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의 후계자 그렉 에이블이 버크셔 해서웨이의 새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한 뒤 첫 분기부터 대담한 포트폴리오 재편에 나서며 시장의 이목을 끌고 있다. 버핏의 뒤를 잇는다는 상징적 부담 속에서도, 에이블은 다른 유명 억만장자 헤지펀드 매니저들이 축소한 알파벳 지분을 오히려 대거 늘리며 차별화된 투자 행보를 보였다.
2026년 5월 30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에이블은 올해 초 버크셔 해서웨이의 CEO를 맡은 뒤 첫 분기인 1분기에 대규모 포트폴리오 조정을 단행했다. 버크셔의 보유 자산 가치는 약 3,320억 달러로 평가되며, 이 가운데 알파벳에 대한 비중을 세 배 이상 확대했다. 알파벳은 구글의 모회사로, 통상 ‘매그니피센트 세븐’으로 불리는 대형 기술주 중 하나다. 매그니피센트 세븐은 미국 증시를 주도하는 7개 초대형 기술주를 뜻하는 표현으로, 애플·마이크로소프트·엔비디아·아마존·메타·테슬라·알파벳을 가리킨다. 버크셔가 이 종목을 적극적으로 매수한 것은 인공지능(AI) 성장성과 검색·클라우드 사업의 장기 경쟁력을 높게 본 신호로 해석된다.
에이블의 이번 선택은 버핏식 투자 철학과 완전히 동떨어진 것은 아니지만, 분명히 새로운 색채를 띤다. 버핏은 오랫동안 애플을 버크셔의 최대 보유 종목으로 두며 새로운 산업에도 열린 태도를 보여 왔으나, 애플은 매그니피센트 세븐 가운데서도 AI 설비투자 확대 측면에서는 가장 보수적인 축으로 평가돼 왔다. 반면 알파벳은 대규모 데이터센터와 AI 인프라에 자본지출(capex)을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으며, 올해 자본지출 가이던스를 1,800억~1,900억 달러로 상향했다. 자본지출은 기업이 설비·인프라·기술에 투입하는 장기 투자 비용을 뜻하며, 현금흐름을 줄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시장에서는 알파벳의 올해 잉여현금흐름이 지난해 730억 달러 이상에서 약 260억 달러 수준으로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럼에도 버크셔는 이 기업이 가진 검색 시장 지배력과 AI 경쟁력을 더 높게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알파벳의 핵심 사업은 여전히 검색이다. 다양한 추산에 따르면 구글은 전통적 인터넷 검색 시장에서 85%~90%의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생성형 AI의 확산이 검색 광고 사업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지만, 최근에는 구글의 대규모 언어모델(LLM)인 제미나이가 구글 검색의 AI 오버뷰와 AI 모드를 강화하면서 오히려 방어력에 힘을 보태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규모 언어모델은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해 문장 생성과 질의응답을 수행하는 AI 기술을 뜻한다. 시장은 알파벳이 이러한 기술을 통해 기존의 검색 지위를 유지하고, 장기적으로는 광고와 클라우드 사업의 결합 효과를 키울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법무부(DOJ)와의 반독점 소송도 알파벳 투자 판단의 배경으로 거론된다. DOJ는 지난해 알파벳의 검색 및 광고 사업 관행이 독점적이라고 보고 소송을 제기했고, 연방 판사는 DOJ의 손을 들어줬다. 향후 제재가 알파벳의 글로벌 검색 시장 지배력을 일부 약화시킬 가능성은 있지만, 역설적으로 ‘독점’ 판정 자체가 버크셔의 투자 논리에 영향을 줬을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버핏은 전통적으로 강력한 진입장벽, 즉 경제적 해자*를 가진 기업을 선호해 왔기 때문이다. 경제적 해자는 경쟁사가 쉽게 따라올 수 없는 브랜드, 네트워크, 기술, 규모의 우위를 뜻한다. 알파벳은 검색뿐 아니라 유튜브와 구글 클라우드에서도 견고한 해자를 구축해 왔으며, 자율주행 사업 웨이모와 자체 맞춤형 반도체 사업도 장기적으로는 핵심 성장 축이 될 수 있다.
