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은행들, 연준 감독체계 개편을 되돌리기 어렵게 고정 요구

워싱턴에서 월가 은행들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새 감독 체계를 뒤에서부터 되돌리기 어렵게 고정해 달라고 압박하고 있다고 이 사안을 잘 아는 4명의 관계자가 전했다. 이는 향후 민주당 행정부가 들어서더라도 현재 진행 중인 감독 완화 조치가 쉽게 뒤집히지 않도록 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2026년 5월 26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공화당 소속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금융당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폭의 은행 감독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핵심은 은행 검사관들이 오랫동안 사용해 온 ‘주의사항이 필요한 사안’(matters requiring attention·MRAs) 사용을 대폭 줄이는 것이다. MRA는 은행의 위험관리나 내부통제에 약점이 발견됐을 때 감독당국이 시정 조치를 요구하는 주요 도구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공식 제재와 금전적 벌금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번 변화는 규제 부담이 과도하고 적대적으로 작동해 왔다고 보는 은행권에 드문 기회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에 따라 대형 은행들은 새 체계의 성과를 제도적으로 잠가 두려는 움직임에 나서고 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은행들은 MRA를 대체한 보다 완화된 절차에 대해 법적 모호성을 해소해 달라고 연준에 요구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 은행들이 보다 확실한 법적 기반 위에 놓이도록 해 달라고 촉구하고 있다. 연준은 이와 관련해 보다 명확한 기준을 제시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은행권의 움직임은 월가가 이미 향후 민주당 행정부의 반전을 예상하고 변화 자체를 사전 봉인하려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일부 연준 관측자들이 최근 지적해 온 바와 같이, 연준의 감독·규제 정책이 점차 정치화되고 있다는 점을 부각한다. 컬럼비아대 비즈니스·법·공공정책 리치먼 센터의 토드 베이커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연준 금융감독 부의장인 미셸 보먼이

“연준의 감독 문화를 바꾸고, 권력 균형을 은행 경영진 쪽으로 이동시키려 하고 있다”

고 평가했다.

보먼 부의장은 감독당국이 사소한 실수, 즉 풋폴트(발목을 잡는 작은 실수)를 잡아내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쓰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그의 목표는 감독의 초점을 실제 위험에 맞추는 것이며, 감독을 약화시키려는 의도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연준 대변인은 이번 사안에 대해 논평을 거부했다.

■ MRA와 관찰사항(Observations)의 차이

MRA는 검사관이 은행에서 발견한 문제를 비공개로 지적하고 시정을 요구하는 방식이다. 반면 관찰사항(observations)은 2013년 연준이 폐지했던 도구로, 보다 비공식적이고 법적 구속력이 약하다. 쉽게 말해, MRA는 사실상 반드시 고쳐야 하는 경고장에 가깝고, 관찰사항은 일단 참고하라는 비구속적 신호에 가깝다. 다수의 대형 은행은 통상 수십 건의 MRA를 동시에 관리해 왔다.

연준은 지난 10월 MRA를 중대한 금융위험에만 한정하고, 대신 관찰사항을 다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2월 메모에서는 일부 기존 MRA를 관찰사항으로 낮출 수 있다고도 했다. 은행들은 이 같은 방향 전환 자체에는 대체로 환영 의사를 보이고 있지만, 관찰사항이 법적으로 어디까지 구속력을 갖는지 불분명하다고 우려하고 있다. 감독당국이 은행의 대응이 미흡할 경우 어떤 방식으로 반응할지도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향후 민주당 성향의 연준 지도부가 이 모호성을 이용해, 해결되지 않았다고 판단한 관찰사항을 다시 MRA로 격상할 수 있다는 점을 걱정하고 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은행들은 연준에 명시적인 서면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즉, 문제의 사실관계가 바뀌지 않는 한 감독당국이 관찰사항을 MRA로 격상하지 않겠다는 약속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연준은 2013년 관련 공개 문서를 수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으며, 한 관계자는 이것이 보다 큰 명확성을 제공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은행권은 오랫동안 감독당국이 경미한 문제까지 MRA로 끌고 가는 관행을 비판해 왔다. 이들은 과도한 MRA 사용이 경영진의 주의를 분산시킨다고 본다. 특히 실리콘밸리은행(Silicon Valley Bank)은 파산 당시 19개의 미해결 MRA를 안고 있었는데, 연준의 사후 분석 결과 그 중 상당수는 은행을 무너뜨린 핵심 문제와 직접 관련이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관계자 2명에 따르면, 2009년 위기 이후 은행들이 관찰사항을 대부분 무시한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MRA가 감독당국의 주요 압박 수단이 됐다. 당시 연준의 판단에 따르면 관찰사항만으로는 충분한 시정 효과를 거두지 못했고, 그 결과 더 강한 도구인 MRA가 전면에 나섰다.

