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란은행(Bank of England, BoE)이 인공지능(AI)이 금융시스템에 미치는 위험을 시나리오 분석과 시뮬레이션을 통해 시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내용은 의회에 제출된 서한에서 공개됐으며, 중앙은행은 AI 도입과 투자 변화가 금융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26년 4월 16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영란은행은 의회 재무위원회(Treasury Committee)가 제기한 ‘관망(wait-and-see)’ 접근이라는 평가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영란은행은 AI 관련 리스크를 단순히 지켜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시험하고 있으며, AI의 투자·도입 흐름이 금융시장과 인프라에 미치는 구조적 변경을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고 전했다.
영란은행의 금융안정 담당 부총재인 사라 브리든(Sarah Breeden)은 서한에서 국제 당국들과 협력해 AI 에이전트(agents)가 금융시장 내 거래에 어떤 영향을 줄지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테스트는 시장 스트레스 기간 동안 매도세를 증폭시킬 수 있는 “허딩(herding) 행동”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허딩 등) 특정 행동이 리스크를 증폭시켜 매도 폭발을 유발할 수 있다”고 브리든은 지적했다.
AI 리스크는 지난주~최근 Anthropic이 내놓은 Mythos 제품 출시로 더욱 주목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Mythos의 강력한 코딩 능력이 사이버보안 취약점을 찾아내고 이를 악용할 새로운 방법을 제공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영란은행 총재 앤드루 베일리(Andrew Bailey)는 Anthropic이 “사이버 리스크의 전반을 깨뜨릴 길을 찾았을지도 모른다”고 언급했다.
한편 영국 의회 재무위원회는 재무부(HM Treasury)가 주요 AI·클라우드 기업들을 금융 핵심 인프라 공급자를 규제하는 Critical Third Parties(CTP) Regime에 2026년 말 이전에 포함시키겠다는 약속을 하지 않은 점을 강하게 비판했다. 위원회 의장인 노동당 소속의 메그 힐리어(Meg Hillier)는 영란은행의 일부 조치에는 환영의 뜻을 표하면서도 재무부의 명백한 관성에 대해 당혹감을 표명했다.
“Critical Third Parties Regime이 제공하는 권한들이 활용되지 않고 있는 반면 우리는 여전히 취약한 상태다. 왜 이렇게 오래 걸리는지 이해할 수 없다. 이 상황을 계속 면밀히 주시할 것이다.”
재무부의 장관급 관계자 루시 리그비(Lucy Rigby)는 위원회에 정부가 올해 초선을 포함한 CTP 지정(initial designation) 결정을 내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검토 과정의 완전성을 보호하기 위해 어떤 기업들이 후보군인지 공개하지는 않았다.
영란은행의 금융정책위원회(Financial Policy Committee)는 4월 1일1 발표에서, 금융회사가 아직 에이전트형(agentic) 도구처럼 고도화된 AI를 시스템적 위험을 초래할 방식으로 배치하지는 않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금융 부문의 채택이 가속화됨에 따라 이러한 위험은 급속히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용어 설명 및 배경
Critical Third Parties(CTP) Regime은 금융 시스템의 핵심 인프라를 제공하는 제3자 서비스 공급자(예: 클라우드·AI 서비스 업체)를 규제해 시스템 리스크를 완화하려는 제도다. 지정된 공급자는 감독·보고·복구 계획 등 특정 규제를 받게 되며, 이를 통해 금융시스템의 외부 의존성으로 인한 전염 효과를 줄이는 것이 목적이다.
에이전트형(agentic) AI 도구란 단순한 계산·예측 모델을 넘어 스스로 의사결정하거나 다단계 작업을 수행하는 AI를 말한다. 이들은 자동화된 트레이딩, 사이버취약점 탐지 및 악용, 또는 다중 시스템을 동시에 제어·조정할 수 있어 금융시스템에 새로운 형태의 작동 오류·오용 가능성을 제시한다.
허딩(herding) 행동은 시장 참여자들이 개별적 판단보다 다른 참여자들의 행위를 모방함으로써 특정 자산에 대한 동시다발적 매수 또는 매도가 발생하는 현상이다. AI가 정보를 실시간으로 분석·전파하면서 이러한 행동이 더욱 동조화될 경우, 시장 변동성은 급격히 확대될 수 있다.
전문적 통찰과 잠재적 영향 분석
이번 영란은행의 시험·분석은 세 가지 측면에서 금융시장과 경제에 파급효과를 줄 수 있다. 첫째, 단기적 시장 변동성의 증대 가능성이다. AI 에이전트와 고빈도 알고리즘이 유사한 결정을 내릴 경우 허딩이 심화되어 급격한 매도세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유동성 건전성이 약한 자산군에서 가격이 급락하고, 마진콜·청산 사태가 연쇄적으로 발생할 우려가 있다.
둘째, 사이버·운영 리스크의 확대다. Anthropic의 Mythos와 같은 고성능 코딩·취약점 탐지 능력은 방어적 활용과 동시에 악의적 활용 가능성을 모두 갖는다. 금융기관이 위협 탐지·패치 속도를 높이지 못하면 거래 인프라·결제 시스템·데이터 무결성 측면에서 중대한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신용경색으로 이어져 실물경제로의 전이(risk transmission)를 일으킬 여지가 있다.
셋째, 규제·비즈니스 모델 변화다. 영국 정부가 CTP 지정을 통해 주요 AI·클라우드 공급자를 규제 대상에 포함시키면, 해당 기업들의 운영·보안·보고 비용이 증가해 서비스 가격이 변할 수 있다. 금융회사는 공급자 다변화, 온프레미스 복구체계 강화, 자체 AI 거버넌스 투자 확대 등 대응책을 모색할 것이다. 이는 단기적으로 비용 상승과 이익률 압박을 유발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시스템 안정성 제고와 신뢰 회복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마지막으로 통화정책과 금융안정 정책의 상호작용이다. 만약 AI 관련 충격이 금융시장 변동성 및 신용여건 악화를 통해 실물경제를 위축시킨다면 중앙은행은 금리·유동성 공급·대은행 규제완화 등 다양한 도구로 대응해야 할 필요가 생긴다. 영란은행이 사전적 시나리오·스트레스 테스트를 강화하는 것은 이러한 정책 대응 옵션을 유지하려는 전략적 판단으로 해석된다.
결론
영란은행의 발표는 AI가 금융 시스템에 미치는 잠재적 위험을 사전에 파악하고 완화하려는 의지를 보여준다. 그러나 의회와 재무부 사이의 규제 추진 속도 차이는 단기적 정치·제도적 마찰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향후 관건은 정부의 CTP 지정 시점과 범위, 그리고 금융회사들의 기술·보안 투자 실행력이다. 이러한 요소들이 결합해 AI 관련 리스크가 금융안정성에 실질적 위협으로 전환되는지를 좌우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