 14% 감소85만 대를 조금 넘는 수준으로 집계되었다. BMI는 이 같은 하락세가 1월부터 시작됐다고 설명했는데, 그 배경으로는 중국 정부가 자동차 트레이드인 지원 자금(중고차 교환 보조금)을 중단했고 전기차 구매에 대한 세금 감면 조치도 만료되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레스터는 중국 소비자들이 이전의 인센티브를 통해 소형 전기차를 구매하는 경향에서 대형 차종으로 기호를 전환하는 흐름도 관찰된다고 덧붙였다.

북미 지역에서는 전기차 등록이 30% 급감해 3월 한 달간 121,500대로 집계됐다. 이는 미국에서 전기차 세액공제 제도가 종료된 이후로 여섯 번째 연속 연간 감소를 기록한 것이다. 레스터는 또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CO2(이산화탄소) 배출 기준 완화 제안이 추가적인 수요 약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레스터는 “세액공제가 종료된 이후에 기록된 수치 중에서는 이번 달이 최고치였지만, 현실적으로 수요의 위축은 이미 진행된 상태”라고 밝혔다.


용어 설명

기사에서 사용된 주요 용어 중 일반 독자에게 다소 익숙하지 않을 수 있는 표현을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등록(Registrations)’은 통상 자동차의 실제 판매를 직접 집계하기 어려운 경우 대신 사용하는 대리 지표로, 차량이 최초로 등록된 건수를 의미한다. 즉 등록 수치는 실제 소비자가 차량을 구매해 등록한 건수로 해석될 수 있으나, 판매 시점과 등록 시점에 시차가 발생할 수 있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는 외부 전원을 통해 충전 가능한 배터리와 내연기관을 함께 쓰는 차량을 말한다. 미국의 ‘전기차 세액공제(EV tax credit)’는 구매자에게 일정 금액을 세금에서 공제해 주어 전기차 구매를 촉진하던 제도이며, 이 제도의 종료는 즉각적인 수요 감소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CO2 배출 기준은 차량 제조사에게 부과되는 평균 배출량 규제로, 기준 완화는 연비·배출량이 높은 차량의 시장 진입을 용이하게 해 전기차 수요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시장·정책적 시사점 및 향후 영향 전망

이번 BMI 자료는 단기적으로 유가 급등과 연료비 부담 증가가 소비자들의 구매 선택을 빠르게 바꿀 수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유럽과 일부 신흥국에서의 전기차 수요 증가는 연료비의 지속적 상승이 이어질 경우 견조하게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수요 변동성은 각국의 정책(예: 세제 혜택, 보조금, 배출 규제) 변화에 크게 좌우된다. 예를 들어 중국과 미국에서 관찰되는 정책 후퇴는 단기적으로 전기차 보급 속도를 둔화시킬 수 있다.

산업 측면에서는 제조사들이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소형에서 대형 전기차로의 수요 이동에 대응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또한 충전 인프라 확충, 배터리 공급망 안정화, 원자재(리튬·코발트 등) 가격 변동에 대한 리스크 관리가 더욱 중요해졌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중장기적으로는 연료 수요 감소와 전기차 비중 확대가 석유 수요 구조에 영향을 미쳐 정유·유통 부문의 전략 전환을 촉발할 수 있다.

경제적 파급효과 측면에서는 연료비 상승으로 단기적으로 소비자들의 교통비 부담이 커지면 내연기관 차량 관련 수요가 둔화되고 중고차 시장의 가격 구조가 변동할 소지가 있다. 반면 전기차 보급이 확대되면 관련 산업(배터리·충전·전기차 서비스)에서의 투자와 고용이 증가해 경제 전환의 촉매제가 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이러한 전환 속도와 범위는 각국의 정책 방향, 에너지 가격의 향방, 공급망 제약 여부 등에 따라 크게 달라질 것이다.


요약·결론

BMI의 3월 통계는 유럽에서의 전기차 등록이 월간 사상 최대인 약 54만 대를 기록하면서 세계적으로는 총 170만 대 넘게 등록돼 전년 대비 3% 증가한 것이 특징이다. 이는 2월 말에 발발한 이란 관련 분쟁으로 촉발된 유가·에너지 가격 상승과 각국의 연료가격 방어 정책이 소비자 선택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친 결과로 분석된다. 한편 중국과 북미에서는 정책 변화 여파로 등록이 감소하는 등 지역별 양극화도 나타나고 있다. 향후 전기차 시장의 확장 여부는 유가 흐름, 정부의 정책 지원 여부, 제조사의 제품 전략 및 인프라 확충 속도에 달려 있으며, 단기적 가격 충격과 중장기적 구조 전환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