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Nvidia)는 창립 초기 수십 년 동안 주로 게이머들 사이에서 유명한 기업이었다. 그러나 인공지능(AI) 수요의 폭발적 증가로 기업의 수익 구조와 제품 우선순위가 급격히 바뀌면서 전통적 팬층인 게이머들이 소외감을 느끼고 있다.
2026년 4월 18일, CNBC 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엔비디아의 핵심 소비자층이었던 게이머 부문은 더 이상 회사 성장의 주축이 아니게 됐다고 여러 분석가가 지적한다. 버니스터스(Bernstein Research)의 Stacy Rasgon은 “게임 부문은 더 이상 회사의 주도 세력이 아니다. 한때는 명확히 그랬다”고 말했다.
엔비디아는 고성능 그래픽 처리 장치(GPU)를 대중화하며 빠른 프레임률과 렌더링 성능을 통해 비디오 게임 경험을 끌어올렸고, 1999년 첫 소비자용 GPU인 GeForce 256을 내놓으며 사실상 시장을 재정의했다. 당시 이 제품을 내놓기 위해 회사는 인력 감축과 파산 위기까지 겪었다가 게이머들의 구매 열기로 회복한 바 있다.
그러나 AI 수요가 급증하면서 지금은 엔비디아의 매출 대부분이 AI 관련 제품에서 발생하고 있다. AI용 칩 제조가 메모리 수요를 크게 끌어올리면서, 제한된 메모리 공급을 둘러싸고 우선순위 결정을 강요받게 됐다. 메모리가 부족한 상황에서는 수익성이 훨씬 높은 데이터센터용 GPU(예: Hopper, Blackwell)가 우선시되는 것은 놀랍지 않다.
실제 엔비디아의 컴퓨트 및 네트워킹 부문(데이터센터 등)의 영업이익률은 지난 3년간 평균 69%인 반면, 소비자용 그래픽 부문은 평균 40% 수준이었다.
“그들이 그 길을 추구할 것을 이해한다. 그리고 그 사실이 마음이 아프다.” — 그렉 밀러(Greg Miller), 인기 비디오 게임 팟캐스트 ‘Kinda Funny Games Daily’ 공동창업자 겸 진행자
일부 분석가들은 2026년이 30년 만에 엔비디아가 소비자용 GeForce 신세대 제품을 발표하지 않는 첫 해가 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게이머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며 “항상 게임용 기술을 혁신, 테스트, 출시”한다고 CNBC에 이메일로 밝혔지만, 2026년 CES와 GTC 이후로 신세대 출시가 없을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다만 회사는 보통 신제품을 9월까지 공개하는 관행이 있다.
엔비디아는 2025년 1월 CES에서 현재의 RTX 50 시리즈 GeForce GPU를 공개했다. 이 시리즈의 소비자용 가격대는 $299에서 $1,999 사이이다. 반면, AI용 고성능 GPU인 Blackwell은 개당 최대 $40,000에 달한다는 분석도 있으며, 전체 시스템인 Vera Rubin은 최대 $4 million에 달할 것으로 Futurum Group 등 분석기관은 추정한다.

한편, 메모리 부족은 소비자용 GPU 공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업계 보고서는 엔비디아가 최신 게이밍 GPU의 생산을 최대 40%까지 줄이는 계획을 세웠다고 전한다. GPU 제조에 필요한 일반 목적 메모리(DRAM)의 부족은 주로 개인용 PC에 영향을 미치며, DRAM 가격 인상은 GPU 제조원가와 소비자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가트너(Gartner)는 2026년 PC 가격이 17% 상승해 PC 출하량이 10.4% 감소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한 가트너는 2028년까지 엔트리 레벨 소비자용 PC 시장이 사라질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러한 환경에서 엔비디아는 제한된 메모리 재고를 더 높은 가격과 높은 마진을 가져다주는 AI 칩에 배분할 공산이 크다.
버니스터스의 Rasgon은 고대역폭 메모리(HBM)에 대해 “HBM을 1GB 만들기 위해서는 전통적 DRAM보다 약 4배의 실리콘 웨이퍼가 필요하다”며 “이런 역학이 소비자용 메모리를 사실상 고갈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HBM은 특히 고성능 GPU(예: Blackwell, Rubin)에 사용된다.
게이머 커뮤니티의 불만은 공급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엔비디아가 2026년 3월 16일 GTC(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기조연설에서 공개한 차세대 렌더링 소프트웨어 DLSS 5는 생성형 AI를 활용해 게임의 시각적 표현을 변형시키는 장면을 시연하면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공개된 시연 영상에는 Resident Evil Requiem, Starfield, Hogwarts Legacy 등의 캐릭터를 사진처럼 향상시킨 장면이 포함됐다.
“나는 비디오 게임을 예술 형태로 즐기기 때문에 창작자의 손맛이 드러나는 것을 보고 싶다. 생성형 AI는 그것을 바꿀 수 있다.” — 그렉 밀러
DLSS는 낮은 해상도로 렌더링한 뒤 AI로 이미지 품질을 복원해 프레임률을 높이는 기술로 알려져 왔다. 이전 버전들은 저사양 PC에서도 고사양 경험을 가능하게 해 예산 측면에서 게이머들에게 환영받았다. 그러나 DLSS 5의 생성형 AI 도입은 일부에서 “작품의 원형성을 훼손한다”는 걱정을 낳았다.
