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 월스트리트는 여러 면에서 역사적인 한 달을 보내고 있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DJIA),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나스닥 종합지수는 모두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동시에 미국 금융 시스템의 핵심 기관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서도 보기 드문 수장 교체가 이뤄졌다.
2026년 5월 30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두 번째 임기는 5월 15일로 종료됐다. 그의 마지막 해는 금리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과감히 낮추지 않았다는 점을 둘러싸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거센 비판에 시달린 시기로 기록됐다. FOMC는 연준 의장을 포함한 12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기구로, 미국의 통화정책을 결정한다. 케빈 워시는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지명한 후임자로, 5월 22일 새 연준 의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2006년 2월 24일부터 2011년 3월 31일까지 FOMC에서 활동하며 금융위기 당시 미국 경제를 다른 11명의 투표권 위원들과 함께 이끄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다만 이번 임명은 경험 많은 인사를 기용한 것과는 별개로, 워시에게는 연준이 가장 두려워하는 시나리오인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이 기다리고 있다. 스태그플레이션은 높은 실업률, 정체되거나 감소하는 경제성장, 높은 물가상승률이 동시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내리면 인플레이션이 더 악화될 수 있고, 물가 안정을 위해 금리를 올리면 고용과 성장이 타격을 받는다. 다시 말해, 어떤 선택을 해도 부작용이 생길 수 있는 매우 까다로운 국면이다. 한국 독자에게 익숙하지 않을 수 있는 FOMC는 연준 내부에서 금리와 자산매입, 통화정책 방향을 논의해 결정하는 핵심 회의체를 뜻한다.
스태그플레이션의 세 가지 조건, 이미 충족 또는 가시화
이 기사에서 제시한 역사적 기준에 따르면 스태그플레이션의 세 가지 변수는 현재 이미 존재하거나 앞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먼저 최근 12개월 물가상승률(TTM)은 3년 만의 최고치에 도달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내린 두 가지 결정과 맞물려 있다. 첫째, 전면적인 글로벌 관세 부과는 물가에 완만하지만 분명한 상승 압력을 줬다. 완성되지 않은 수입품에 관세가 붙으면 미국 기업의 생산비가 올라가고, 결국 소비자 가격도 상승할 수 있다.
둘째는 이란 전쟁으로 인한 추가 충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2월 28일 미군에 이란 공격을 지시한 직후,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모든 상업용 선박에 대해 봉쇄했고, 그 결과 하루 약 2,000만 배럴의 석유류 흐름이 멈췄다고 기사에서는 전했다. 이는 현대사에서 가장 큰 에너지 공급 차질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그 여파로 원유 가격과 연료 가격은 급등했다. 2월부터 4월까지 TTM 인플레이션은 2.4%에서 3.8%로 뛰었으며, 기사에 따르면 트럼프발 물가 상승(trumpflation)은 아직 정점에 이르지 않았다. 에너지 가격 충격은 기업 비용에 몇 달 뒤늦게 반영되는 경우가 많아, 시간이 지나면서 물가 지표를 더 끌어올릴 수 있다.
실업률 역시 우려 요인으로 제시됐다. 4월 미국 실업률은 4.3%로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이지만, 2023년 4월 3.4%에서 지난 3년간 완만한 상승 흐름을 보여왔다. 원유 가격 급등은 운송비와 생산비 부담을 키워 기업의 고용 여력을 약화시키는 경우가 많다. 과거 사례를 보면 유가 충격은 일자리 감소로 이어지는 일이 적지 않았다.
세 번째 퍼즐 조각은 정체 또는 감소하는 국내총생산(GDP)이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의 연율화 GDP는 최근 다섯 개 분기 동안 각각 -0.6%, 3.8%, 4.4%, 0.5%, 2%를 기록했다. 2025년 초 이후 분기별 평균 연율화 성장률은 2%에 불과했다. 이 역시 유가 충격이 경제성장에 장기적인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과 맞닿아 있다. 성장 둔화, 고물가, 고용 약화가 동시에 나타날 경우 연준은 통상적인 정책 대응만으로는 문제를 빠르게 해결하기 어렵다.
워시가 맞닥뜨린 ‘승자 없는’ 상황
트럼프 대통령이 선택한 후임 의장은 전례 없이 어려운 국면에서 파월로부터 바통을 넘겨받았다. 문제는 무엇이든 하나가 먼저 무너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연준의 신뢰도일 수도 있고, 실물경제일 수도 있으며, 월스트리트일 수도 있다.
워시는 4월 상원 은행위원회 증언에서 연준의 독립성을 거듭 강조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대폭적인 금리 인하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당장 멈출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그러나 워시는 사실상 승자 없는 구조에 놓여 있다. 만약 워시와 FOMC가 대통령의 반복된 금리 인하 요구에 굴복하는 모습으로 비친다면, 연준의 독립성은 훼손되고 중앙은행의 신뢰도는 큰 타격을 받게 된다. 단기적으로는 낮은 금리가 주식시장에 반가운 소식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월스트리트의 기둥 중 하나인 연준의 위상이 흔들릴 수 있다.
“만약 워시와 다른 FOMC 위원들이 물가 안정 목표를 위해 늦은 2026년 또는 2027년 초 금리 인상 쪽으로 방향을 틀면, 가격 안정성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경제와 월스트리트를 흔들 수 있다.”
반대로 새 연준 의장과 다른 FOMC 위원들이 완화적 기조를 거두고 2026년 말 또는 2027년 초 금리 인상에 나선다면, 물가 안정에는 유리하지만 경제와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이 경우 워시는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적인 비난에 직면할 위험도 있다. 기사에 따르면 S&P 500의 셰일러 주가수익비율(Shiller P/E) 기준으로 현재 주식시장은 1871년 1월 이후 가장 비싼 수준에 근접해 있다. 투자자들은 2026~2027년에 여러 차례 금리 인하가 단행될 것으로 가격에 반영해 왔으며, 이는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확장에 필요한 자금조달 비용을 낮춰줄 것으로 기대돼 왔다. 그러나 금리 인상이나 금리 인상 기조만으로도 다우, S&P 500, 나스닥 종합지수의 상승 기대를 뒤흔들 수 있다.
금리가 더 높아지면 기업의 차입 비용이 올라가고, 이는 2% 안팎의 평범한 성장 환경에서 고용과 혁신을 위축시킬 수 있다. 결국 케빈 워시와 FOMC는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으며, 무엇이 대가를 치를 것인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월스트리트에 미칠 파장
이번 사안은 단순히 연준 수장의 교체에 그치지 않는다. 인플레이션이 계속 상승하고 성장률이 둔화하는 가운데 금리정책이 엇갈리면, 채권시장과 주식시장 모두 큰 변동성을 겪을 수 있다. 특히 전면 관세, 중동 지정학 리스크, 에너지 가격 급등, 실업률 상승 가능성이 동시에 얽혀 있어 향후 물가와 성장 전망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환경이 지속될 경우 연준이 통화정책의 방향성을 바꾸더라도 시장이 이를 곧바로 호재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연준의 독립성, 물가 안정, 경제 성장이 서로 충돌하는 구도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추가로, 기사 말미에서 언급된 S&P 500 지수 관련 투자 유도 문구는 본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다만 현재 시장이 사상 최고치 부근에 있다는 점은 향후 금리 경로와 물가 흐름에 따라 주가가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2026년 말부터 2027년 초까지의 연준 결정은 단기 랠리와 중장기 조정 사이의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