■ 규제 완화의 제도화 시도

트럼프 행정부는 규제 절차가 대출을 가로막고 경제를 위축시키고 있다고 보며, 보다 완화된 은행 규칙과 감독 기조로 방향을 틀고 있다. 이 흐름은 트럼프 대통령이 새 연준 의장으로 지명한 케빈 워시 아래에서 더욱 탄력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MRA 축소 외에도 연준과 다른 은행 감독기관들은 은행 검사 횟수와 범위를 줄이고 있으며, 이달에는 비밀리에 운영돼 온 은행 등급 체계의 개편도 제안했다. 보먼 부의장은 감독·규제 인력을 약 30% 줄이겠다는 계획도 내놨고, 이에 따라 오랜 경력을 지닌 인력이 빠져나가고 자신이 데려온 인사들이 자리를 채우고 있다.

민주당은 이러한 변화가 세계 경제에 위험한 시점에 금융시스템 안전장치를 약화시킨다고 비판한다. 일부 은행가들은 2028년 백악관을 민주당이 되찾을 경우 강한 반발과 역풍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베이커 선임연구원은 공화당과 민주당 행정부 사이에서 규제의 진자 운동이 반복되는 것은 흔한 일이지만, 트럼프 백악관이 규제기관에 더 강한 통제력을 행사하면서 그 역학이 더욱 증폭됐다고 말했다.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행정부가 금융시장의 “객관적이고 측정 가능한 위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법률 전문가들은 감독 완화 조치를 공식 규정으로 만들면 되돌리기가 훨씬 어려워진다고 지적한다. 다만 보먼 부의장은 규칙 제정을 연준 이사회 표결에 부쳐야 하며, 공화당이 과반을 차지하고 있더라도 연준은 전통적으로 합의를 중시해 왔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사회 내 민주당 성향 인사들은 이러한 조치에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보먼 측 참모들은 검사관을 위한 새로운 운영 원칙을 공개하며 감독의 베일을 벗기고 있다. 관계자 한 명은 이 조치가 변화를 더 오래 지속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감독 업무는 그동안 비공개가 원칙이어서 책임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공개된 감독 원칙은 연준을 법적으로 구속하지는 않지만, 향후 정책 입안자들이 방향을 바꿀 경우 그 이유를 설명해야 하므로 정치적·법적 부담을 높인다고 이 관계자는 말했다.

미시간대 로스쿨의 제러미 크레스 교수는 특히 오랜 경력의 검사관들이 대거 떠나는 상황을 감안하면 이번 변화가 상당한 지속성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미래의 감독 부의장이 이 거대한 유조선을 돌리려면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릴 것”

이라고 말했다.


■ 향후 파장 이번 연준 감독체계 개편은 은행권에 단기적으로는 규제 부담 완화라는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감독의 일관성과 법적 안정성을 둘러싼 논쟁을 키울 가능성이 크다. 특히 MRA 축소와 관찰사항 확대가 실제로 정착될 경우, 은행들은 자율성을 더 확보할 수 있으나 감독당국의 대응 속도는 늦어질 수 있다. 반대로 향후 정권 교체나 연준 지도부 변화가 발생하면, 현재의 완화 기조를 되돌리려는 시도와 이에 대한 금융권의 방어가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대출 심사, 위험관리, 자본 운용 방식에도 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금융시장은 향후 연준의 세부 규정과 이사회 표결 결과를 예의주시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