엔비디아는 CNBC에 보낸 성명에서 “게임은 개발자가 몰입감 있는 이야기를 전달하고 플레이어를 놀라운 세계로 이끄는 창작 예술이다. 우리의 RTX 기술은 개발자가 창작적 비전을 달성하도록 돕는 도구이며, 레이트레이싱, 패스 트레이싱 등과 더불어 DLSS Super Resolution, DLSS Frame Generation, DLSS 5 등이 함께 작동해 최고의 성능과 화질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CEO Jensen Huang도 GTC 키노트에서 AI가 컴퓨터 그래픽을 혁신할 것이라고 강조했고, 질의응답에서 개발자가 생성형 AI를 세부 조정해 자신들의 스타일에 맞출 수 있다고 반박했다.
엔비디아는 또한 데이터센터에서 엔진을 구동하는 방식으로 게임을 스트리밍하는 GeForce NOW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이 서비스는 무료 옵션을 포함한 구독 모델로 Steam 등에서 소유한 게임을 데이터센터의 엔비디아 GPU를 통해 스트리밍할 수 있게 해 하드웨어 접근성을 넓혔다. Kinda Funny Games의 공동창업자 Tim Gettys는 “GeForce NOW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최신 카드가 없어도 최고 수준의 게임을 경험할 수 있게 하는 기술로, 완전히 압도적”이라고 평가했다.
경쟁사로는 AMD의 Radeon 라인이 있지만 메모리 부족 문제는 모든 업체에 적용된다. Rasgon은 “엔비디아가 메모리를 못 얻으면 AMD도 못 얻는다”며 두 브랜드 모두 충성도 높은 팬층을 가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Gettys는 “PC 게임을 한다면 명확한 선호가 있다. PC라면 엔비디아 카드를 원하게 된다”고 말했다.
기술 용어 설명
GPU(그래픽 처리 장치): 게임의 빠른 프레임률과 복잡한 그래픽 렌더링을 담당하는 반도체 장치다. 최근에는 병렬 연산 능력을 활용해 AI 모델 학습과 추론에도 널리 사용된다.
DRAM(동적 임의 접근 메모리): 컴퓨터에서 작업 중인 데이터를 일시적으로 저장하는 메모리로, 빠른 읽기·쓰기 속도가 요구되는 GPU에서 핵심 부품이다.
HBM(고대역폭 메모리): 고성능 GPU에 사용되는 고속 메모리로, 같은 용량을 만들기 위해 더 많은 웨이퍼가 필요하다. 고성능 AI 연산에 필수적이다.
CUDA: 엔비디아가 개발한 병렬 컴퓨팅 플랫폼 겸 프로그래밍 모델로, 2006년 출시 이후 GPU를 그래픽을 넘어 범용 연산에 활용하게 만든 핵심 소프트웨어다.
DLSS(Deep Learning Super Sampling): 엔비디아의 AI 기반 이미지 업스케일링 기술로, 낮은 해상도를 AI로 보정해 프레임률과 화질을 동시에 개선한다. DLSS 5는 생성형 AI 요소를 도입했다는 점에서 논란이 됐다.
시장·정책적 함의 및 분석
현시점에서 관찰되는 주요 동력은 수익성 차이와 제한적 공급(특히 메모리)이다. 데이터센터용 AI 칩이 소비자용 GPU보다 훨씬 높은 마진을 제공함에 따라 기업이 자원을 AI 쪽으로 배분하는 것은 합리적 선택이다. 엔비디아의 경우 컴퓨트 및 네트워킹 부문이 평균 69%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반면 소비자용 그래픽은 40% 수준에 그쳐 주주가치 극대화 관점에서 데이터센터 쪽의 우선순위가 강화될 수밖에 없다.
단기적으로는 DRAM 및 HBM 공급 부족이 게이머용 GPU의 생산과 유통을 제약해 소비자 가격 상승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가트너는 2026년 PC 가격이 17% 상승하고 출하량이 10.4% 감소할 것이라 전망했다. 이 경우 소비자 수요 감소가 이어지며 엔트리·중저가 시장의 구조적 축소가 발생할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메모리 공급망 확충과 가격 안정화 여부가 관건이다. 만약 메모리 생산이 충분히 늘어나지 않는다면, 엔비디아와 경쟁사들은 여전히 AI 쪽으로 자원을 배분할 가능성이 크며, 이는 소비자용 그래픽 카드의 세대 교체 주기 지연과 중고 시장 프리미엄 유지로 연결될 수 있다. 반대로 메모리 공급이 개선될 경우 엔비디아가 소비자 라인을 재가동하며 게이머 신뢰 회복을 시도할 여지도 있다.
정책 측면에서는 반도체 및 메모리에 대한 전략적 투자와 생산 능력 확충을 위한 공적·사적 협력이 중요하다. 또한 게임 업계의 창작권·예술성 논쟁은 기술 발전과 콘텐츠 산업의 관계 재정립을 요구하며, 생성형 AI 도입에 따른 저작권·윤리적 논의와 규범 마련이 병행돼야 한다.
결론적으로, 엔비디아의 AI 우선 전략은 기업의 수익성과 주주가치를 단기간에 크게 끌어올렸지만, 그로 인해 전통적 지지층인 게이머들의 불만과 산업적·사회적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향후 메모리 공급 변화, 소비자 수요의 구조적 변화, 그리고 생성형 AI가 게임 창작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엔비디아의 제품 전략과 시장 지형을 결정할 것이다.