“알파벳은 버크셔가 장기 보유 관점에서 바라볼 만한 ‘평생 보유주’로 평가됐을 가능성이 있다.”
흥미로운 점은 버크셔가 알파벳 비중을 키우는 동안 다른 유명 억만장자 헤지펀드 매니저들은 오히려 이 종목을 정리했다는 사실이다. 퍼싱스퀘어 캐피탈 매니지먼트를 이끄는 빌 애크먼은 2023년부터 보유해 온 알파벳 지분을 사실상 대부분 처분했다. 두케인 패밀리 오피스를 운용하는 스탠리 드러켄밀러 역시 지분을 매도했다. 애크먼은 엑스(X)에 올린 글에서 “$GOOG 매도는 회사에 대한 베팅이 아니었다”며 “장기적으로 알파벳에 매우 낙관적이지만, 현재 밸류에이션과 한정된 자본을 고려해 $MSFT를 위해 자금을 마련하는 수단으로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알파벳의 펀더멘털보다는 자금 배분 우선순위의 문제라는 뜻으로 읽힌다.
실제로 알파벳 주가는 지난 1년간 약 122% 상승하며 가파른 랠리를 이어왔고, 그 과정에서 밸류에이션도 크게 높아졌다. 시장에서는 이미 상당한 기대가 가격에 반영됐다는 시각과, 여전히 AI와 클라우드, 검색 독점력까지 고려하면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는 시각이 맞서고 있다. 헤지펀드가 강한 종목을 팔고 더 매력적인 대체 자산으로 이동하는 것은 흔한 전략이며, 이번 사례 역시 각 투자자의 시간축과 자본 제약이 다르다는 점을 보여준다. 버크셔처럼 장기 보유를 전제로 한 자금은 미래 성장성에 더 무게를 둘 수 있지만, 헤지펀드는 성과 압박과 자본 효율성 때문에 빠르게 회전하는 포지션 운용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이번 알파벳 매수는 그렉 에이블 체제의 버크셔가 단순히 버핏의 과거 철학을 답습하는 데 그치지 않고, AI 전환기에서 가장 강한 플랫폼 기업 중 하나에 베팅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향후 알파벳의 주가 흐름은 AI 투자 확대에 따른 이익률 압박과 검색·클라우드 사업의 성장 속도, 그리고 반독점 규제 리스크가 어떤 균형을 이루느냐에 달려 있다. 만약 AI 관련 자본지출이 예상보다 빠르게 수익으로 전환된다면 알파벳은 추가적인 밸류에이션 재평가를 받을 수 있다. 반대로 비용 부담이 장기화하거나 규제 불확실성이 커질 경우, 현재의 높은 주가 수준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럼에도 버크셔의 대규모 매수는 시장에 강한 메시지를 던진다. 즉, 알파벳은 일부 억만장자들이 차익 실현에 나서는 가운데서도, 장기 투자자들에게는 여전히 유력한 핵심 보유 종목으로 남아 있다는 점이다.
정리하면, 그렉 에이블은 취임 첫 분기부터 알파벳을 버크셔 해서웨이의 핵심 종목으로 끌어올리며 자신의 투자 기준을 분명히 드러냈다. 이는 AI 인프라와 검색 독점력, 클라우드 성장성을 높이 평가한 결과로 해석된다. 다만 이미 주가가 크게 오른 만큼 향후 투자 성과는 실적 성장과 규제 대응 능력에 따라 갈릴 가능성이 크다. 버핏의 후계자가 선택한 이번 대형 베팅은 월가의 일부 매도세와 정반대 방향이지만, 바로 그 점 때문에 더욱 주목받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